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지(廢寺址)에 가보셨나요?

 

모든 것은 영고성쇠(榮枯盛衰)를 겪기 마련이죠. 폐사지는 고(枯)와 쇠(衰)에 해당하는 증표일 거예요. 한때 번성했던 것들이 시들은 자취만 남기고 있는 폐사지는 찾는 이들에게 기쁨보다는 슬픔을 안겨주죠. 출발보다는 종점을 먼저 생각하게 하고, 같은 선상에서 삶 보다는 죽음을 먼저 생각하게 하죠. 그리 즐거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장소가 아닌 것은 분명해요. 그러나 모든 것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연관된 것임을 생각할 때 종점은 곧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고 죽음은 곧 새로운 삶을 의미한다고 볼수도 있을 거예요. 이런 생각으로 폐사지를 찾으면 그저 슬픈 감정만 들지는 않을 것 같아요. 슬픔 속에서 새로운 기쁨을 찾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주말 모처럼만에 주변을 벗어나 보령을 갔는데, 간 김에 성주사지(聖住寺址)를 찾았어요. 통일신라말 선문구산(禪門九山)중의 하나였고 2대에 걸쳐 왕사를 지낸 무염(無染)대사가 주석했던 곳인데 지금은, 사진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잡초만 무성해요. 당시의 융성했던 성주사의 위세(?)를 보여주는 것은 무염대사의 추모비 뿐예요.

 

 

 무염대사 추모비의 정확한 명칭은 '성주사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聖住寺朗慧和尙白月葆光塔碑)'예요. 대사 입적 후 2년 후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1,00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여전히 웅장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요. 비문을 지은이는 최치원 선생이고 글씨를 쓴 이는 최인곤 선생이예요. 이 비는 최치원 선생의 사산비명(四山碑銘)중의 하나로 고대사 특히 통일 신라 말기를 연구하는데 귀한 자료가 되고 있지요.

 

무염대사의 추모비에서 제가 가장 인상깊게 읽은 구절은 "마음이 비록 몸의 주인이기는 하나 몸이 또한 마땅히 마음의 스승이 되어야 한다(心雖是身主 身要作心師)"였어요. 모든 것을 마음으로 귀결짓는 일반적인 불교의 가르침과 다른 말이기 때문에 관심이 가더군요. 더구나 대사가 선문구산의 한 파를 열었던 분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다소 의외이기까지 하구요. 이런 의외의 내용은 대사의 다른 말에도 나와요. "교 · 선이 같지 않다고 하는데 나는 그 다르다는 종지를 보지 못했다. 쓸데없는 말이 많은 것이고 나는 알지 못하는 바이다(敎禪爲無同 吾未見其宗 語本黟頤 非吾所知)." 대사가 구산선문의 일파를 열었기에 선종만 중시하고 교종을 경시했을 거라는 것은 막연한 선입관이에요. 대사는 결코 어느 일방만을 강조하지 않았어요. 그랬기에 심 · 신을 보는 관점도 어느 일방만을 강조하지 않고 양자의 조화를 강조했던 거라고 볼 수 있을 거예요.

 

대사의 말을 읽으니 생각은 절로 폐사지를 찾을 때의 느낌으로 연결되고 이는 다시 대사의 말을 변주하게 만들더군요. "종점은 곧 새로운 출발지이고 죽음은 곧 새로운 삶의 출발일 수 있다. 선종이 곧 교종이며 교종이 곧 선종이다. 몸이 곧 마음이며 마음이 곧 몸이다." 폐사지에서 성근 선입견을 떨치고 새로운 배움을 얻었어요. 이 역시 슬픔 속에서 기쁨을 얻은 것이라고 각색하여 말할 수 있을 거예요.

 

성주사는 본래 오합사(烏合寺)란 이름으로 불렸던 백제의 절이었는데 신라의 삼국통일후 폐사가 됐다가 무염대사가 주석하면서 성주사란 이름으로 개명하게 됐어요. 성주(聖住)란 의미는 성스런 인물이 인연따라 머물게 됐다란 의미예요. 문성왕(文聖王)이 하사한 이름으로 전해져요.

 

 

※ 위에서 나온 비문의 원문과 해석은 '한국금석문 종합영상정보시스템(http://gsm.nricp.go.kr)에서 인용했어요. 해당 자료를 읽고 비석의 원문과 대조해 보려 했는데 도저히 불가능(?)하더군요. 글씨가 너무 잔데다가 뚜렷하지 않아서요. 이러다보니 해당 인용구에 해당하는 사진도 찍을 수가 없었어요.

