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에 갔더니 매화가 활짝 피었더군요. 그 집 매화는 어떤가요?"

 "글쎄요?"

 "..."

 

 아이고 부끄러워라. 제 집 앞의 매화 소식도 모르다니. 상대방과 대화가 끝나기 무섭게 집에 달려와 매화나무를 보았어요. 아, 놀랍게도 꽃 한 송이를 피우고 두 어 개는 개화 직전이더군요. 비록 설중매는 아니지만 화신(花信, 꽃 소식)이 먼 시기에 피운 꽃인지라 더없이 기특하게 느껴지더군요. 보태어 왜 매화를 지사(志士)에 비유하는지도 가늠하게 됐구요.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이란 구절이 있죠. "매화는 일생을 추위속에 지낼지언정 향기를 팔지 않는다."란 뜻이에요. 지조를 지키는 이에 빗대어 표현한 말이지요. 시대가 어두울수록 이런 지조있는 이를 그리워하게 되죠. 아마 이색(李穡)도 그런 이를 그리워 했던 것 같아요. "백설이 자자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 석양에 홀로 서서 갈 곳 몰라 하노라" 요즘 정치권은 공천 문제로 떠들썩하죠. 공천에 떨어져도 군말없이 백의종군하며 엄혹한 시기를 감수할 정치인은 별로 보이지 않는군요. 혹독한 시기를 거치면 저 매화처럼 놀라운 개화를 할 수도 있을텐데... 정치의 속성을 모르는 무지한 이의 허망한 생각일까요?

 

인용한 글귀의 한자를 읽어 볼까요? 梅는 매화 매, 一은 한 일, 生은 날 생, 寒은 찰 한, 不은 아니 불, 賣는 팔 매, 香은 향기 향이라고 읽어요. 梅 · 賣 · 香을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木(나무 목)과 每(매양 매)의 합자예요. 본래 녹나무과에 속하는 상록 교목(喬木, 큰 키 나무)인 녹나무를 가리키는 글자였어요. 후에 매화나무를 의미하는 글자로 바뀌었지요. 매화나무를 의미하는 글자는 본래 某였는데, 某는 '아무개'라는 의미로 바뀌었지요(아무 모). 梅와 某는 본뜻을 읽어버린 불쌍한 글자라고 할 수 있어요. 某는 甘(달 감)과 木(나무 목)의 합자로 쉽사리 신 맛으로 바뀌는 단 맛의 과실 나무란 의미를 표현한 것이에요. 매실을 염두에 두고 만든 글자였지요. 매화 매. 梅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梅實(매실), 一枝梅(일지매)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出(날 출)과 貝(조개 패)의 합자예요. 돈[貝]되는 물건을 내놓고 판다는 의미예요. 팔 매. 賣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販賣(판매), 賣買(매매)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黍(기장 서)와 甘(달 감)의 합자예요. 기장이 발산하는 달콤한 향기라는 의미예요. 향기 향. 香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香氣(향기), 香水(향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플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매화 매    팔 매   향기 향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    )實   (    )氣   販(    )

 

3. 다음을 읽고 풀이해 보시오.

 

   梅一生寒不賣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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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식 드셔 보셨는지요? 전 어제 처음 먹어 봤는데, 입이 짧아서 그런지, 기대했던 것보다 그다지 입맛에 맞지 않더군요. 일단은 좀 맵고, 닭고기에 양념이 스며들지 않아 양념따로 고기따로 겉도는데다, 함께 나온 면도 녹말이 지나치게 많아 끈적거려 식감이 좋지 않더군요. 하지만 함께 간 아들 아이는 아랑곳없이(?) 잘 먹더군요. 모처럼만에 집에 온 아들 아이를 위해 선택한 것이라, 아이가 잘 먹으니, 저로선 그것으로 만족했어요. 이 음식의 주 타켓은 젊은층인가 봐요. 이 음식의 이름은? 네, '봉추찜닭'이에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봉추찜닭은 안동시장에서 유래된 것으로 나오더군요. 닭도리탕 비슷하게 만든데서 시작됐는데, 다만 양념이 진간장과 야채가 주이며 고온에서 쪄낸 것이 차이점이라고 소개하고 있더군요.

