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오래 살고 싶으신지요? 한 오백년?
뭔 저주받을 소리냐구요? 그러게요... 죄송합니다. 그래도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은 분명 있으시죠? 만일 그런 생각이 없으시다면 임께선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실 거예요. ① 생사를 초월한 도인 ② 삶이 고통스러운 병자이거나 극빈자 ③ 삶을 피상적으로 생각하는 낭만주의자 ④ 기타.
④번이 너무 광범위하지 않냐구요? 그러게요... 대표적인 예 빼고는 다 '기타'로 짚어넣어야 이의제기가 없을 것 같아서요. ^ ^
요컨대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살고자 하는 의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본능적으로 갖고 있는 욕구일 거라는 점이에요. 늘 병으로 골골거리며 "얼른 죽어야지!"하는 노인에게도 돌아가시라고 하면 발끈 화를 낸다잖아요? 인간에게 있어 살고자하는 의지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욕구인 것이지요.
하지만 생명은 한계가 있기에 태어나면 언젠가 죽기 마련이죠. 그러나 그 죽을 날이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기에 우리는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연히 오래, 아니 영원히 살 것 같은 생각으로 삶을 살아가죠. 또 그러길 기원하구요.
막연히 오래, 아니 영원히 살 것 같은 생각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삶의 모습은 어떠 할까요? 모르긴해도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고 오늘과 내일이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만일 우리가 언제 죽는다는 것을 확실히 안다면 어떨까요? 이전의 삶과는 확연히 다른 삶을 살지 않을까요? 자포자기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매 순간 순간을 의미있게 살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싶어요. 비록 모든 처지가 뜻과 같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다 하더라도 말이예요. 그렇지 않을까요?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는 우리가 언제 죽는다는 것을 확실히 알지 못하죠. 그러기에 많은 경우 삶을 너무 낭비하며 살아가는 것 같아요. 이런 낭비의 삶을 막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부질없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매일 매 순간이 내 삶의 마지막이다란 생각을 하며 사는 것이 그 방법 아닐까 싶어요. (이런, 듣기에 따라서는 이 사진의 주인공 분들이 그렇게 살고 있지 않다고 비판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네요. 제가 그런 의도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계시죠?)
좀 무거운 얘기를 했죠? 사진을 보니 문득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 떠올라 주절댔어요. 사진은 지인의 부모님 팔순연에서 받은 감사 선물(수건)을 찍은 거예요. 한자를 왼쪽부터 읽어 볼까요? 만수무강(萬壽無疆), 산수(傘壽), 여사(女史)라고 읽어요. 만수무강은 '끝없이[無疆] 오래 살다[萬壽]'란 뜻이고, 산수는 '80세'를 달리 부르는 명칭이에요. 傘은 약자로 八(팔)과 十(십)의 합자 형태로 씌여지기에 80세란 의미로 사용해요. 여사는 본래 사회 활동이 왕성한 여인을 높여 부르는 말인데, 여기서는 단순히 결혼한 여인을 높여 부르는 말로 사용했어요. 이참에 나이를 부르는 명칭들을 한 번 살펴 볼까요?
