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물고기》 소설로 느끼는 악뮤의 감수성

물 만난 물고기
이찬혁 지음 / 수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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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MU로 이름을 바꾼 악동뮤지션의 정규앨범 <항해>의 모티프가 된 소설. 소설의 세계 속에서 등장하는 여러 이야기들과 그 속에 담겨있는 노래 가사들을 통해서 열심히 들었던 앨범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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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주인공 선이의 현재 모습을 먼저 보여주고 그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역순행적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음악을 만드는 선이는 앨범 작업이 끝나가던 중 진정한 예술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면서 하던 작업을 중단하고 ‘진정한 예술가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여행에서 다양한 예술을 하는 사람을 만나지만 선이가 그들에게서 받은 인상은 오만과 망상이었다. 그렇게 이어지는 방랑과 방황 속에서 선은 파도가 크게 치는 위태로운 갑판 위에서 작게 노래를 부르고 있던 해야와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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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그녀와 함께 하면서 선이는 진정한 행복을 느끼며 그녀를 뮤즈 삼아 여러 음악을 만든다. 그렇지만 알면 알수록 오히려 점점 그녀가 멀어짐을 느끼며 두려워하는 선이. 그리고 진정한 자유를 위해 떠나는 해야와 붙잡지 못한 선이. 그리고 그녀를 가슴에 간직한 채 자신의 이야기를 새롭게 시작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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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담은 이야기라기보다 예술과 자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어서 그럴까. 선이의 마음 속 바다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물고기가 된 느낌이었다. 책을 읽으며 악뮤의 노래를 같이 들으니 책 속에 인용된 가사들이 직접 음악이 되어 다가와 더 감성적으로 느껴졌다. 악뮤의 감성적인 가사들이 이런 상상력 속에서 나왔다고 생각하니 저자인 이찬혁의 감수성과 상상력이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발라드를 저절로 찾게 되는 요즘, 이 책과 악뮤의 노래로 넘실거리는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가을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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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책》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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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그 사이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아무것도 없을까, 아님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을까. 이 책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있는 한 남자와 그 남자를 사랑하는, 혹은 그 남자가 사랑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처음으로 아들을 만나러 가다가 강에 빠진 아이를 구한 이후에 불의의 사고를 겪어 코마상태에 빠진 헨리. 그런 헨리를 보러 온 아들 샘과 헨리의 전 연인인 에디. 그리고 샘이 아빠를 보러 온 병원에서 만나 사랑에 빠져 버린 메디. 이렇게 네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헨리의 코마 상태가 지속되는 기간 동안 샘과 에디는 현실에서, 헨리와 메디는 깊은 꿈인 코마상태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서로에 얽힌 여러 가지 감정을 보여준다. 그래서 제목이 꿈의 책인 걸까.


헨리가 꿈속 세상에서 자신의 과거를 반추하며 자신 인생의 여러 분기점에서 다른 선택을 하며 살다가도 다시 원 과거로 돌아오고, 에디에게 미쳐 내보이지 않았던 자신의 사랑에 대해 후회하는 모습을 보며 삶과 죽음, 그리고 현재인 오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결국 꿈에서 메디의 이야기를 듣고 깨달음을 얻어 뒤늦게 에디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는 헨리와 전 남친의 꿈속 고백을 받고 현실에서 흔들리는 에디의 모습을 통해 지금 현실에서 내가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사랑하는 메디를 알아가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는 샘과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헨리를 떠올리며 괴로워하면서도 다시 그를 사랑하는 에디를 보며 사랑의 위대함을 다시금 느낀다. 


누군가가 죽어가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리기보다, 그 과정 속에서 느끼는 인물들의 감정이 중심이어서 그런지 점점 책을 읽어나가며 같이 꿈의 세계를 여행하는 느낌이었다. 소설의 시작에서 등장한 헨리의 선택이, 헨리의 마지막 선택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음을 느끼면서도 마지막 순간에 에디를 찾아와 작별 인사를 건네는 장면을 읽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살아있는 나는 여전히 죽음이 무엇인지 모른다. 죽어서 어디로 가는지도 알 수 없다. 보이지 않는 죽음과 미래를 걱정하는 것보다, 주어진 오늘의 삶에서 행복을 느끼며 주변에 내 마음을 숨기지 않는 그런 하루하루를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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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과 정의》 대법원의 판결들로 보는 한국사회

판결과 정의 - 대법원의 논쟁으로 한국사회를 보다 ㅣ 김영란 판결 시리즈
김영란 지음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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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대법원에서 여러 논쟁이 있었던 판결들을 통해서 우리 한국 사회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책. 

