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오래 살고 싶으신지요? 한 오백년?

 

 뭔 저주받을 소리냐구요? 그러게요... 죄송합니다. 그래도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은 분명 있으시죠? 만일 그런 생각이 없으시다면 임께선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실 거예요. ① 생사를 초월한 도인 ② 삶이 고통스러운 병자이거나 극빈자 ③ 삶을 피상적으로 생각하는 낭만주의자 ④ 기타.

 

④번이 너무 광범위하지 않냐구요? 그러게요... 대표적인 예 빼고는 다 '기타'로 짚어넣어야 이의제기가 없을 것 같아서요. ^ ^

 

요컨대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살고자 하는 의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본능적으로 갖고 있는 욕구일 거라는 점이에요. 늘 병으로 골골거리며 "얼른 죽어야지!"하는 노인에게도 돌아가시라고 하면 발끈 화를 낸다잖아요? 인간에게 있어 살고자하는 의지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욕구인 것이지요.

 

하지만 생명은 한계가 있기에 태어나면 언젠가 죽기 마련이죠. 그러나 그 죽을 날이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기에 우리는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연히 오래, 아니 영원히 살 것 같은 생각으로 삶을 살아가죠. 또 그러길 기원하구요.

 

막연히 오래, 아니 영원히 살 것 같은 생각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삶의 모습은 어떠 할까요? 모르긴해도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고 오늘과 내일이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만일 우리가 언제 죽는다는 것을 확실히 안다면 어떨까요? 이전의 삶과는 확연히 다른 삶을 살지 않을까요? 자포자기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매 순간 순간을 의미있게 살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싶어요. 비록 모든 처지가 뜻과 같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다 하더라도 말이예요. 그렇지 않을까요?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는 우리가 언제 죽는다는 것을 확실히 알지 못하죠. 그러기에 많은 경우 삶을 너무 낭비하며 살아가는 것 같아요. 이런 낭비의 삶을 막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부질없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매일 매 순간이 내 삶의 마지막이다란 생각을 하며 사는 것이 그 방법 아닐까 싶어요. (이런, 듣기에 따라서는 이 사진의 주인공 분들이 그렇게 살고 있지 않다고 비판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네요. 제가 그런 의도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계시죠?)

 

좀 무거운 얘기를 했죠? 사진을 보니 문득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 떠올라 주절댔어요. 사진은 지인의 부모님 팔순연에서 받은 감사 선물(수건)을 찍은 거예요. 한자를 왼쪽부터 읽어 볼까요? 만수무강(萬壽無疆), 산수(傘壽), 여사(女史)라고 읽어요. 만수무강은 '끝없이[無疆] 오래 살다[萬壽]'란 뜻이고, 산수는 '80세'를 달리 부르는 명칭이에요. 傘은 약자로 八(팔)과  十(십)의 합자 형태로 씌여지기에 80세란 의미로 사용해요. 여사는 본래 사회 활동이 왕성한 여인을 높여 부르는 말인데, 여기서는 단순히 결혼한 여인을 높여 부르는 말로 사용했어요. 이참에 나이를 부르는 명칭들을 한 번 살펴 볼까요?

 

○ 弄璋之慶(농장지경: 구슬 장난감을 가지고 놀 아이의 탄생을 축하함. 사내 아이의 탄생)

○ 弄瓦之慶(농와지경: 실패를 가지고 놀 아이의 탄생을 축하함. 여자 아이의 탄생)

○ 提孩(제해: 어린 아이를 안아 줌. 2~3세)

○ 志學(지학: 학문에 뜻을 둠. 15세. 공자의 회고담에서 유래)

○ 瓜年(과년: 瓜를 파자하면 '八(여덟 팔)' 2개가 되므로 16세를 의미. 여성의 나이에만 사용)

○ 弱冠(약관: 갓을 쓴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은 미약하다는 의미. 20세)

○ 而立(이립: 자립 함. 30세. 공자의 회고담에서 유래)

○ 不惑(불혹: 외물에 미혹되지 아니 함. 40세. 공자의 회고담에서 유래)

○ 桑年(상년: 桑의 속자는 十(열 십)자 3개 밑에 木(나무 목)을 쓰는데 이를 파자하면 十이 4개에 八(여덟 팔)이1개가 되

          어 48이란 의미가 됨. 48세)                                                                                                                   

○ 知天命(지천명: 하늘의 명을 알다. 50세. 공자의 회고담에서 유래)

○ 耳順(이순: 귀가 순해지다. 어떤 말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수용함. 60세. 공자의 회고담에서 유래)