 

봉추찜닭은 안동찜닭이 상품회되면서 '안동' 대신 '봉추'라는 상호를 쓴 것일 뿐 그 자체에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더군요. 아마도 안동이라는 지방색을 탈피함과 동시에 귀한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부여하고자 -- 봉추는 어린 봉황이란 의미 -- 이 상호를 쓴 것이 아닐까 싶어요. (오잉, 이렇게 쓰고보니 이것도 나름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거네요?) 물론 봉추가 삼국지의 한 주인공인 방통의 아호이며 '숨어있는 젊은 인재'란 의미로 사용되긴 하지만 이 상호에 그런 의미까지 부여한 것 같지는 않아 보여요.

 

그러나, 혹 모르겠네요. 이 음식의 주타켓을 젊은 층으로 상정하고 '봉추'란 상호를 썼는지도. 이럴 경우는 이 상호를 '미래의 인재를 위한 멋진 닭요리'정도의 의미로 봐야 겠죠?

 

한자를 읽어 볼까요? 鳳은 봉새 봉, 雛는 새새끼(병아리) 추라고 읽어요.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은 은 凡(무릇 범)과 鳥(새 조)의 합자예요. 凡은 음을 나타내는데 소리값이 좀 변했죠(범-->봉). 신조(神鳥, 신령스러운 새)라는 의미예요. 봉새 봉. 鳳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鳳凰(봉황, 鳳은 수컷 · 凰은 암컷), 鳳姿(봉자, 봉황과 같은 거룩한 풍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芻(꼴 추)와 隹(새 추)의 합자예요. 절단하여 말린 키작은 풀인 꼴처럼 몸집이 작은 어린 닭, 즉 병아리란 뜻이에요. 의미를 확대하여 새 새끼란 뜻으로도 사용해요. 병아리(새 새끼) 추. 雛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雛孫(추손, 어린 손자), 雛禽(추금, 새 새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봉새봉  병아리(새 새끼) 추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    )凰  (    )孫

 

3. 봉추 찜닭의 유래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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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접빈객거후회(不接賓客去後悔) - 손님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으면 (그가) 떠난 뒤 후회하게 된다."

 

 예전 시골 집에는 이따금 '주자십회훈(朱子十悔訓)'이란 것을 액자에 담아 걸어 놓곤 했어요. 목전의 이익에 골몰하여 대상에게 잘못했다가 때늦은 후회를 할 수 있으니 미연에 방지하라고 경계하는 글이었죠. 10가지 인간 관계에 대해 경계하고 있는데 첫 대목이 "불효부모사후회(不孝父母死後悔) - 부모에게 불효하면 돌아가신 뒤 후회한다" 예요. 머리글에 인용한 대목도 그 중 한 대목이지요.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되면서 집에 누군가를 들이는 것에 대해 상당히 거부감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식사는 대개 밖에서 해결하고 집에서는 다과 정도만 대접하게 되었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파트에 초대받아 가는 것도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아요. 왠지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 말이지요. 이제 더 이상 '부접빈객거후회'의 덕목은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집에 찾아 올 손님이 없으니 말이에요.

 

 아파트에서 내쫓긴(?) 손님들이 갈 곳은 이제 시중의 음식점 밖에 없죠. 그러다보니 음식점은 가정에서 손님 대접하던 그런 정성으로 손님을 대해야 하는 부담아닌 부담까지 지게 된 것 같아요. 일단은 생존을 위해서 친절한 서비스를 하겠지만, 그보다는 집에서 내쫓긴 불쌍한(?) 손님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친절한 서비스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봐요.

 

 사진은 어느 음식점에서 찍은 거예요. '내방객복덕구족(來方客福德具足)'이라고 읽어요. 찾아오신 손님들 모두 복과 덕이 충만하길 빈다는 내용이에요. 문구가 이래서 그랬을까요, 손님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진실성이 묻어나 음식을 먹는내내 흐뭇했어요.