 

 

오늘은 위에서 등장했던 한자 중 가장 낯선 한자인 黟와 頤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는 果(과실 과)와 多(많을 다)의 합자예요.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과실처럼 기물(器物)이 많다는 의미예요. 많을 과. 黟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夥多(과다, 꽤 많음), 夥計(과계, 동업 혹은 상가의 회계 주임이란 의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턱'을 의미하는 글자예요. 본래 왼쪽에 있는 글자만으로 뜻을 표현했는데 후에 頁(머리 혈)이 추가되었죠. 턱은 머리 부분에 있다는 의미로요. 頁 왼쪽에 있는 글자를 좀 상세히 알아 보죠. 이 글자는 턱이 있는 뺨 부분을 측면에서 그린 거예요. ㄷ은 뺨을 그린 것이고,. 오른 쪽의 돌출 부분은 광대뼈를 그린 것이며, 중간의 ㅣ는 광대뼈 밑의 움푹 들어간 부분을 표시한 거예요. 턱 이. '어조사 이'로도 많이 사용해요. 이 경우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라고 볼 수 있어요. 어조사란 말을 돕는 말이란 뜻인데 턱은 씹는 것을 도와주는 부위이기에 이런 의미로 연역된 것이죠. 위 글 ― 語本黟頤 ― 에서도 '어조사 이'로 사용됐어요. 頤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頤使(이사, 턱으로 부린다는 뜻으로 남을 마음대로 부림을 이름), 頤和園(이화원, 서태후의 여름 별장)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많을 다   턱 이. 어조사 이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使   (   )多

 

3. 다음을 읽고 풀이해 보시오.

 

  心雖是身主 身要作心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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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하오 흐허 차 마?"

 

차 좋아 하시는지요? 커피를 좋아 한다고 하면 왠지 도시 취향이거나 싼 티가 나는데 차를 좋아 한다고 하면 왠지 전원 취향이거나 고상한 티가 나는 것 같아요. 저만의 편견일까요?

 

최근에 많이 마시는 차 중에 '보이차'가 있죠. 건강에 좋다고 하여 인기를 끌고 있는데, 듣자하니, 장복하면 거의 만병통치가 되는 것 처럼 선전하고 있더군요.

 

보이차는 중국 운남성의 대엽종 찻잎으로 만든 녹차긴압차(綠茶緊壓茶)예요. 살청(찻잎 덖기) · 유념(찻잎 비비기) · 발효 · 건조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데 오래 묵힐수록 그 진가가 드러나는 차(茶)이죠. 100년 정도 된 보이차도 있다고 해요.

 

보이차가 일반 차와 달리 '발효'라는 과정을 갖게 된데는 운남성의 지리적 특성이 작용했다고 전해져요. 폐쇄적이고 낙후된 운남성의 교통망 때문에 먼 지방까지 차(茶)를 운송하는 동안 차(茶)가 부스러지는 것을 방지하고 포장의 편의를 위해 소량의 깨끗한 물을 뿌리게 됐는데 이것이 발효를 일으켜 차 맛을 좋게 한 거예요. 뜻하지 않은 효과를 얻은 것이지요. 뒤에 이것을 제조 과정에 끼워 넣어 운남성 특유의 후발효차인 보이차가 탄생하게 됐다고 해요.

 

보이차는 제조기법을 중심으로 크게 생차와 숙차 두가지로 나눠요. 생차는 기본적인 제차공정외의 인공적인 손길없이, 찻잎을 거의 그대로 자연발효시킨 보이차를 말해요. 자연 발효가 가져다주는 특유의 맛과 효능 때문에 오늘 날 명성이 높은 보이차는 거의 대부분이 생차이죠. 하지만 생차는 숙성 기간이 10년 이상이 돼야만 제대로 된 보이차의 효능을 드러내기에 그 양도 많지 않고 가격도 높아요. 숙차는 미생물이 발생하기에 적절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해 주면서 짧게는 한달, 길게는 한달 보름을 속성으로 발효시킨 보이차를 말해요. 이렇게 만들어진 보이차는 자연 발효시킨 생차보다는 맛과 향기와 효능이 떨어지지만 숙성 시간이 대략 3년 이상이면 나름의 효능을 가지게 돼죠. 가격도 그만큼 저렴하구요.