책에서는 법원이 달라지고 있는 사회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를 판결에 반영하고 있는지 여러 논쟁거리가 되는 재판을 예로 들어 보여주고 있다. 개개인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는 법이 과연 공정하게 과연 약자와 피해자의 자유를 공정하게 보호하고 있는 걸까. 판사들이 판결의 기준이 되는 법 자체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과연 그 해석과 판결이 얼마나 ‘정의로운지’ 고민하게 만든다. 

책을 통해서 법은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보수적인 성격을 갖고 있고 우리 사회는 그에 비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물론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서 새로운 법을 만들거나 개정하는 것은 입법부의 몫이지만, 기존의 법을 통해서 판결을 내리는 사법부 역시 기존 질서를 깨뜨리지 않는 보수적인 판결이 우선시 되는 것 같다. 가끔 몇몇 판결들을 보면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하고 답답할 때도 있었는데 책을 읽으며 판사들도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법을 해석하고 판결을 내린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사법부의 판결이 늘 같은 속도로 맞춰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적어도 판사들이 판결을 내릴 때, 어떤 재판이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 존재하는 논쟁이라면  객관적 평등을 덜 중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금이라도 ‘약자’를 공감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등장하는 가습기 살균제나 노조 파업과 같은 사건에서 약자인 실질적 피해자와 노동자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매주 서초동을 밝히는 촛불들을 떠올리며 사법부가 단순히 법의 객관적인 해석이 아닌 지금 우리 사회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소수자와 약자들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를, 적어도 어제보다 오늘이 다가올 내일이 정의로운 사회이기를, 기사를 읽으며 울분을 터트리거나 납득하지 못하는 판결이 적어지기를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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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통념을 근거로 판결할 수 있다는 것은 사회통념의 변화와 더불어 사법적 판단 역시 변화할 것을 기대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P24

보편성을 기본적인 원리로 하는 법의 해석에서도 그 보편성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되는 개별적 인간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피는 감수성은 늘 필요하다. - P48

판사들이 큰 그림을 가지고 결론을 선택한다는 것은 원래 사법부가 의도하지는 않은 일이다. 그러나 판결의 결과들을 분석하여 보면 어떤 성향이 드러나는 것도 사실이다. (…) 그렇다면 입법을 하는 경우뿐 아니라 만들어진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데에도 세계의 미래와 법의 미래를 생각해보고 상상해보는 일들은 필요하다. - P226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소설가의 눈으로 보는 섬세한 미술 이야기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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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눈으로 바라보는 미술 감상 에세이. 마치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듯이 연출되어 있는 표지와 제목을 통해 어떤 화가들과 작품을 소개하고 있을지 기대되었다. 총 17명의 화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지만 낯익은 이름은 마네, 세잔, 드가, 마그리트 뿐이라 책을 쉽게 읽어나갈 수 있을지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미술에 대해 지식도 얕고 딱히 많은 작품을 감상하지도 않은 나에게 저자는 책을 통해 작가에 대한 소개와 함께 당시의 미술 사조, 또 작품 창작과 얽힌 이야기부터 그 작품 속에 그려진 부분을 섬세하게 하나하나 뜯어서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동안 여러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 단순히 잘 그렸다, 인상 깊다 정도의 단순한 감동만 느꼈다면 저자에 설명을 통해서 하나의 작품을 더 깊숙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제목에서 ‘사적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쉽게 미술에 접근하게 해주는 가벼운 에세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는데 전혀 아니어서 책장을 넘기가 생각보단 쉽지 않았다. 객관적인 비평은 아닌 작가의 ‘사적인’ 해석들이지만 워낙 저자의 방대한 지식을 통해 얻어진 사색의 결과들이라 꼼꼼하게 읽으며 감탄할 뿐이었다.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의 배경이 된 실제 난파 사건의 모습을 표현한 부분에서는 소설가의 상상력이 크게 느꼈고, 발로통의 <거짓말>을 보면서 과연 거짓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어떤 거짓말일까 작가와 함께 같이 상상하고 고민해보았다. 