 

한자를 읽어 볼까요? 來는 올 래, 方은 모(방위) 방, 客은 손님 객, 福은 복 복, 德은 덕 덕, 具는 갖출 구, 足은 족할 족(보통은 발 족으로 많이 사용하죠)이에요. 福, 德, 具가 좀 낮설어 보이죠?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示(神의 약자, 귀신신)과 畐(가득할복)의 합자예요. 인간의 바램에 신이 응답하여 충족시킨 헤택이란 의미예요. 복 복. 복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祝福(축복), 壽福(수복)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彳(걸을척)과 直(곧을직)과 心(마음심)의 합자예요. 본래의 의미는 '향상하다, 진보하다'의 의미예요. 진보하려면 내면의 수양된 정직한 마음이 외면으로 표출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直과 心을 추가했어요. 혹자는 이렇게 설명하기도 해요. 德은 본래 悳으로 썼으며, 후에 彳이 추가된 것이다. 속임없는 정직한 마음이 곧 덕이라는 의미이다. 둘 다 일리가 있죠? 덕 덕. 德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道德(도덕), 德望(덕망)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艹(양 손의 의미)와 目(패의 약자, 조개패)의 합자예요. 目은 여기서 재화(물)의 의미예요. 두 손에 재물을 받쳐 든 모양으로 (만일의 경우를 위하여) 재물을 준비해 놓는다란 의미예요. 갖출 구. 具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具備(구비), 道具(도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복복   덕덕   갖출구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   )望  壽(   )  (   )備

 

3. '내방객복덕구족'을 한자로 쓰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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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에 대한 느낌이 어떠세요?

 

 정향 조병호란 분이 계셨어요. 신영복 선생의 옥중 서예 교사로 유명하신 분이죠. 듣기론 대만의 고궁박물관에 우리나라 서예가의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이 분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대중적인 지명도는 없지만 사계에서는 인정받는 분이었다고 할 수 있지요.

 

 이 분이 오래전에 지방지와 인터뷰한 것을 읽은 적이 있는데, 유달리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어요. 정확하게 그대로 옮기지는 못하지만 대강 이런 취지의 말씀이었어요.

 

 "요즘 글씨는 글씨가 아닙니다. 그림이에요. 학문이 없는 글씨가 무슨 글씨입니까? 그림이지요."

 

 이 말의 의미가 뭘까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아마도 이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더군요. "글씨[서예]는 글씨 쓴 이의 학문적 축적이 바탕이 되어 표출될 때 가치를 지니지 단순히 글자의 형태를 잘 썼다고 글씨가 되는게 아니다." 여기서 학문은 한학에 대한 소양을 말하는 거겠지요.

 

그런데 이 분의 말이 의미하는 것은 이런 면도 있는 것 아닌가 싶어요. "글씨를 쓰는 이들이 글을 지을 줄 모른다. 글을 지을 줄 모르니 옛 작품만 임서하거나 흔해 빠진 명구들만 내리 쓰다보니 참신한 맛이 없고 구태의연하다." 여기서 글은 한작(漢作)을 말하는 거겠지요. 조병호 선생의 견해를 빈다면, 한학에 익숙치 않은 현대인들이 진정한 서예를 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점은 조병호 선생이 다소 비하적인 말로 표현한 그림(동양화)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어요. 특히 문인화의 경우에요. 문인화는 어찌보면 변형된 서예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역시 상당한 학문이 축적돼 있어야 제대로 그릴 수 있지요. 특히 문인화에는 화제(畵題)가 있어야 하는데 옛 화제를 그대로 갖다 쓰면 화제의 생명력은 물론이고 그림의 생명력도 상실되고 말죠. 이런 점에서 한문에 익숙치 않은 현대인들이 제대로 된 문인화를 그리기란 이 역시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추측성 의견을 가지고 무리한 결론을 끌어낸 듯 해서 부끄럽네요. 하지만 분명한 건 한학에 대한 소양이 미흡한 현대 서예와 문인화는 옛 서예와 문인화에 비겨 그 아취가 떨어지는건 분명한 것 같아요.

