
문제. 위 사진의 '황진이'와 '연습장' 사이에 들어갈 단어는? ① 댄스 ② 체조 ③ 노래 ④ 야구 ⑤ 발성
어제 공주에 다녀 왔어요. 공주는 교육도시죠. 그래서 그럴까요? 교육도시다운(?) 면모가 길거리 간판에도 묻어나더군요. 사진은 노래 연습장 간판인데, 간판 배경에 황진이의 시를 써놓았더군요. 읽을 사람이 있을까 싶은데 굳이 써놓은 것을 보니, 교육도시 간판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를 읽어 보실까요?
月下梧桐盡 낙엽진 오동나무 달빛아래 서있고
霜中黃菊發 황국은 서리중에 피었네
樓高天一尺 아스라한 누각에서
人醉酒千觴 슬커정 마시노라
流水和琴冷 금琴 소리엔 찬 물 소리 엉기고
梅花入笛香 피리 소리엔 매화 향기 머무네
明朝相別後 내일 아침 작별후엔
情與碧波長 그리는 정 가 없으리
약간 의역했어요. 기구(1,2구)에서는 배경을, 승구(3,4구)에서는 화자 등장의 배경을, 전구(5,6)에서는 화자의 구체적 모습을, 결구(7,8구)에서는 화자의 내면을 그렸어요. 역삼각형 형태로 시상을 전개하여 마지막 꼭지점에서 응축된 감정을 폭발시키고 있죠.
그런데 마지막 응축 감정의 폭발이 좀 밋밋해요. 이유는 응축의 농도가 옅기 때문이에요. 기·승·전에서 보여주는 내용이 이별의 전조여야 하는데 이 시는 그런 전조보다 탈속적 면모를 보여주고 있어요. 시에 등장하는 황국, 아스라한 누각, 술, 흐르는 물, 매화 등은 어딜보나 이별의 전조보다 탈속적인 분위기를 전하죠. 이런 탈속적인 면모 끝에 이별의 마음을 읊조리니 폭발력이 약할 수 밖에요.
이 시는 황진이가 소세양과 헤어지며 지은 시예요. 소세양은 평소 여인에게 빠져 지내는 것을 경멸했어요. 황진이와 지내기 전에도 지인들에게 "내 그녀와 30일을 넘겨 지내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호언했대요. 그런데 마지막 날 이 시를 받고는 "내 사람이길 포기한다."고 했다는 군요. 위 시로 보건데 황진이의 매력은 농염함이 아니라 고고함과 담백함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저도 이런 여인과 사귀어 봤으면 좋겠어요. 이런, 집에서 쫓겨날 소리를! 하하하.)
한자를 읽어 볼까요?
月下梧桐盡 달월/ 아래하/ 오동나무오/ 오동나무동/ 다할진
霜中黃菊發 서리상/ 가운데중/ 누를황/ 국화국/ 필발
樓高天一尺 다락루/ 높을고/ 하늘천/ 한일/ 자척
人醉酒千觴 사람인/ 취할취/ 술주/ 일천천/ 술잔상
流水和琴冷 흐를류/ 물수/ 화할화/ 거문고금/ 찰랭
梅花入笛香 매화매/ 꽃화/ 들입/ 피리적/ 향기향
明朝相別後 밝을명/ 아침조/ 서로상/ 이별별/ 뒤후
情與碧波長 뜻정/ 더불여/ 푸를벽/ 물결파/ 긴장
그간 다루지 않은 낯선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梧는 木나무목과 吾나오의 합자예요. 오동나무[木]라는 의미예요. 吾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타인과 구별되는 것이 나[吾]이듯이, 보통나무와 구별되는 특별한 나무라는 의미로요. 오동나무에는 전설의 새 봉황이 깃든다고 하죠. 梧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碧梧桐벽오동, 梧桐島오동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冷은 冫얼음빙(氷의 약자)과 令명령할령의 합자예요. 얼음이 얼 정도로 차갑다란 의미예요. 令은 음을 담당하면서(소리값 변함. 령-->냉)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군주의 명령이 삼엄하고 냉정하듯 그처럼 차갑다란 의미로요. 冷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冷藏庫냉장고, 寒冷한랭 등을 들 수 있겠네요.
笛은 竹대죽과 由말미암을유의 합자예요. 대나무로 만든 피리란 의미예요. 由는 음을 담당하면서(소리값 변함. 유-->적)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연회에서 연주되는 악기 소리는 피리 소리를 기점으로[由] 화음을 맞춘다는 의미로요. 笛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草笛초적: 풀피리, 鼓笛隊고적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香은 黍기장서의 변형과 甘달감의 변형이 합쳐진 거예요. 기장은 오곡 중에서 냄새가 가장 좋아요. 甘은 아름답고 좋다는 의미로 사용됐어요. 맡기 좋은 냄새, 즉 향기라는 뜻이예요. 기장의 의미만으로는 향기롭다란 의미를 나타내기 부족해서 甘으로 보완을 했지요. 香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香水향기, 芳香劑방향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觴은 角뿔각과 陽볕양 초기 글자의 결합이예요. 뿔로 만든 술잔이란 의미예요. 나머지 부분은 음을 담당하면서(소리값 변함. 양-->상)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뿔로 만든 술잔에 술을 채우면 채운 술이 겉으로 드러나 보인다란 의미로요. 觴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濫觴남상(근원, 시초의 의미), 觴詠상영(술을 마시며 흥겹게 노래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與는 舁마주들여와 与줄여의 합자예요. 함께 힘을 쓰고 재물도 서로 나눈다란 의미예요. '더불여, 줄여'로 사용해요. 與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寄與기여, 與民樂여민락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波는 氵물수와 皮가죽피의 합자예요. 물결이란 의미예요. 皮는 음을 담당하면서(소리값 변함. 피-->파)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몸의 바깥 부분이 가죽이듯이 수면이 외부로 용솟음쳐 흘러가는 것이 물결이란 의미로요. 波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波濤파도, 波高파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梧오동나무오 冷찰랭 笛피리적 香향기향 觴술잔상 與더불여 波물결파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芳( )劑 碧( )桐 ( )高 ( )民樂 濫( ) 寒( ) 鼓( )隊
3. 다음을 읽어 보시오.
月下梧桐盡
霜中黃菊發
樓高天一尺
人醉酒千觴
流水和琴冷
梅花入笛香
明朝相別後
情與碧波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