○ 還甲(환갑: 본래 태어난 간지로 돌아 옴. 61세)

○ 華甲(화갑: 華를 파자하면 十(열 십) 6개와 一(한 일) 1개가 되어 61이란 의미가 됨. 61세)

○ 進甲(진갑: 새로운 갑자로 나아 감. 62세)

○ 破瓜(파과: 瓜를 파자하면 '八(여덟 팔)' 2개가 되는데, 이를 여성의 나이에 적용할 때는 16세의 의미로 사용하고, 남성

          의 나이에 적용할 때는 64세의 의미로 사용함. 64세)                                                                                   

○ 從心(종심: 마음가는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음. 70세. 공자의 회고담에서 유래)

○ 古稀(고희: 옛날부터 드물다. 70세. 두보의 시에서 유래)

○ 望八(망팔: 80세를 바라본다는 의미. 71세)

○ 喜壽(희수: 喜(기쁠 희)가 초서로 연이어 '七十七(칠십칠)'처럼 씌여지기에 77세란 의미로 쓰임. 77세)

○ 傘壽(산수: 傘(우산 산)의 약자를 八(여덟 팔) 밑에 十(열 십)의 형태로 쓰기에 80세란 의미로 쓰임. 80세)

○ 半壽(반수: 半을 파자하면 八十一(팔십일)이 되어 81세란 의미로 쓰임. 81세)

○ 望九(망구: 90세를 바라본다는 의미. 81세)

○ 米壽(미수: 米를 파자하면 '八十八(팔십팔)'이 되어 88세란 의미로 쓰임. 88세)

○ 卒壽(졸수: 卒의 속자가 九(아홉 구) 밑에 十(열 십)을 쓰기에 90세란 의미로 쓰임. 90세)

○ 凍梨(동리: '언 배'라는 뜻으로, 90세가 되면 '언 배'같은 반점이 얼굴에 생긴다는 의미에서 90세란 의미로 쓰임. 90세)

○ 望百(망백: 100세를 바라본다는 의미. 91세)

○ 白壽(백수: 百(일백 백)에서 一을 빼면 白이 되는데 '99세'란 의미로 쓰일 수 있어 99세란 뜻으로 사용. 99세)

 

 (이상 http://blog.daum.net/chongmug1030/7472488 참고 정리)

 

앞으로 평균 수명 100세를 바라본다고 하니 白壽이외의 신조어가 만들어져야 할 것 같아요.

 

낯선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는 老(늙을 로)의 변형과 疇(밭두둑 주)의 변형이 합쳐진 글자예요. 기다란 밭두둑[疇] 처럼 오랜[老] 세월을 지내온 사람이나 일을 가리키는 의미예요. 일반적으로 '목숨'이란 뜻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오랜 세월을 지내온 사람'이란 본뜻에서 나온 의미예요. '목숨'에는 단순히 살아 있다는 의미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살아 있었다는 본뜻의 의미가 내포돼 있어요. 수할 수. 목숨 수. 壽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長壽(장수), 壽福(수복)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본래 畺으로 표기했어요. 田(밭 전) 사이에 경계를 의미하는 一을 그어 땅과 땅 사이의 경계를 나타냈지요. 현재의 글자의 왼쪽 부분은 음 부분으로 후에 추가된 거예요. 지경 강. 疆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疆域(강역, 국경), 疆上(강상, 국경 근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사람이 우산을 펴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 거예요. 十은 우산을 들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상단의 人은 우산 지붕을, 十 좌우의 人 네개는 우산 살을 표현한 거예요. 우산 산. 傘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雨傘(우산), 陽傘(양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목숨 수   지경 강    우산 산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域   雨(   )   (   )福

 

3. '평균 수명 백세 시대'의 명암에 대해 말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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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없어 못먹겠구나!"

 

생전의 어머니께서 위암때문에 식이요법을 하실 때 하신 말씀이에요. 저염식 혹은 무염식이다보니 음식 드시기가 힘드셨던 것 같아요. 얼굴을 찡그리시던 어머니의 얼굴이 눈에 선하네요.

 

'맛'없는 음식은 참 먹기 힘들죠. 설령 그것이 건강에 좋다고 해도 말이에요. '맛'은 음식의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이 경우 꼭 조미료나 좋은 재료가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재료들을 어떻게 배합하느냐가 관건이죠. (안타깝게도 어머니가 드시던 식이요법의 음식들은 그 맛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음식이었기에 드시기가 힘드셨던 것 아닌가 싶어요. 단순히 저염식 무염식의 문제는 아니었지 않나 싶어요.)

