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 노르웨이 코미디언의 반강제 등산 도전기
아레 칼뵈 지음, 손화수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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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구들은왜산으로갔을까 #아레칼뵈 #북하우스 #도서협찬



산과 거리가 먼 저자가 자신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산으로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의문이 생기고, 그러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등산에 나섰던 경험을 이야기하는 책. 저자의 직업이 코미디언이라 그런지 풍자적인 어조가 유쾌해서 재미있게 읽어나갔다. 


표지를 보고 서울에 있는 여러 산들을 생각하며 당일치기로 올라갈 수 있는 산을 생각했는데 넘기면서 등장한 사진을 보니 무슨 히말라야 산맥 등반이 생각날 정도로(그거보다는 높은 산은 아니겠지만) 어마어마한 스케일이었다. 산장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하고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 9시간이 걸리기도 하는 무시무시한 산들. 


등산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게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이 책을 받고 나서 왠지 산을 올라볼까 싶었는데 저자의 산행기를 읽으며 저런 산이라면 나도 등산을 싫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과 바다, 자연이 아름다운 이유는 내가 도시에 살기 때문에 그와 반대되는 자연을 잠시간의 일탈로 꿈꾸는 것은 아닐까. 나도 저자와 같이 누구보다 도시 생활을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곳에서의 삶을 진정 원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런 마음을 저자는 알고 등산을 사랑하는 이들을 신랄하게 풍자하면서도 그들을 이해해보기 위해 직접 산행을 떠나는 도전을 한 것은 아닐까. 


등산가들의 허풍 어린 말들을 적은 부분에서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산행을 통해서 어떤 가치 있는 교훈을 찾지 못한 점도 저자다워서 재밌었다. 꼭 큰 목적을 갖고 무언가를 깨닫고 교훈을 얻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했던 의미 있는 행동을 남들에게도 강요하는 느낌으로 권하지는 않았는지. 여전히 등산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잘 모르겠지만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저자의 모습을 통해 타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중요함을 알 수 있었다. 



* 북하우스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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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 여행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명백한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 나는 일생의 번잡함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 인간과 도심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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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선샤인 어웨이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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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선샤인어웨이 #MO월시 #작가정신 #도서협찬



조용한 한 마을에서 린디라는 소녀의 강간 사건이 일어난다. 용의자는 총 네 명이지만 누가 범인인지 밝혀지지 않고 사건은 해결되지 않는다. 린디를 짝사랑하는 '나'는 린디의 고통을 해결해주고 사건의 범인을 잡고 싶어하지만 '나'가 원하는 대로 마냥 순탄하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나'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그때는 차마 알지 못했던 여러 가지를 깨닫게 되며 사건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난다.


완벽히 타인을 이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때로는 스스로를 제대로 알기도 힘든 것을. 그렇기에 어린 '나'는 린디의 고통을, 그 속마음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또 자신의 사랑이라는 감정에 너무 심취해 있어 린디라는 한 사람을 정확히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린디를 위한다는 나의 말과 행동은 때로는 린디를 비롯하여 타인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내가 린디 강간 사건의 용의자가 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나'를 향한 린디의 절규가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어른이 된 '나'가 그때를 떠올리며 미성숙했던 자신을 돌아보고 그때의 실수를, 죄책감을 낱낱이 고백하는 이유가 마지막 결말에 등장하는 '청자'를 위한 것이라는 고백이란 것을 읽게 되니 정말 '나'가 성숙한 어른이 되었음이 느껴졌다. 린디처럼 원하지 않는 사건에 휘말리고, '나'처럼 의도치 않았지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등 예기치 않은, 알지 못하는 사건들이 때로는 일어나고 어찌저찌 해결되며 흘러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 아닐까. 그러면서 후회하고 반성하고, 또 다시 실수를 저지르며 성장하는 어른이 되어가고.