저자가 이미 미술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설명하는 작품이 모두 사진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아 그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독자들이 작품 제목만 알면 어느 작품인지 떠올 만한 명작인걸까. 유화에서부터 조각, 팝아트까지 다양한 장르의 미술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글과 사진으로 접한 여러 작품들을 실제로 감상하고 싶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미술 작품들은 실제 가서 보면 그 감동이 다르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걸까. 한 작가만 고르자면 발로통의 작품들을 실제로 보고 싶다. 

미술에 대한 배경지식이 좀 더 있었더라면 더욱 재미있게 읽었을 것 같다. 그래도 책을 읽으며 모르는 작가와 작품에 대해서 알 수 있어서 좋았고, 앞으로 미술을 감상하게 될 때 작품 하나하나에 더 집중하여 여러 부분에서 전율을 느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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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단순히 흥분을, 삶의 전율을 포착해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미술은 가끔 더 큰 기능을 한다. 미술은 바로 그 전율이다 - P18

명화 앞에 선 관객은 말로 어떤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가 없다. 어떤 말로 표현을 하든 그것은 누군가 이미 더 적절히, 더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한 말의 메아리에 지나지 않으리라는 점을 알면서도 그런다. - P231

매일 아침 올든버그의 작품과 마주치면 이렇게 외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에이, 치즈버거인데 먹을 수가 없잖아! 진공청소기이긴 하지만 이걸로는 청소를 못 해! 얼마나 유쾌한가! 그런 작품들 속에 살면 매일매일이 강조와 감탄사의 연발이리라. 이런 미술품은 우리를 자극하고 일종의 시각적 양치질을 제공한다. 우리의 기운을 북돋우면서 서둘러 하루를 시작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것은 실용미술이다. 할머니 길 건너는데 도움을 주지 못할지라도, 계단을 오르는 걸음에 탄력은 조금 보태줄 것이다. - P332

《산책자의 인문학》 예술과 함께하는 유럽여행

산책자의 인문학 - 천천히 걸으며 떠나는 유럽 예술 기행
문갑식 지음, 이서현 사진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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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그곳과 관련 있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들을 담은 책. 유럽으로 떠난 저자는 단순히 유명 도시의 관광지를 도는 것이 아닌 예술을 통해 바라본 여러 도시들을 천천히 산책하며 그곳의 매력을 음미하는 여행을 보여준다. 어려운 용어나 이론들을 사용하지 않고 쉬운 문장들로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까지 총 15명이 예술가의 삶과 그 속에서 창작된 작품세계들을 설명하고 있어서 책읽기에 좋았다. 

클림트, 모차르트, 고흐, 생텍쥐페리 같은 낯익은 예술가들부터 페트라르카, 보카치오, 르 카레 같은 낯선 예술가들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더욱 알찬 느낌이다. 알고 있는 예술가들은 그들의 뒷얘기와 작품의 배경이 된 장소들을 통해 더 깊이 있는 이해를, 모르는 예술가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아가는 새로운 재미까지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들과 함께 작품의 사진이 같이 제시되어 있어 마치 해설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었다. 또한 단순히 그들의 삶과 작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살았던 당시의 사회상과 관련 짓고 있어 특히 르네상스 시대에 대한 이해를 더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직 유럽에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저자의 이야기와 함께 저자의 아내가 찍은 여러 도시들의 사진을 함께 보니 같이 여행하는 느낌이 들었다. 클림트의 이야기를 읽으며 예전에 전시전에서 봤던 <키스>를 떠올려보기도 하고, 생텍쥐페리의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책장에서 《어린왕자》를 꺼내 읽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한 이름은 낯익지만 도저히 읽기에 엄두가 나지 않던 단테의 《신곡》 과 관련된 이야기를 읽으며 언젠간 꼭 읽어야겠다고 다짐하였다.  

여행을 다녀온 사람에게는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여행을 할 사람들에겐 좋은 배경지식을 제공하여 여행의 설렘을 더해주는 책. 나중에 유럽에 여행가게 된다면 책 속에 담긴 곳곳을 직접 산책하며 예술가들의 흔적과 그들의 작품을 직접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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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하는 버릇이 하나 있다. 여행하는 곳과 관련 있는 예술가와 작품을 찾아보는 것이다. 시, 소설, 그림, 조각, 음악 등 우리가 걸작이나 명작이라 부르는 작품을 한껏 감상하고 여행지로 떠나면, 단지 눈에 보이는 그 공간의 현재뿐 아니라 과거까지 여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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