 

이런 점에서 '맛'은 문화와 관계된다고 볼 수 있을 거예요. 문화는 감성만으로 성립되지 않고 이성과의 조화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죠. 맛을 제대로 낸 음식을 만들기 위해선 단순히 재료의 맛을 느끼는 감성만으론 어렵고 맛을 이해하고 조화시키는 이성의 훈련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겠어요?

 

음식의 맛이 문화와 관계된 것이라면, 맛은 문화의 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거예요. 예술에도 맛이 있을 수 있고, 문학, 정치, 과학, 그리고 사람의 품격에도 적용될 수 있겠지요. 맛있는 예술, 맛있는 문학, 맛있는 정치, 맛있는 과학, 맛있는 사람...

 

그런데 이런 맛은 과불급이 없는 '중용'과 매우 관계가 깊다고 볼 수 있어요. 과하게 돼도 제 맛을 낼 수 없고 불급해도 제 맛을 낼 수 없기 때문이지요. 음식도 그렇고 예술도 그렇고 문학도 과학도 정치도 그리고 사람도 그렇지요. (이상의 논의는 김용옥 선생의 『중용, 인간의 맛』에서 시사점을 얻었어요.)

 

사진은 어느 음식점의 창가에 붙은 광고 스티커를 찍은 거예요. '끽미'라고 읽어요. '먹는 맛'이란 의미예요. '맛'이란 말이 새삼스럽게 와닿아 몇 마디 중얼거려 보았어요. 끽(喫)은 먹을 끽, 미(味)는 맛미라고 읽어요. 글씨 배경에 게장이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게장 정식을 파는 집인 것 같더군요. '먹는 맛'이 있다고 써 붙인걸 보니 이 집은 중용의 미학을 잘 발휘한 '맛'있는 게장을 내놓는가 봐요.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口(입 구)와 契(맺을 계)의 합자예요. 깨물어 먹는다는 의미예요. 口로 뜻을 표현했고, 契는 음을 담당하는데(계→끽)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깨물어 먹을 적에는 위 아래 이빨과 입술이 서로 맞붙게 된다는 의미로요, 먹을 끽. 喫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喫煙(끽연), 喫茶(끽다)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口(입 구)와 未(아닐 미)의 합자예요. 시고 짜고 맵고 달고 쓴 다섯가지 맛이란 의미예요. 맛은 입으로 맛보기에 口로 뜻을 표현했어요. 未는 음을 담당해요. 맛 미. 味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味覺(미각), 調味料(조미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먹을 끽   맛 미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覺   (   )煙

 

3. '맛있는 사람'에 대한 정의를 써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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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6-02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있는사람 ㅡ식인종...이 하는말.
요즘은 유기농 없다.
잘 읽고 가요..

찔레꽃 2016-06-02 08:46   좋아요 1 | URL
하하하... 이런 유머를 하실 줄이야...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장소] 2016-06-02 14:3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도 재미있는글 읽은 값은 해야겠기에~^^v
멋진 6월 되시길~!!
 

                                

 

원지정사기                                    원지정사기                                                                                                   

                                                                                                                                                                       

축정사우북림 범오간 동위당 서위재   북림에 정사를 지었는데 5칸 건물이다. 동쪽이 당(堂)이고 서쪽이 재(齋)인데              

유재북출 우전이서 고위루이부강수    재에서 북쪽으로 나가 다시 돌아 서쪽에다 높게 누각(연좌루)을 지어 강물을 굽어 볼 수

                                                   있게 했다.                                                                                                      

기성 편기액왈 원지 호수등망지미불   건물이 완공되어 편액을 달았는데 '원지'라 했다. 여기에 호수와 산을 조망하는 아름다

                                                   움은 담지 않았다.                                                                                            