 

사진은 지인과 음식점에 갔다가 찍은 거예요. 문인화라고 볼 수 있지요. 예의 그 생명력 없는 것이 느껴져 평소 갖고 있던 현대 서화에 대한 생각을 주절거렸네요. "기껏 음식점에 걸린 작품을 가지고 현대 서화를 논하다니 너무 지나친 것 아냐?" 왠지 이런 비판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귀가 간지럽군요. 하지만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볼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사진의 내용은 '묵영힘방(墨影含芳)'이라고 읽어요. 일반적으로 "수묵으로 그린 매화의 그림자가 꽃다운 향기를 머금었네" 혹은 "수묵으로 그린 매화 꽃이 향기를 머금었네"라고 풀이해요. 비록 먹으로 그린 매화이지만 향기가 나는 듯하다란 의미지요. 운치있는 문구예요. 그런데 이 문구는 매화도(梅畵圖)에 상투적으로 등장하는 문구중의 하나예요. 이런 선입견 때문인지 몰라도 전 이 그림을 보면서 아무런 감흥이 생기지 않더군요. 님께선 어떻게 느끼셨는지 궁금하군요. 글자 왼쪽에 있는 것은 무자년(戊子年)인데 서기로 2008년이에요. 흥산(興山)이라는 분이 그린 것[作: 지을 작]으로 돼있군요.

 

은 먹묵, 影은 그림자 영, 含은 머금을 함, 芳은 꽃다울 방이라고 읽어요.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은 黑(검을 흑)과 土(흙 토)의 합자예요. 서사(書寫)의 재료가 되는 검은 색 안료[土]라는 의미예요. 먹 묵. 墨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默刑(묵형, 죄수에게 죄목을 새기는 형벌), 墨畵(묵화)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景(빛 경)과 彡(形의 약자, 형상 형)의 합자예요. 빛의 이면에 생기는 형상, 그림자란 의미예요. 그림자 영. 影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影像(영상), 撮影(촬영)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今(이제 금)과 口(입 구)의 합자예요. 잠시 잠깐[今] 입 속에 넣고 있다란 의미예요. 머금을 함. 含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含有(함유), 包含(포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艹(풀 초)와 方(放의 약자, 놓을 방)의 합자예요. 향기를 발산하는[方] 풀이란 의미예요. 꽃다울 방. 芳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芳草(방초), 芳年(방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플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먹묵   그림자영   머금을함   꽃다울방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年  (   )畵  包(   )  撮(   )

 

3. 매화에 대한 화제(畵題)를 하나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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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6-03-18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조하셨네요~.
봄놀이를 다니시는겐가요? 그럼 다행이지만, 요즘 이곳이 하도 어수선하여...반가움에 안부를 어쭙습니다~^^

찔레꽃 2016-03-18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 관심을 가져 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환경이 바뀌어 적응하느라... 그저 중늙은이일 뿐인데...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어요. ㅠ ㅠ
 

 조석으로 기후 변하나                        昏旦變氣候

 산수 항상 맑은 빛 머금고 있네            山水含淸暉

 맑은 빛 사람을 즐겁게 해                   淸暉能娛人

 노니는 이 편안하여 돌아갈 것 잊네      遊子憺忘歸

  ...

 

 서울에 갔다 올 때마다  하는 말이 있어요. "서울 사람들 참 대단해!" 전 서울에서 단 하루도 못있겠더군요. 일단은 사람이 너무 많고, 공기도 탁하고,  복잡하고, 도무지 여유라고는 찾아보기 힘들고... 이런 곳을 마다않고 살고 있는 분들이니, 어찌 감탄사를 발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혹자는 자조적으로 "어쩔수 없어 산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경우도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저 같으면 도저히 못살 것 같으니까요. 이런 의미에서 저는 서울에 사는 분들에게 '승자'라는 칭호를 붙여주고 싶어요. 저처럼 도망하지 않고, 끝까지 남아있는 분들이니까요.