행동하는 것도, 침묵하는 것도 어느 순간에는 옳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음을. 그렇기에 깊이 생각하고 행동하며 타인을 더욱 조심히 대해야 함을 깨닫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 작정단 활동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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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바꿀 수 없고, 린디에게는 내가 정리해줄 수 없는 과거가 있으며, 내가 어쩌면 우리 둘의 과거를 망쳐버린 건지도 모른다는 단순한 사실에 나는 어쩔 줄 몰랐다. - P273

그렇기 때문에 기억은 로버트 스택이나 그와 비슷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우리에게 필요한 일을 대신 해줄 수 있게 해 준다. 즉,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 의미가 있었다는 사실, 모든 순간이 중요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 그리고 우리가 이 사실을 알고 받아들인다면, 언젠가 과거를 돌아보고, 이해하고, 느끼고, 후회하고, 추억하고, 또 운이 좋다면, 그 순간을 소중히 아낄 수도 있을 것이다. -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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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들 - 여성은 왜 원하는가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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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들 #캐럴라인냅 #북하우스 #도서협찬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여성들의 억압되어 있는 ‘욕구들’에 대해 풀어내는 책. 저자 캐럴라인 냅은 젊은 시절 거식증으로 인해 몸무게 37kg까지 줄어든 적도 있다. 단순히 과도한 다이어트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닌, 온전히 자신의 선택으로 몸을 통제한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 것이다. 저자는 그때의 자신과 거식증을 벗어나게 된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면서 자신의 욕구와 이를 넘어선 여성들의 욕구에 대해서 분석한다. 


우리는 늘 무언가 결핍을 느낀다. 그렇기에 어떤 이들은 끊임없이 물건을 사고, 어떤 이들은 끊임없는 만남과 관계를 지속하고, 어떤 이들은 끊임없이 음식을 섭취하거나 혹은 모든 음식을 거부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욕구를 느끼지만 과연 진정으로 원하는 욕구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젊은 시절의 저자 역시도 이를 제대로 알 수 없었기에 확실하게 제어가 가능하고 그 결과가 눈으로 보이는 ‘식욕’을 억제하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우리는 자신의 은밀한 욕구를 원한다기보다는 타인에게 보이는, 혹은 사회에서 주입된 여러 욕구들을 추구하고 있지는 않을까. 날씬해지기 위한 다이어트, 건강해 보이기 위한 운동, 남들을 따라 나도 가보는 인스타 맛집 등등. 무언가 불안하고 결핍을 느낄 때 이를 해결할 수 없어서 괴로움을 느낄 때, 나도 모르게 배달음식을 시키고 장바구니에 여러 물건을 담아 결제하고 그런 식으로 외부의 대상들을 소비하며 텅 빈 마음을 채우고 있지는 않았던가.


저자의 진솔한 경험이, 그 속에서 자신이 느꼈던 여러 혼란, 슬픔, 괴로움 같은 감정들이 욕구들에 대한 논의를 더욱 깊이 있게 이끌어내고 있다. 식욕을 통제하며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는 것도 소비에 대한 절제 없는 욕구를 보여주는 것도, 결국 자신의 불안을 채우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는 것을.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욕구 안에 숨겨진 내면의 불안을 대면하고 자신의 진짜 욕구, 갈망을 찾는 것이라고. 



* 북하우스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북하우스서포터즈1기 #도서지원 #여성들은왜원하는가 #에세이 #책읽기 #독서 #신간 #책 #도서 #책추천 #도서추천

욕구는 세계에 참여하고자 하는, 삶에서 풍요의 감각과 가능성을 느끼고자 하는, 쾌락을 경험하고자 하는 더욱 깊은 수위의 소망에 관한 것이다.
- P18

이 새 천 년의 초입에 많은 여성들의 마음속에 깔린 가장 주된 욕구는 아마 욕구에 대한 욕구일 것이다. 자신의 진짜 욕구가 무엇인지 있는 그대로 밝힐 수 있는 만큼 충분히 안전하고 안정되었다고 느끼고 싶고, 그 욕구를 만족시킬 충분한 자격과 힘을 갖추었다고 느끼고 싶은 갈망 말이다.
- P41

무엇이든 당신을 몸과, 자신과, 다른 여자들과 연결하는 것은 당신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무엇이든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우리의 빈 곳을 채울 수도 있을 것이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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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 추는 남자 (벚꽃에디션) -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허태연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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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추는남자 #허태연 #다산북스 #도서협찬 


가부장적이었던 한 남자가 과거에 세웠던 인생의 과제들을 하나씩 수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 처음 제목만 보고 주인공이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활기찬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주인공인 남훈 씨와 가족들의 관계가 더 주가 되는 이야기였다. 빠른 전개와 함께 현재의 팬데믹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금세 책을 완독하였다. 