식언 객의기의 여고지왈 원지본약명   객이 '원지'의 뜻을 궁금해 하기에 내가 일러 주었다. "원지는 본래 약초의 이름으로    

일명소초 석 진인문사안왈 원지소초   일명 '소초'라고도 한다네. 옛날에 진나라의 어떤 이[환온]가 사안에게 묻기를 '원지와

                                                   소초는                                                                                                           

일물 이하위이명 혹왈 처위원지출위   한 물건인데 어찌하여 두 이름이 있는 것이오?'하니 (옆에 있던) 어떤 이[학륭]가 사안

                                                   대신 말하길 '산에 있을 때는 '원지'라 하고 산을 나오면                                          

소초 안유괴색 여재산 고무원지 출이  '소초'라 합니다(사안이 은거를 고집하다 환속하여 출사한 것을 비꼰 말).'하니 사안이

                                                   자못 부끄러운 얼굴 빛이 되었다고 하네. 나는 산에 있을 때도 본디 원지의 큰 뜻이 없

                                                   었거니와                                                                                                        

위소초 즉고야 시유상류자 우의가이   소초같은 보잘 것 없는 인물이 되었으니 (참으로) 고루하다고 할 만 하네. 이는 사안의

                                                   고사와 유사한 면이 있다고 할 것 일세. 또 의가(醫家)에서는                                    

원지전치심기 능발혼익협 여연래환    원지를 가지고 심기(心氣)를 다스려 혼몽과 협애함을 치료한다네. 내 여러 해          

심기 매이약 첩용원지 기공불감망 인  심기가 병들어 매양 약을 복용할 적에 원지를 복용했으니 그 공을 잊을 수 없다네.       

추류이인기의 치심지설 역유자상담    이 일로 '원지'라는 약의 의미(뜻을 크게 함)까지 취했으니 치심(治心)에 관한 말은 우

                                                   리 유자들이 항용하는 말이잖은가?                                                                      

여차수의 개가위재호 이사후서산적    '원지'란 재호(齋號)는 이런 내용들과 어울린다고 할 수 있을 것일세. 게다가 정사 뒤 서

                                                   산에 마침                                                                                                       

산원지 매산우시지 청취수가조위정    원지가 나서 매양 산비가 내릴 때면 청취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정사의                       

사유취 수명정사왈 원지 취기실야 오  그윽한 아취를 도와주기에 마침내 정사 이름을 '원지'라 했으니 원지가 있는 곳에 지은 

                                                   정사란 뜻을 취한 것이기도 하다네."                                                                    

호 원자 근지적야 지자 심지소지야 아아, 먼 것은 가까운 것이 집적된 것이요. 뜻이란 마음이 가는 것이다.                      

하사방지우 고왕금래지주 가위원의    상하사방과 고금왕래의 우주란 가히 멀다 할 것 이나                                              

이오지심개득지언 지언고 유소완 완   내 마음이 모두 갈 수 있는 것이다. 갈 수 있기에 익힐 수 있고                                  

언고 유소락 낙언고 유소망 망자하 망 익힐 수 있기에 즐거운 바가 있고 즐거운 바가 있기에 잊을 수 있는 것이 있나니 잊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기실지소야 연명시왈 심원지자편 미   이 집의 협소함이다. 도연명의 시에 이르길 '마음이 멀면 땅은 절로 궁벽지다네' 했으니

사인 오수여귀 시위기 무인사월망전   이 이가 이미 나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 이상의 내용으로 기를 짓는다. 무인년(1578) 4

                                                   월 보름                                                                                                          

일일서                                          전날에 쓰다.                                                                                                   

                                                                                                                                                                       

우기 선조서애선생소작이병              이상의 기문은 선조인 서애선생이 짓고 쓰신 것으로                                               

서자 상게재벽상 중년견일 고금         일찌기 정사 벽 위에 걸려 있었는데 중간에 일실되었다. 하여 이제                            

초출우문집 정묘 소춘 십사대손         문집 중에서 (다시) 뽑아내어 정묘년(1987) 소춘(10월)에 십사대손                            

준하경서                                       준하가 삼가 썼다.                                                                                            

 

 

 

"그 집 얼마 주고 샀어?" "평당 얼마야?"

 

요즘 집은 그저 돈으로 환산되는 물건의 하나일 뿐이지, 삶의 의미를 지니는 가치체로서의 의미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재력과 권력의 상징체로서의 의미가 있지 않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삶의 의미를 지니는 가치체'라고 말하기에는 좀 어폐가 있는 것 같아요. '삶의 의미를 지니는 가치체'로서의 의미란 과시와 관계된 것이 아니라 반성과 관계되기 때문이지요.

 

이런 점에서 이따금 만나는 옛 집의 기문(記文)은 시사하는 바가 커요. 집을 한갖 재산이나 숙식의 공간으로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반성하는 공간으로 생각한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많은 세월을 집에서 보내는데 그 집에서 삶의 의미를 되돌아 볼 수 있다면 그 공간은 분명 물질적 공간을 넘어 정신적 의미를 지니는 소중한 공간이 될 거예요. 비록 그곳이 누추한 곳일지라도 말이지요.

 

사진은 안동 하회 마을에서 찍은 거예요. 서애 류성룡 선생이 '원지정사(遠志精舍)'라는 강학처(講學處)를 짓고 '원지'란 말을 왜 쓰게 되었는가에 대해 설명한 글이에요. 선생은 왜 '원지'란 말을 '정사'이름에 사용했을까요?