 

일반적으로 자연(시골)은 치유의 공간으로 여겨지죠. 이를 달리 말하면, 자연(시골)은 '패자'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경쟁을 피하여 혹은 좌절하여 도망한 공간이기 때문이죠. 만일 그들이 '승자'라면 굳이 치유의 공간을 찾을 필요가 없었겠지요. 이렇게 보면 자연을 찬미한 작품들은 그것이 제 아무리 아름답다해도 결코 '승자의 노래'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거예요. 

 

그러나 이런 이유로 '승자'의 공간, 다시 말하면 서울같은 도시가 찬미될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세상은 승자보다 패자가 더 많기 마련이고 승자도 언젠가는 패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상정한다면 오히려 '패자'의 공간, 다시 말하면 치유의 공간인 자연(시골)이 훨씬 더 찬미되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인용한 시는 위진 남북조시대 사영운(謝靈運)의 '석벽정사환호중작(石壁精舍還湖中作)' 첫 대목이에요. 자연(시골)이 주는 치유를 명징하게 드러내고 있어 인용해 보았어요. 사영운은 명문대가 출신이었지만 현실 정치에서 좌절을 맛봤죠. 이때 그가 찾은 것이 바로 자연(시골)이었고, 자연(시골)에서 느낀 미감을 십분 발휘한 시들을 많이 지었죠. 후대 문학사가들은 사영운을 산수시(山水詩)의 개조(開祖)라고 불러요. 만약 그가 현실 정치에서 좌절하지 않았다면 굳이 자연(시골)을 찾을리도 없었겠고 산수시라는 독특한 미감의 시를 창작할리도 없었을 것 같아요. 이런 점에서 패자의 공간인 자연(시골)은 그에게 치유와 함께 산수시의 개조라는 불후의 명예를 선물로 안겨 주었다고 볼 수 있어요. 이러니 어찌 자연(시골)을 찬미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사진은 가야산 -- 합천의 가야산이 아니라 서산의 가야산--  가는 길목에 있는 어느 펜션의 입구에 놓인 돌을 찍은 거예요. "심산유곡"이라고 읽어요. "깊은 산, 그윽한 골짜기"라는 뜻이에요. 산중에 위치한 펜션이라 이런 문구를 새겨놓은 듯 해요. 사진을 찍으며 모쪼록 이 곳을 찾는 이들이 충분한 치유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자를 읽어 볼까요? 深은 깊을 심, 山은 뫼 산, 幽는 그윽할 유, 谷은 골짜기 곡이에요. 쉬운 글자들이라 특별히 설명이 필요 없을 듯 하지만 그래도 한 번 자세히 살펴 보도록 할까요? 山은 빼도록 하죠.

 

은 본래 물이름이에요. 한나라때 계양현 남평현에서 발원하여 영수라는 물과 합류하는 물줄기를 가리키는 명칭이었죠. 그래서 氵(물 수)가 뜻을 담당하고, 오른쪽의 글자는 음을 담당해요. '깊다'라는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심수의 수량이 많다는데서 나온 의미지요. 깊을 심. 深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深化(심화), 深層(심층)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山(뫼산)과 幺(작을요)의 겹자가 합쳐진 거예요. 깊은 산중에 놓인 작은 물체는 잘 보이지 않아 찾기 어렵다는 의미예요. 그윽할 유. 幽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幽靈(유령), 幽閉(유폐, 가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골짜기의 모습을 그린 거예요. 八 과 八은 양 옆으로 늘어선 산과 그 아래의 골짜기를 표현한 것이고 口는 골짜기의 입구를 나타낸 것이에요. 골짜기 곡. 谷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溪谷(계곡), 峽谷(협곡)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깊을심    그윽할유    골짜기곡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쓰시오.

 

   (     )化    (     )靈      峽(     )

 

3. '심산유곡'을 한자로 써 보시오.

 

 

여담. 사영운은 현실 정치에서 입은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현실 정치에 복귀하려다 생을 마감해요. 역모죄로 죽게 되죠. 그에게 자연(시골)은 일시적 치유의 공간이지 지속적 치유의 공간은 될 수 없었나봐요. 아쉬운 대목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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