굴착기 기사인 남훈 씨는 자발적 은퇴를 마음 먹으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청년일지’를 떠올린다. 죽음의 위기까지 겪었던 그 시절에 앞으로 자신이 이루고 싶은 목표들을 적었던 청년일지. 언어학자가 되고 싶었던 꿈을 떠올려 스페인어라는 새로운 언어를, 플라멩코라는 스페인 춤을 배우고, 항상 작업복만 입고 다니다가 자신을 위해 맞춤 정장을 구입한다. 그리고 목표 중 하나였던 자서전 쓰기를 통해 지금의 가족인 아내와 딸 선아에게 숨기고 자신도 잊고 지냈던 이전의 가족이 떠오른다. 

처음 남훈 씨의 가부장적인 모습을 보면서 꼰대라는 말이 떠오르며 때로는 남훈씨의 자기합리화가 무책임해 보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떠올리면서 달성해나가는 모습과 함께 그 목표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그동안 사용하던 말투 등을 억누르고 젊은이들과 대화하고 그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나는 지금의 남훈 씨보다는 훨씬 젊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며 새로운 도전과 배움을 겁내고 있지는 않았을까. 또 어느새 나도 기성세대의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지는 않았을까. 

빠른 전개를 보이고 있기에 어느 정도의 우연성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러다보니 서사가 복잡하지 않고 주인공인 남훈 씨의 마음이 진솔하게 잘 드러나 있어 그만큼 몰입해서 읽기 좋았다. 또한 남훈 씨가 자발적 은퇴를 위해 만났던 청년과 새로운 도전을 위해 만난 스페인어와 플라멩코 선생인 젊은 청년들이 말하는 부모의 모습과 그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들과 남훈 씨의 딸들의 태도 등을 통해 자식은 부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남훈 씨를 통해 부모는 자식을 또 나이든 본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등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엿보며 내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꿈꾸던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다 돌아오는 남훈 씨의 모습을 보며 하루 빨리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나날을 기다린다. 그리고 나도 나만의 목표를 담은 ‘청년일지’를 한번 작성해볼까. 그 전에 소중한 가족들에게 남훈 씨처럼 숨기지 말고 고마움을 표현해야지. 


* 서평단 활동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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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링, 칭링, 메이링 - 20세기 중국의 심장에 있었던 세 자매
장융 지음, 이옥지 옮김 / 까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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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링칭링메이링 #장융 #까치글방 #도서협찬


중국의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쑨원과 장제스. 그리고 그들 옆에는 쑹씨 집안의 세 여인이 함께 있다. “한 명은 돈을 사랑했고, 다른 한 명은 권력을 사랑했으며, 또다른 한 명은 국가를 사랑했다”라는 말로 유명한 세 자매 아이링, 칭링, 메이링. 이 책은 이 세 자매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이 살았던 격동하는 중국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쑨원의 통역관이었지만 쿵샹시와 결혼하여 장제스의 측근이 되어 큰 부를 축적한 첫째 아이링,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도 쑨원과 결혼하였고 후에 공산당이 되어 중화인민공화국의 부주석이 되었던 둘째 칭링, 언니 아이링의 소개로 장제스와 결혼하여 이후 타이완의 퍼스트레이디로 활동했던 셋째 메이링. 중국 근현대사에서 쑨원, 장제스, 마오쩌둥 등 중요한 인물들은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곁에 이 세 자매가 있었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장제스와 함께 했던 아이링과 메이링과 다르게 공산당의 길을 선택한 둘째 칭링. 함께 자랐던 세 세 자매는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혼란스러운 시기에 진취적으로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세 여인들의 모습이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다. 


또한 칭링과 아이링의 남편인 쑨원과 장제스의 인간적인 모습이 직접적으로 나와 있어 권력을 탐내는 쑨원과 장제스의 탐욕스러운 모습이 충격적으로 다가오면서도 그동안 신성시 되었던 그 둘의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동안 어렵게 느껴지던 중국의 근현대사를 세 여인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각으로 접할 수 있으면서도 세 여인의 삶이 워낙 파란만장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중국 근현대사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알아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 서평단 활동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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