 

첫째 이유로 선생은 자신이 사안(謝安)과 유사한 면이 있기에 '원지'란 말을 쓰게 됐다고 말하고 있어요. 사안은 오랫동안 은거를 고집하다 환속하여 환온에게서 사마벼슬을 하게 됐는데, 이에 대해 안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학륭도 그런 사람중의 하나였죠. 어느 날 환온이 사안에게 원지(遠志)라는 식물과 소초(小草)라는 식물은 같은 것인데 왜 두 이름으로 불리냐고 물어보죠. 사안이 대답을 못하자 마침 옆에 있던 학륭이 이렇게 답해요. "산에 있으면 원지라 불리고, 산을 나오면 소초라 불립니다." 평범한 대답이 아니라 사안을 꼬집는 뼈있는 대답이었죠. 은거를 고집하기에 나름 원대한 뜻을 품은 인물인 줄 알았더니, 기껏 환속하여 환온에게서 사마 벼슬을 지내고 있느냐는 힐난이었던 것이죠. 선생은 자신이 사안처럼 처음부터 원대한 뜻을 품었던 사람도 아니며 출사를 해서는 더욱 더 보잘것 없는 사람이 되었다며, 전자에서는 사안과 다르지만 후자에서는 사안과 흡사한 면이 있어 원지소초의 고사를 사용하여 정사의 이름을 삼았다고 말하고 있어요. 자신의 능력과 처세를 돌아보기 위한 거울로 '원지'라는 정사명을 사용했다고 볼 수 있을 거예요.

 

둘째 이유로 선생은 자신의 병을 치유하면서 사용한 원지라는 약과 그 약명에서 의미를 취해 '원지'란 정사명을 삼게 됐다고 말하고 있어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 준 약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기 사용했다는 것이죠. 이는 '원지'라는 정사명을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관리하겠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거예요.

 

세째 이유로 선생은 정사 주변에 난 원지의 그윽함때문에 정사명을 '원지'로 삼게 됐다고 말하고 있어요. 이는 가장 단순한 이유라고 볼 수 있는데, 다소 견강부회하자면, 여기서 선생의 실사구시적인 면모를 볼 수 있어요. 허황된 생각이 아니라 실제에 즉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엿볼 수 있는 것이지요. '원지'라는 정사명을 통해 실사구시적 학문자세를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선생은 '원지'라는 이름을 단 이곳이 강학의 장소라는 점을 되새기고 있어요. 원대한 뜻[원지]이란 모든 시공[우주]을 넘나드는 공부를 하고자 하는 것이며 이에 몰입하는 즐거움을 갖게 되면 더 이상 외물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를 얻게 된다고 말하고 있죠. 이는 자신만의 생각이 아니며 이미 오래 전 도연명이 언급했다며 달성 가능하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어떤가요? 한 집의 이름에 이런 정도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 공간은 더 이상 흙과 돌과 나무를 쌓아올려 만든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아름답고 뜻있는 공간이 되겠지요? 이런 곳이 진정 사람사는 공간 아닐까요? 물론 이 '원지정사'가 일반 생활 공간과 다른 강학처의 성격이 있기에 더 의미를 부여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꼭 그런 이유만으로 이 공간에 여러 의미를 부여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거예요. 기본적으로 사람이 사는 공간은 인격 수양을 위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고 '원지정사'는 강학처로서의 의미를 더 담아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거예요.

 

원지정사. 사진 출처: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539905

 

 