 

보이차는 명나라 말기부터 널리 알려졌는데 청나라 때는 황실에 진상하는 차로 선정되기도 했어요(이상의 보이차에 관한 내용은 http://blog.daum.net/chinadnd/9914418에서 주로 인용했어요).

 

사진의 한자는 궁정보이(宮廷普洱)라고 읽어요. 궁정에 납품하는 보이차라는 뜻이겠는데, 그만큼 품질이 좋은 보이차라는 의미겠지요? 아내가 갖고 다니는 종이 가방에 씌여있는 글씨인데, 누군가에게 보이차를 선물받았던 가방인 듯 싶어요. (어, 그러고보니 언젠가 무슨 차를 먹으라고 내온 것 같은데, 그게 바로 보이 차?) 지금은 보이차 가방이 아니라 도시락 가방이 됐어요.

 

 

한자를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宀(집 면)과 呂의 합자예요. 宀은 집의 외곽을 呂는 창호(窓戶)를 표현한 거예요. 집 궁. 宮은 일반적으로 대궐이란 뜻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진시황이후부터 변화된 거예요. 이전에는 신분에 상관없이 宮이란 명칭을 사용했어요. 宮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宮闕(궁궐), 大闕(대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廴(길게걸을 인)과 壬(逞의 약자, 검속할 령)의 합자예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넓은 장소이면서 그 사람들이 몸가짐을 단정히 해야 하는 장소란 의미예요. 조정 정. 정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朝廷(조정), 法廷(법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並(나란할 병)과 日(날 일)의 합자예요. 햇빛이 사라져 일체의 색깔을 구분할 수 없는 똑같은 상태가 되었다란 의미예요. 넓을 보. 보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普遍(보편), 普通(보통)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氵(물 수)와 耳(귀 이)의 합자예요. 하남성(河南省) 노씨현(盧氏縣) 웅이현(熊耳山)에서 발원하여 육수(淯水)로 합류하는 물이름이에요. 氵로 뜻을 표현했고 耳로 음을 표현했지요. 물이름 이. 고유명사라 딱히 예로 들만한 것이 없군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집 궁. 대궐 궁     조정 정    넓을 보   물이름 이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廷   (   )遍   大(   )

 

3. 차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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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를 보셨나요?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지금, 절집은 하안거중예요. 8월 초가 해제일이죠. 그런데 뒷 얘기를 들어보니 스님들 중에 의외로 하안거(혹은 동안거)를 제대로 지내는 분들이 많지 않다고 하더군요. 이유는 절집도 사람사는 곳이라 각자의 소임이 있어 그 소임을 처리해야 절집이 돌아가기에 장기간 수행에만 집중할 수 없다는 거예요. 수행을 택해 속세의 소임을 버리고 출가를 했건만 소임 때문에 수행을 못한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에요.

 

 

그러나 소임때문에 하안거(혹은 동안거)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핑계인지도 모르겠어요. 정말 간절히 하안거(동안거)를 원한다면 소임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되지 않을까요?

 

 

스님들에게 하안거(혹은 동안거)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렇죠! 바로 '충전' 때문이죠. 한동안의 휴식 겸 성찰을 통해 '방전' 상태를 '충전'으로 되돌리기 위한 수행이 바로 하안거(혹은 동안거)인 거죠. 그렇게 충전이 되야 대중들 앞에서 사자후(獅子吼, 사자 울음)를 토할 수 있죠. 충전이 되지 않으면 사자후가 아니라 묘후(猫吼, 고양이 울음)만 토하다 나중엔 그마저도 사그러들 거예요.

 

 

이제 얼마 안있으면 학생들이 방학인데, 이 역시 '충전'의 시간이죠. 그러나 어른들이 잘못 만들어 놓은 시스템 때문에 방학이 되도 학생들이 '충전'의 시간을 갖지 못하죠. 정말 안타까운 일이에요. 제대로 자라야 될 싹들을 고의로(?) 말려 죽이고 있으니. 이 과보를 나중에 어떻게 받으려는 것인지... 그래도 간혹 용기있는 학생이나 부모는 과감히 틀을 깨고 스스로 '충전'의 시간을 만들기도 하죠. 이런 작은 균열들이 자꾸 생겨야 할 것 같아요. 지금으로선 꼬리를 잡아 몸통을 흔드는 이런 방법 밖에는 학생들을 고사시키는 시스템을 깨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모르긴해도 이렇게 스스로 틀을 깨는 학생들 중에 사자후를 토하며 우리의 미래를 이끌 인재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고 보면 우리의 미래가 아주 어둡지만은 않은 것 같기도...)