○ 弄璋之慶(농장지경: 구슬 장난감을 가지고 놀 아이의 탄생을 축하함. 사내 아이의 탄생)
○ 弄瓦之慶(농와지경: 실패를 가지고 놀 아이의 탄생을 축하함. 여자 아이의 탄생)
○ 提孩(제해: 어린 아이를 안아 줌. 2~3세)
○ 志學(지학: 학문에 뜻을 둠. 15세. 공자의 회고담에서 유래)
○ 瓜年(과년: 瓜를 파자하면 '八(여덟 팔)' 2개가 되므로 16세를 의미. 여성의 나이에만 사용)
○ 弱冠(약관: 갓을 쓴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은 미약하다는 의미. 20세)
○ 而立(이립: 자립 함. 30세. 공자의 회고담에서 유래)
○ 不惑(불혹: 외물에 미혹되지 아니 함. 40세. 공자의 회고담에서 유래)
○ 桑年(상년: 桑의 속자는 十(열 십)자 3개 밑에 木(나무 목)을 쓰는데 이를 파자하면 十이 4개에 八(여덟 팔)이1개가 되
어 48이란 의미가 됨. 48세)
○ 知天命(지천명: 하늘의 명을 알다. 50세. 공자의 회고담에서 유래)
○ 耳順(이순: 귀가 순해지다. 어떤 말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수용함. 60세. 공자의 회고담에서 유래)
○ 還甲(환갑: 본래 태어난 간지로 돌아 옴. 61세)
○ 華甲(화갑: 華를 파자하면 十(열 십) 6개와 一(한 일) 1개가 되어 61이란 의미가 됨. 61세)
○ 進甲(진갑: 새로운 갑자로 나아 감. 62세)
○ 破瓜(파과: 瓜를 파자하면 '八(여덟 팔)' 2개가 되는데, 이를 여성의 나이에 적용할 때는 16세의 의미로 사용하고, 남성
의 나이에 적용할 때는 64세의 의미로 사용함. 64세)
○ 從心(종심: 마음가는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음. 70세. 공자의 회고담에서 유래)
○ 古稀(고희: 옛날부터 드물다. 70세. 두보의 시에서 유래)
○ 望八(망팔: 80세를 바라본다는 의미. 71세)
○ 喜壽(희수: 喜(기쁠 희)가 초서로 연이어 '七十七(칠십칠)'처럼 씌여지기에 77세란 의미로 쓰임. 77세)
○ 傘壽(산수: 傘(우산 산)의 약자를 八(여덟 팔) 밑에 十(열 십)의 형태로 쓰기에 80세란 의미로 쓰임. 80세)
○ 半壽(반수: 半을 파자하면 八十一(팔십일)이 되어 81세란 의미로 쓰임. 81세)
○ 望九(망구: 90세를 바라본다는 의미. 81세)
○ 米壽(미수: 米를 파자하면 '八十八(팔십팔)'이 되어 88세란 의미로 쓰임. 88세)
○ 卒壽(졸수: 卒의 속자가 九(아홉 구) 밑에 十(열 십)을 쓰기에 90세란 의미로 쓰임. 90세)
○ 凍梨(동리: '언 배'라는 뜻으로, 90세가 되면 '언 배'같은 반점이 얼굴에 생긴다는 의미에서 90세란 의미로 쓰임. 90세)
○ 望百(망백: 100세를 바라본다는 의미. 91세)
○ 白壽(백수: 百(일백 백)에서 一을 빼면 白이 되는데 '99세'란 의미로 쓰일 수 있어 99세란 뜻으로 사용. 99세)
(이상 http://blog.daum.net/chongmug1030/7472488 참고 정리)
앞으로 평균 수명 100세를 바라본다고 하니 白壽이외의 신조어가 만들어져야 할 것 같아요.
낯선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壽는 老(늙을 로)의 변형과 疇(밭두둑 주)의 변형이 합쳐진 글자예요. 기다란 밭두둑[疇] 처럼 오랜[老] 세월을 지내온 사람이나 일을 가리키는 의미예요. 일반적으로 '목숨'이란 뜻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오랜 세월을 지내온 사람'이란 본뜻에서 나온 의미예요. '목숨'에는 단순히 살아 있다는 의미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살아 있었다는 본뜻의 의미가 내포돼 있어요. 수할 수. 목숨 수. 壽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長壽(장수), 壽福(수복) 등을 들 수 있겠네요.
疆은 본래 畺으로 표기했어요. 田(밭 전) 사이에 경계를 의미하는 一을 그어 땅과 땅 사이의 경계를 나타냈지요. 현재의 글자의 왼쪽 부분은 음 부분으로 후에 추가된 거예요. 지경 강. 疆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疆域(강역, 국경), 疆上(강상, 국경 근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傘은 사람이 우산을 펴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 거예요. 十은 우산을 들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상단의 人은 우산 지붕을, 十 좌우의 人 네개는 우산 살을 표현한 거예요. 우산 산. 傘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雨傘(우산), 陽傘(양산)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壽 목숨 수 疆 지경 강 傘 우산 산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域 雨( ) ( )福
3. '평균 수명 백세 시대'의 명암에 대해 말해 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