기문의 내용을 대표하는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辶(걸을 착)과 袁(옷길 원)의 합자예요. 긴 옷처첨 상호간의 거리[辶]가 멀다는 의미예요. 멀 원. 遠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遠近(원근), 遠大(원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心(마음 심)과 之(갈 지) 변형자의 합자예요. '마음이 가는 바'라는 뜻이에요. 행동하기 위한 마음 자세란 의미지요. 뜻 지. 志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志向(지향), 意志(의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집을 그린 거예요. 口는 집의 토대를 그린 것이고, 干은 벽채와 거주 공간을, 人은 지붕을 그린 거예요. 집 사. 舍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館舍(관사), 寄宿舍(기숙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艹(풀 초)와 樂(즐거울 락)의 합자예요. 병을 치료하는 약이란 뜻이에요. 전설에 의하면 신롱씨가 온갖 풀을 맛보고 약이 되는 것을 선별해 냈다고 해요. 그래서 艹로 뜻을 삼았어요. 樂은 음을 담당하면서(락→약)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병으로 고통받다 약을 먹고 나아서 기분이 좋다는 의미로요. 약 약. 藥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良藥(양약), 藥局(약국)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口(에워쌀 위)와 古(옛 고)의 합자예요. 사방을 견고하게 에워쌌다는 의미예요. 口로 뜻을 표현했지요. 古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견고하게 에워싼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한다는 의미로요. 굳을 고.'본디, 고루하다'란 뜻으로도 사용하는데 모두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본디 고. 고루할 고. 固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堅固(견고), 固所願(고소원), 固陋(고루)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殹(앓는소리 예)와 酉(酒의 약자, 술 주)의 합자예요. 아파하는 사람을 술을 사용하여 치료해주는 사람, 즉 의원이란 뜻이에요. 의원 의. 치료할 의. 醫의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醫師(의사), 醫術(의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氵(물 수)와 台(怡의 약자, 기쁠 이)의 합자예요. 물이 아래로 흐르듯 정해진 경로에 따라 일이 잘 진행되도록 조처한다는 의미예요. 台는 음음 담당하면서(이→치)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정해진 대로 일이 잘 진행되어 기쁘다란 의미로요. 다스릴 치. 治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治安(치안), 治世(치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号(부르짖을 호)와 虎(범 호)의 합자예요. 호랑이의 울음 소리가 높고 날카롭다는 의미예요. 부르짖을 호. 号와 號는 통용해요. 號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口號(구호), 號角(호각, 호루라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羽(깃 우)와 卒(죄수 졸. 보통 '마칠 졸'로 많이 사용하죠)의 합자예요. 깃털 색깔이 푸른 새, 즉 물총새를 가리켜요. 羽로 뜻을 표현했죠. 卒은 음을 담당하면서(졸→취)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푸른 색으로 물들인 죄수의 옷처럼 물총새의 깃털이 그렇게 푸르다란 의미로요. 죄수의 옷을 푸른 색으로 물들인 것은 그들을 다른 이들과 구별짓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죠. 물총새 취. 푸를 취. 翠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翠鳳(취봉, 물총새와 봉황. 천자의 깃발을 꾸미는 장식), 翠竹(취죽, 푸른 대나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走(달릴 주)와 取(취할 취)의 합자예요. 신속하게 일에 임한다는 의미예요. 走로 뜻을 표현했어요. 取는 음을 담당하는데 뜻도 일부분 담당하고 있어요. 取는 본시 잽싸게 물건을 움켜쥔다는 의미인데, 그렇듯이 신속하게 일에 임한다는 의미로 본뜻을 보충해주고 있는 것이지요. 추창할 취. '뜻 취'로도 많이 사용하는데, 이 경우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빨리 가려는 생각을 한다는 의미로요. 趣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趣向(취향), 趣味(취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王(玉의 변형, 구슬 옥)과 元(翫의 약자, 가지고놀 완)의 합자예요. 구슬을 가지고 논다는 뜻이에요. 장난할 완. 여기서는 '익히다'란 의미로 쓰였는데,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가지고 놀며 익힌다는 의미로요. 익힐 완. 玩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玩具(완구), 玩賞(완상)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거치대에 올려 놓은 북을 그린 거예요. 木은 거치대, 白은 큰 북, 幺幺는 작은 북을 그린 거예요. 보통 '음악 악'으로 사용하는데 음악 연주시 대표적인 악기의 하나인 북을 그려 음악이란 의미를 표현한 것이죠. '즐거울 락, 좋아할 요'로도 사용하는데 모두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음악을 연주하면 즐겁고, 또 음악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란 의미로요. 樂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音樂(음악), 娛樂(오락), 樂山樂水(요산요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心(마음 심)과 亡(도망할 망)의 합자예요. 마음 속에서 도망했다, 즉 기억하지 못한다란 의미예요. 잊을 망. 忘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忘却(망각), 備忘錄(비망록)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扌(손 수)와 少(적을 소)의 합자예요. 손에 도구를 들고 특정 물체를 집어 낸다는 의미예요.  扌로 뜻을 표현했지요. 少는 음을 담당하는데(소→초)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그렇게 집어내는 물체의 숫자는 적다는 의미로요. 뽑을 초. 抄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抄錄(초록), 抄譯(초역)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멀 원   뜻 지   집 사   약 약   본디 고   치료할 의    다스릴 치   부르짖을 호   푸를 취

   뜻 취   익힐 완               즐거울 락               잊을 망      뽑을 초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備(   )錄   (   )味   (   )賞   (  )譯   口(   )   娛(   )      (   )竹   (   )局   (   )安   (  )師   館(   )   (   )近   (   )所願

 

3. 다음을 읽고 풀이해 보시오.

