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 - 이방인 안겔라의 낯선 듯 다정하게 살기
김지혜 지음 / 파람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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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10여 년을 살면서 글을 쓰고 음악을 만드는 작가이자 음악가 김지혜가 독일에서 살아가며 느낀 여러 이야기가 담긴 책. 단순히 독일 생활 적응기가 아닌, 독일 혹은 한국사회에 대한 사색, 낯선 곳에서 힘이 되어주는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함께 하는 가족들, 독일에서 바라보는 한국 사회, 이방인의 시선으로 보는 독일 사회, 저자가 독일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크게 4장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전체가 모두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는 글들이라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타인의 옷차림에 신경 쓰지 않기에 나의 겉치장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독일 사회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나라가 얼마나 남들의 시선을 중시하는지 다시 깨달았다. 예전에 중국에 교환학생으로 있을 때 늘 짧은 치마를 입고 출근 하는 선생님께 치마를 자전거를 타면 다른 사람들이 쳐다봐서 불편하지 않냐고 물었을  때, 그녀가 한 말은 내 예상과 전혀 달랐었다. “치마를 입고 타고 자전거를 타는 게 잘못이 아니야, 치마를 입고 자전거 타는 사람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잘못 된 거야.” 그때 그 얘기를 듣고 얼마나 스스로가 부끄러웠는지. 그렇게 예쁘게 꾸미고 다니는 성격도 아니었지만 그날 이후로 아마 나는 타인의 시선을 덜 의식해도 된다는 용기를 얻었던 것 같다. 


우리는 흔히 복지국가 하면 북유럽을 떠올리지만 책을 통해서 독일의 복지도 우리나라와 비교한다면 훨씬 더 발전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복지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저자가 생각하는 이상사회가 내가 원하는 한국사회와 비슷하여 공감이 많이 되었다. 단점도 있겠지만 일찍 아이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하는 독일 사회가 부러웠다. 아이들에게 종종 공부는 왜 할까라고 물어보면, “좋은 대학 가서 좋은 직업 가지려고요.”라는 씁쓸한 웃음이 나오는 대답을 들을 때마다, 또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또 그 공부를 강요해야하는 내 스스로가, 한국 사회가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저런 교육을 위해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결국은 어떤 종류로든 차별과 편견 없는 사회이기에 아직 한국 사회가 나아가길 길은 아득하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어느 사회든 세상에 완벽한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경쟁’ 속에서 빨리빨리를 외치며 달릴 수밖에 없는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다른 이들과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아닐까.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 ‘당신이 있어 제가 있습니다’라는 아프리카 반투족의 인사말 우분투(Ubuntu) 일화를 읽으며,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타인에 대한 배려, 존중, 그리고 연대의식을 생각해 본다. 


계층, 성별, 인종 등 여러 기준으로 차별하지 않는 사회, 평등한 사람과 사람이 만나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살아가는 그런 사회. 이를 위해 나부터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고, 같이 공감하며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고유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서로 존중할 줄 아는 공동체, 이곳에서 옷과 가방이 사람을 삼키는 일은 없어 보인다. - P79

복지는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사람에 대한 동정이 아니라 국가의 기반이 되는 모든 가정을 보호하고 뒷받침하는 일이고, 따라서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게 이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리고 그 뒷받침으로 인해 독일 사회가 건강히 순항하고 있다고 느낀다. ‘건강한 사회는 아이가 처한 환경이 어떻든 잘 자랄 수 있게 하는 사회’라는 말을 이곳에 살면서 실감하고 있다. - P91

인지학은 몰라도 만 다섯 살까지의 아이들은 ‘노는 게 공부’라는 걸 알고 있고 자신 역시 그렇게 자라온 사람들, 함께 노는 것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들, 그래서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아이들이 ‘공부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고, 영어 유치원 같은 건 더더욱 상상할 수도 없는 사람들이 지구 한편에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만든, 만들어가고 있는 세상이 의외로 꽤 괜찮으며, 그런 부모들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만들어갈 세상도 꽤 기대가 되고 믿음이 간다는 것을 말이다. - P153

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같이 웃고, 같이 울며 공감해 나갈 때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힘이, 부조리한 세상을 바꿔 나갈 힘이 생긴다고 믿습니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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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20-03-11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민이 있고 나서 나라가 있는 법. 나라 탓만 하는 무지몽매한 백성들이죠. 진리를 모르면서 나라가 왜 안되는가만 따지는 한국인들... 이런 국민성으로는 몇 억, 몇 십 억년이 아니라 지구가 멸실되는 그 날 까지도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없죠. 인생을 좀 살다보니 지침서에 대한 답이 어느 정도는 나오고 크리스찬이다 보니 더 답이 나오네요. 갈수록 이 지구는 혼탁해지고 온갖 사이비들이 들끓는 신천지와 같은 각종 집단들이 생겨 날 겁니다. 성경대로 가는 거죠... 리뷰 잘 봤습니다. Good Luck to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