 

 

이런, 질문을 해놓고 엉뚱한 소리를 너무 많이 했네요. 사진의 바위 이름은 '얼굴 바위'예요. 자세히 보면 사람 얼굴처럼 보이죠?  이 바위 옆에 이 바위를 소개한 안내석이 있더군요(아래 사진).

 

 

 설명을 보고 다시 바위를 보니 정말 포효(咆哮)하는 듯한 얼굴 모양이죠? '포효'의 뜻은 아시죠? 그래도 굳이 소개하면 이래요. "사나운 짐승이 큰 소리로 으르렁거리거나 울부짖음. 사람이나 기계 자연이 매우 크고 세게 내는 소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또는 그 소리." 개인적으로는 '얼굴 바위'라고 하기 보다는 '포효 바위'라고 하면 어떨까 싶더군요. 이 '얼굴 바위'는 유달산 일등봉 올라가는 길에 있어요.

 

 바위를 바라 보면서 속으로 이런 말을 건넸어요. "바위여! 하많은 세월,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그대는 무슨 포효를 했는가? 시대마다 달랐겠지? 그대가 이 시대에 던지는 포효는 무엇인가?"

 

 

오늘은 포효의 한자를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는 口(입 구)와 包(쌀 포)의 합자예요. 맹수가 속에 가득한 기운을 목소리로 표출한다는 의미예요. 으르렁거릴 포. 咆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咆哮(포효), 咆號(포호, 咆哮와 유사 의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口(입 구)와 孝(효도 효)의 합자예요. 본래 돼지들이 놀라서 내지르는 소리란 의미였어요. 지금은 짐승들이 큰 소리로 울부짖는다는 일반적인 의미로 사용해요. 口로 뜻을 표현했고 孝는 음을 담당해요. 으르렁거릴 효. 哮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咆哮(포효), 哮吼(효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으르렁거릴 포   으르렁거릴 효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咆(   )   (   )吼

 

 

3. 본인이 토했던 '포효'가 있으면 소개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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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하오 쏭쫑지 마?"

"왜 꼭 송중기여야 해?"

 

 

중국어 학원 원어민 선생님은 송중기를 꽤 좋아하시나봐요. 한국 연예인을 예로 들 때 꼭 송중기를 들더군요. 저 보고 송중기를 좋아하냐고 묻길래 약간 심드렁하게 대답했어요. "뿌 타이 하오(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시더군요.

 

 

한 번은 직장에서 무슨 일로 연예인 사진을 장난삼아 출입문에 붙이게 됐는데, 동료 한 명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왜 꼭 송중기 사진이어야 하냐고 하더군요. 사진을 붙이려던 동료는 여성이었고, 반대를 표한 동료는 남성이었어요.

 

 

대체로 여성들은 송중기에게 호감이 많은 반면, 남성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꽃미남이라 시샘이 나서 그럴수도 있고 여성들이 좋아하니까 반대 급부로 싫어하는 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런, 겨우 두 사례 가지고 이렇게 확대 해석 하다니... 송중기가 이 얘기를 들으면 어이없어 하겠군.)

 

우리나라 연예인들의 아킬레스 건 중의 하나가 '병역'이죠. 병역 때문에 어떤 이는 매장되다시피 하고 어떤 이는 반대로 상승세를 타기도 하죠. 유승준, MC 몽 등이 전자라면, 송중기나 서경석 등은 후자라고 할 거예요. 그러나 대체로 '병역'은 연예인들의 무덤인 것 같아요. 많은 경우 군대를 다녀온 후에는 이전보다 인기를 얻지 못하는게 사실이죠. 이런 점에서 보면 송중기는 굉장한 행운아인 것 같아요. 군대를 다녀와 대중들에게 떳떳한 연예인이 됐고, 전역하자마자 군생활과 관련된 드라마(태양의 후예)에 출연해 전역을 다시 한 번 과시함과 동시에 인기를 되찾을 수도 있었으니 말이에요. 아마도 그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연예인들은 송중기를 무척 부러워했을 것 같아요.