  

   上下四方之宇  古往今來之宙  可爲遠矣  而吾之心皆得之焉  之焉故  有所玩                         

   玩焉故  有所樂  樂焉故  有所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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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사진의 '이곳'은?

 

① 백두산 천지연      ② 지리산 천왕봉       ③ 성주산 할매바위

④ 가야산 석문봉      ⑤ 오서산 참새바위

 

 

올 여름 휴가엔 어디를 가실 생각인지요? 이 사람이, 먹고 살기 바빠 죽겠는데, 철없이 얘기한다구요? 아, 그래도 좀 쉬면서 일하셔야죠. 쉬기 위해 일하는 거 아니겠어요? 죄송합니다. 계속 철없는 얘기해서...

 

딸 아이가 어찌하다 프랑스에 가 있는데 올 여름에 꼭 오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매정하게 안간다고 했어요. 대신 엄마를 보내겠노라고 했지요. 왜 안가냐구요? 음, 일단 비행기 타기가 너무 괴로워요. 그리고 굳이 내 땅에도 산있고 물 있는데 뭐하려 남의 나라까지 갈 필요가 있나 싶은 거예요.

 

아무래도 전 우물안 개구리인가봐요. 뭐하러 대붕처럼 힘들게 만리장천을 난데요? 우물 안에도 놀거리가 많은데... 여전히 철없는 소리만 하죠?

 

이번 여름철에도 저의 휴가 생활은 뻔해요. 그냥 집 주변의 산을 아침 저녁으로 다니고 낮에는 그늘에서 쉬다 책 읽고 낮잠 자고... 그러면 휴가 끝나겠죠. 할수만 있다면 마음 맞는 이들과 도보로 우리 산하를 돌아보고 싶은데, 이제 어느정도 나이가 먹어서, 실행으로 옮기기엔 어려울 것 같아요. 혹 마음이 내키면 차로 2시간 내외의 거리에 있는 산에나 가볼까 생각 중예요. 2시간 넘게 운행하는 것은 질색이거든요.

 

 

사진은 가야산의 석문봉 표지석예요. 정답을 맞추셨나요? 표지석의 내용을 한 번 읽어 볼까요? "내포의 정기가 이곳에서 발원하다." '내포'는 바다나 호수가 육지로 쑥 들어온 곳을 말하는데 흔히 충청도 서북부를 지칭하는 말이지요. 구체적으로는 가야산 앞 뒤의 열개 고을(홍주, 결성, 해미, 태안, 서산, 면천, 당진, 덕산, 예산, 신칭)을 가리켜요. '정기'는 만물에 갖추어져 있는 순수한 기운이란 뜻이고, '발원'은 발생하여 일어난 근원이란 의미예요. (다 알고 계시죠?)

 

 

석문봉에서 서해 바다쪽을 보면 내포 지역의 특징을 확연히 알 수 있어요. 이곳을 흔히 '비산비야(非山非野)'라 하여 산도 아니고 들도 아닌 지역이라고 하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면, 그것을 실감하게 돼요. 산도 아니고 들도 아닌 애매한 높이의 산들이 즐비하거든요.

 

충청도 사람들은 대개 입장 표명을 모호하게 하기로 유명한데 이것도 아마 이런 지형적 특성에서 유래한 것 아닌가 싶어요. 사람도 자연의 일부일진대 산야의 영향을 어찌 아니 받을 수 있겠어요. 모호한 것을 부정적으로 보면 불분명하다고 할 수 있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극단을 피하고 중도를 취하려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성향은 이번 선거에도 나타났지요.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대거 낙선하는 속에서 유독 충청도에서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많이 당선됐지요. 전국적인 추세와는 좀 다른 성향이죠. 이것을 굳이 좋게 본다면 중도 성향이 발휘돼서 그런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내포지역을 가지고 충청도 전체의 성향을 싸잡아 언급한 것이 됐네요. 그러나 그리 확대 해석한 것도 아닌 것 같아요. 경상도나 강원도에 비겨 확실히 충청도의 산은 좀 약한 면이 있고, 전라도에 비해서는 들[野]이 또 약한 면이 있지요. 이런 점에서 충청도에서는 대권을 차지 할 인물이 나오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리더는 확실한 색깔의 카리스마가 필요한데, 이런 카리스마와 충청도 기질은 영 어울리지 않아 보이거든요. 충청도는 정치적 큰 인물보다는 문화적으로 큰 인물이 나올 지역이 아닌가 싶어요. 중도와 균형의 온화한 품성이 발휘될 분야는 문화 아니겠어요?

