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양이 되었다 한 번 음이 되는 것, 그것을 도라 한다(一陰一陽之謂道)."
세계가 블랙시트 충격에 휩싸여 있죠. 설마하던 일이 현실로 드러나자 어쩔줄 몰라 하고 있죠. 블랙시트에 찬성표를 던졌던 사람조차 "내가 무슨 짓을 한거야?"라며 혼란스러워 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다소 한가하게 세상을 관조하는 제가 보기엔, 블랙시트는 너무도(?)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에요. 무슨 헛소리냐구요? 『주역』에선 "한 번 양이 되었다 한 번 음이 되는 것, 그것을 도라 한다"고 말해요. 세상사는 한 방향으로 지속되지 않고 변하기 마련이라는 거죠. 이렇게 보면 신자유주의로 국가간 무역 장벽을 없애 하나가 되었던 경제 체제는 다시 보호무역주의로 국가간 장벽을 쌓는 경제 체제로 변화한다고 볼 수 있어요.
영국은 그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 뿐이라고 봐요. 이후 영국과 같이 자국 중심적인 경제체제로 돌아서는 국가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에요. 보태어 신자유주의로 많은 자본을 축적했던 다국적기업이나 대기업은 좀 어려워질 것이고 반면에 힘들게 생활했던 서민들은 생활이 좀 나아질 것이라고 봐요. 무슨 객관적 자료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치상 그럴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이 황당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리 틀린 말은 아니라고 여기실 거예요.
"나뭇잎 하나 떨어지나니 천하에 가을이 왔음을 알겠네(一葉落知天下秋)"라는 말이 있죠. 영국의 블랙시트는 바로 보호무역주의라는 가을을 알리는 그 한 낙엽이에요.
다소 좀 핀트가 어긋난 얘기를 하나 하고 싶어요. 이번 블랙시트를 보도하는 언론을 보니 참 문제가 많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더군요. 신자유주의를 그렇게 반대했던 언론조차 영국의 블랙시트를 걱정하고 있더란 말이죠. 어찌보면 신자유주의에 금을 가게 하는 영국의 행동을 칭찬해야 할텐데 말이에요. 시류에 편승하는 보수 언론이야 말할 가치가 없지만 이른바 진보 언론이라는데서까지 그런 걱정을 하니 이거 참 무지랭이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난감하더군요.
사진은 어느 음식점에 찍은 숟가락 봉투예요. "고월조심지 홍엽하추정(高月照深池 紅葉下秋庭)"이라고 읽어요. "높이 뜬 달 깊은 연못 비추는데, 붉은 낙엽 가을 뜨락에 떨어지네"라고 풀이해요. 깊어가는 가을 밤의 정취를 읊은 내용이에요. 시구를 대하니 가을 밤의 낭만적 정서보다는 시대(현실) 변화가 먼저 떠오르고 최근에 회자되는 블랙시트가 겹쳐서 헛소리 몇 마디 했네요.
照와 深, 葉과 庭이 좀 낯설어 보이는군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할까요?
照는 灬(火의 변형, 불 화)와 昭(밝을 소)의 합자예요. 불빛을 환하게 하여 비춘다는 의미예요. 비출 조. 照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照明(조명), 照度(조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深은 본래 지금의 호남성(湖南省) 남산현(藍山縣) 동쪽에서 발원하여 서쪽의 영수(營水)로 합류하는 물 이름이었어요. 지금은 주로 본뜻에서 연역된 '깊다'란 의미로 사용하고 있죠. '깊다'란 의미는 심수(深水)의 수량이 많은데서 연역된 거예요. 氵(물 수)로 뜻을 표현했고 오른 쪽 부분은 음을 담당해요. 깊을 심. 深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淺深(천심), 深化(심화)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葉은 艹(풀 초)와 枼(葉의 약자, 잎사귀 엽)의 합자예요. 초목의 잎사귀란 의미예요. 본래 葉하나로만 쓰이다 초목의 잎사귀란 의미를 확실히 표현하기 위해 艹를 부가했지요. 현재는 다시 艹를 뺀 상태로 사용하고 있어요. 잎사귀 엽. 葉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落葉(낙엽), 葉書(엽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庭은 广(집 엄)과 廷(조정 정)의 합자예요. 조정처럼 넓은 장소와 거주하는 집이 함께 있는 공간이란 의미예요. 뜰 정. 庭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庭園(정원), 家庭(가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照 비출 조 深 깊을 심 葉 잎사귀 엽 庭 뜰 정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書 家( ) ( )明 ( )化
3. 다음을 읽고 풀이해 보시오.
高月照深池 紅葉下秋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