 

 

사진은 송중기가 전역하면서 국방일보에 기고했던 글의 제목이에요. 글의 골자는 연예인에다 늦은 나이에 군에 입대해 어려움이 많았는데 부대장의 격려 말이 무척 힘이 되었다는 거였어요. 중에서도 '신독(愼獨)'이라는 말이 감명 깊었다고 말하고 있어요. 남의 눈치 의식하지 말고 내면의 양심에 충실하게 군생활하면 문제없을 거라고 했다는 거예요. 아마도 동료들의 질시와 부러움 섞인 과도한 관심에 힘들어했던 그에게 '신독'은 가뭄의 단비같은 말이었나 봐요.

 

저는 송중기의 어려움을 십분 이해할 것 같더군요. 신병 훈련시 한 스포츠 스타의 입대 훈련을 본 적이 있거든요. 그 스포츠 스타는 자신에게 쏠리는 관심에 어쩔줄 몰라 하더군요. 아마 송중기도 그랬을 거예요. 그런 그에게 외부 시선 의식하지 말고 내면의 양심에 충실하라는 부대장의 격려는 시의적절한 격려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지휘관이었던 것 같아요.

 

 

'신독'은 『중용』에 나오는 내용이죠. "도라는 것은 잠시도 떠날 수 없는 것이다. 떠날 수 있다면 도가 아니다. 이런 까닭에 군자는 그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경계하고 삼가며 그 들리지 않는 곳에서 두려워하고 두려워한다. 숨겨진 곳 보다 더 잘 보이는 곳은 없으며 미세한 곳 보다 더 잘 드러나는 곳은 없다. 하여 군자는 그 홀로있음을 삼가한다(道也者 不可須臾離也 可離 非道也 是故 君子 戒愼乎其所不睹 恐懼乎其所不聞 莫見乎隱 莫顯乎微 故 君子 愼其獨也)."

 

 

신 앞에 선 단독자와 같은 경지를 의미하는 '신독'은 수신과 처세의 기초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우리는 대개 남의 시선이 미치는 곳에서는 바르게 행동하려 하다가 그 시선이 사라지면 다른 사람이 되곤 하죠.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요. 신독은 그런 자신의 부끄러운 변화를 스스로 경계하라는 경고이죠. 그건 자신이 바로 도(道)의 담지자이기 때문이죠. 달리 말하면 자신이 곧 신이기 때문이죠. 도의 담지자요 신인 자신이 어찌 남의 시선이 미친다하여 바르게 행동하고 그렇지 않다 하여 그르게 행동할 수 있겠어요? 이렇게 보면 '신독'은 참으로 무서운 도덕률이에요. 차라리 신에게 모든 것을 의탁하여 잘하면 칭찬받고 잘못하면 용서받는 것이 훨씬 더 쉬운 일일 거예요.

 

 

송중기가 이런 '신독'의 의미를 깊이 체득했다면 앞으로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 불미스러운 일은 절대 벌이지 않을 것 같아요.

 

 

 

'신독'을 한자로 자세히 알아 볼까요?

 

 

은 忄(마음 심)과 眞(참 진)의 합자예요. 진실되고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일에 임한다는 의미예요. 삼갈 신. 愼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愼重(신중), 謹愼(근신)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은 犭(犬의 변형, 개 견)과 蜀(나라이름 촉)의 합자예요. 개들이 먹이를 놓고 서로 다툰다는 의미예요. 蜀은 음을 담당하면서(촉→독)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蜀은 본래 아욱 벌레란 뜻이에요. 이 벌레는 아욱을 다 먹어치워야 다른 아욱으로 옮겨가요. 그렇듯 먹이를 놓고 다투는 개들도 그 먹이가 다 없어져야 다툼을 그친다는 의미로 본뜻을 보충하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獨의 뜻인 '홀로'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한 개가 먹이를 다 차지한다는 의미로요. 홀로 독. 獨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獨立(독립), 獨島(독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보실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愼 삼갈 신    홀로 독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立   謹(   )

 

 

3. '신독'의 현대적 가치에 대해 말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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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6-29 1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송중기도 국방일보에 글을 게재한 적이 있었군요. 잘 생긴데다가 글까지 잘 쓰다니 부럽습니다. ㅎㅎㅎ

찔레꽃 2016-06-29 13:13   좋아요 1 | URL
cyrus 헌 하오 쏭쫑지! ^ ^
 

 "한 번 양이 되었다 한 번 음이 되는 것, 그것을 도라 한다(一陰一陽之謂道)."

