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없어 못먹겠구나!"
생전의 어머니께서 위암때문에 식이요법을 하실 때 하신 말씀이에요. 저염식 혹은 무염식이다보니 음식 드시기가 힘드셨던 것 같아요. 얼굴을 찡그리시던 어머니의 얼굴이 눈에 선하네요.
'맛'없는 음식은 참 먹기 힘들죠. 설령 그것이 건강에 좋다고 해도 말이에요. '맛'은 음식의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이 경우 꼭 조미료나 좋은 재료가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재료들을 어떻게 배합하느냐가 관건이죠. (안타깝게도 어머니가 드시던 식이요법의 음식들은 그 맛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음식이었기에 드시기가 힘드셨던 것 아닌가 싶어요. 단순히 저염식 무염식의 문제는 아니었지 않나 싶어요.)
이런 점에서 '맛'은 문화와 관계된다고 볼 수 있을 거예요. 문화는 감성만으로 성립되지 않고 이성과의 조화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죠. 맛을 제대로 낸 음식을 만들기 위해선 단순히 재료의 맛을 느끼는 감성만으론 어렵고 맛을 이해하고 조화시키는 이성의 훈련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겠어요?
음식의 맛이 문화와 관계된 것이라면, 맛은 문화의 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거예요. 예술에도 맛이 있을 수 있고, 문학, 정치, 과학, 그리고 사람의 품격에도 적용될 수 있겠지요. 맛있는 예술, 맛있는 문학, 맛있는 정치, 맛있는 과학, 맛있는 사람...
그런데 이런 맛은 과불급이 없는 '중용'과 매우 관계가 깊다고 볼 수 있어요. 과하게 돼도 제 맛을 낼 수 없고 불급해도 제 맛을 낼 수 없기 때문이지요. 음식도 그렇고 예술도 그렇고 문학도 과학도 정치도 그리고 사람도 그렇지요. (이상의 논의는 김용옥 선생의 『중용, 인간의 맛』에서 시사점을 얻었어요.)
사진은 어느 음식점의 창가에 붙은 광고 스티커를 찍은 거예요. '끽미'라고 읽어요. '먹는 맛'이란 의미예요. '맛'이란 말이 새삼스럽게 와닿아 몇 마디 중얼거려 보았어요. 끽(喫)은 먹을 끽, 미(味)는 맛미라고 읽어요. 글씨 배경에 게장이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게장 정식을 파는 집인 것 같더군요. '먹는 맛'이 있다고 써 붙인걸 보니 이 집은 중용의 미학을 잘 발휘한 '맛'있는 게장을 내놓는가 봐요.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喫은 口(입 구)와 契(맺을 계)의 합자예요. 깨물어 먹는다는 의미예요. 口로 뜻을 표현했고, 契는 음을 담당하는데(계→끽)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깨물어 먹을 적에는 위 아래 이빨과 입술이 서로 맞붙게 된다는 의미로요, 먹을 끽. 喫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喫煙(끽연), 喫茶(끽다)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味는 口(입 구)와 未(아닐 미)의 합자예요. 시고 짜고 맵고 달고 쓴 다섯가지 맛이란 의미예요. 맛은 입으로 맛보기에 口로 뜻을 표현했어요. 未는 음을 담당해요. 맛 미. 味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味覺(미각), 調味料(조미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喫 먹을 끽 味 맛 미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覺 ( )煙
3. '맛있는 사람'에 대한 정의를 써 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