 

 

이야기가 너무 곁으로 샜네요. 한자를 하나씩 읽어 볼까요? 內는 안 내, 浦는 물가 포, 精은 정기 정, 氣는 기운 기, 發은 필 발, 源은 근원 원이에요. 浦와 精과 發만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나머지는 좀 익숙한 글자지요?

 

는 水(물 수)와 甫(씨 보, 남자의 미칭)의 합자예요. 남자의 미칭(美稱, 아름다운 칭호)처럼 비옥한 좋은 땅이 있는 강이나 바다 혹은 호수 근처의 땅이란 의미예요. 물가 포. 浦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浦口(포구), 木浦(목포, 지명)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米(쌀 미)와 靑(푸를 청)의 합자예요. 선별해 낸 좋은 쌀이란 의미예요. 靑은 藍色(남색)에서 취한 것으로 본래 색깔인 남색보다 색이 선명하기에 '좋다, 뛰어나다'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이 의미로 사용됐어요. 아울러 음도 담당해요(청→정). '정기'란 뜻은 본 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정기란 가장 핵심적이고 뛰어난 기운이란 의미인데 여러 쌀 중에서 골라낸 좋은 쌀이란 의미에서 이런 의미가 연역된 것이지요. 精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精粹(정수), 精力(정력)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弓(활 궁)과 癹(짓밟을 발)의 합자예요. 풀을 짓밟아 길을 평탄하게 만들듯이 활 시위를 적절히 유지하여 활을 쏜다는 의미예요. '피다'란 뜻으로도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활을 쏘듯이 꽃봉오리가 열린다는 의미로요. 쏠 발. 필 발. 發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出發(출발), 發射(발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물가 포   精 정기 정   필 발

 

2. (   )안에 들어 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口   (   )射   (   )粹

 

3. 산야기질론(山野氣質論, 산야와 사람의 기질이 관계있다는 생각)에 대한 의견을 말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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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수타 짜장면

 

   시작 : 오전 11:00

   마감 : 저녁 21:00

 

  ※ 대기하실 분은 이름과 인원수를 적어 주시겠어요? 

 

 

 이 음식점은 손님이 무척 많은 가봐요. 기다리려면 이름과 인원수를 적어 달라고 하네요. 얼마나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기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네요. (사진은 아내가 모처에 갔다가 찍어 온 것이에요. 요즘 아내의 취재 덕을 톡톡히 보고 있어요.)

 

그런데 안내판을 보니 좀 아쉽네요. '명품'은 '名品'으로 표기해야 하는데 '明品'으로 표기했고, 시간은 굳이 영어로 표기하지 않아도 될 듯 싶은데 영어로 표기했고, 아래의 요청 문구에선 띄어쓰기가 잘못되어 있군요(대기하실손님은→대기하실 손님은). 안내판을 바꾸면 어떨까 싶어 첫머리에 바꾼 내용의 안내판을 적어 봤어요. 좀 나아 보이지 않나요? ^ ^

 

이 안내판은 우리의 혼란스런 언어 사용 현실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듯 해요. 한자 교육의 부실로 인한 한자 표기의 오류[明品], 한글 전용 강조로 인한 이상한 한글 단어[손짜장]의 사용, 어려운 맞춤법 규정으로 인한 띄어쓰기 오류[대기하실손님은], 그리고 과도한 영어 표기[OPEN~PM]가 그것이에요. 이 안내판을 내건 상점을 비웃을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되려 우리의 혼란스런 언어 사용 현실을 보여줘 반성하게 만들기에 고마운 마음이 들어요.

 

이런 혼란스런 언어 사용 현실의 진원지는 어디 일까요? 아무래도 우리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사람들 아닐까요? 윗 물이 맑으면 아랫 물도 맑은 것은 고금의 진리. 주류를 이루는 사람들이 혼란스럽게 언어를 사용하니 밑에 있는 사람들도 혼란스럽게 언어를 사용하는 거겠지요.

 

 

 

오늘은 品자만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明(밝을 명)과 名(이름 명)은 잘 아시죠?

 

은 물건을 의미하는 뜻으로도 사용하고, 사람이 많다란 의미로도 사용해요. 물건을 의미할 때는 口가 물건을 그린 것으로 보고, 사람이 많다는 의미일 때는 口를 사람의 입으로 봐요(입이 세 개 있다는 것은 단지 세 사람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고 많이 있다는 의미예요. 한자에서 三, 十, 百, 千, 萬은 꼭 그 숫자만 뜻하는게 아니고 많다라는 뜻으로 사용해요). 물건 품. 뭇 품. 品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品種(품종), 品物(품물, 만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오늘은 정리 문제를 아니 내겠습니다.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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