 

 

 세계가 블랙시트 충격에 휩싸여 있죠. 설마하던 일이 현실로 드러나자 어쩔줄 몰라 하고 있죠. 블랙시트에 찬성표를 던졌던 사람조차 "내가 무슨 짓을 한거야?"라며 혼란스러워 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다소 한가하게 세상을 관조하는 제가 보기엔, 블랙시트는 너무도(?)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에요. 무슨 헛소리냐구요? 『주역』에선 "한 번 양이 되었다 한 번 음이 되는 것, 그것을 도라 한다"고 말해요. 세상사는 한 방향으로 지속되지 않고 변하기 마련이라는 거죠. 이렇게 보면 신자유주의로 국가간 무역 장벽을 없애 하나가 되었던 경제 체제는 다시 보호무역주의로 국가간 장벽을 쌓는 경제 체제로 변화한다고 볼 수 있어요.

 

 

영국은 그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 뿐이라고 봐요. 이후 영국과 같이 자국 중심적인 경제체제로 돌아서는 국가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에요. 보태어 신자유주의로 많은 자본을 축적했던 다국적기업이나 대기업은 좀 어려워질 것이고 반면에 힘들게 생활했던 서민들은 생활이 좀 나아질 것이라고 봐요. 무슨 객관적 자료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치상 그럴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이 황당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리 틀린 말은 아니라고 여기실 거예요.

 

 

"나뭇잎 하나 떨어지나니 천하에 가을이 왔음을 알겠네(一葉落知天下秋)"라는 말이 있죠. 영국의 블랙시트는 바로 보호무역주의라는 가을을 알리는 그 한 낙엽이에요.

 

 

다소 좀 핀트가 어긋난 얘기를 하나 하고 싶어요. 이번 블랙시트를  보도하는 언론을 보니 참 문제가 많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더군요. 신자유주의를 그렇게 반대했던 언론조차 영국의 블랙시트를 걱정하고 있더란 말이죠. 어찌보면 신자유주의에 금을 가게 하는 영국의 행동을 칭찬해야 할텐데 말이에요. 시류에 편승하는 보수 언론이야 말할 가치가 없지만 이른바 진보 언론이라는데서까지 그런 걱정을 하니 이거 참 무지랭이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난감하더군요.

 

 

사진은 어느 음식점에 찍은 숟가락 봉투예요. "고월조심지 홍엽하추정(高月照深池 紅葉下秋庭)"이라고 읽어요. "높이 뜬 달 깊은 연못 비추는데, 붉은 낙엽 가을 뜨락에 떨어지네"라고 풀이해요. 깊어가는 가을 밤의 정취를 읊은 내용이에요. 시구를 대하니 가을 밤의 낭만적 정서보다는 시대(현실) 변화가 먼저 떠오르고 최근에 회자되는 블랙시트가 겹쳐서 헛소리 몇 마디 했네요.

 

照와 深, 葉과 庭이 좀 낯설어 보이는군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할까요?

 

 

는 灬(火의 변형, 불 화)와 昭(밝을 소)의 합자예요. 불빛을 환하게 하여 비춘다는 의미예요. 비출 조. 照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照明(조명), 照度(조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본래 지금의 호남성(湖南省) 남산현(藍山縣) 동쪽에서 발원하여 서쪽의 영수(營水)로 합류하는 물 이름이었어요. 지금은 주로 본뜻에서 연역된 '깊다'란 의미로 사용하고 있죠. '깊다'란 의미는 심수(深水)의 수량이 많은데서 연역된 거예요. 氵(물 수)로 뜻을 표현했고 오른 쪽 부분은 음을 담당해요. 깊을 심. 深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淺深(천심), 深化(심화)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艹(풀 초)와 枼(葉의 약자, 잎사귀 엽)의 합자예요. 초목의 잎사귀란 의미예요. 본래 葉하나로만 쓰이다 초목의 잎사귀란 의미를 확실히 표현하기 위해  艹를 부가했지요. 현재는 다시 艹를 뺀 상태로 사용하고 있어요. 잎사귀 엽. 葉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落葉(낙엽), 葉書(엽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广(집 엄)과 廷(조정 정)의 합자예요. 조정처럼 넓은 장소와 거주하는 집이 함께 있는 공간이란 의미예요. 뜰 정. 庭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庭園(정원), 家庭(가정)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의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비출 조   깊을 심   잎사귀 엽   뜰 정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書   家(   )   (   )明   (   )化

 

 

3. 다음을 읽고 풀이해 보시오.

 

 

  高月照深池  紅葉下秋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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