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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권력 - 네 말이 아니라 내 말로 살기로 했다
박비주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25년 12월
평점 :


책의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언어로 권력을
과시하라는 이야기인가?’ 하고
오해할 뻔했다.
하지만 이 책은 내 말로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법,
내 말로 내 인생의 방향을 이끌어가는
여섯 가지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스피치 강사이자 작가,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인플루언서로 인스타그램
팔로워 1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오랫동안 남의 말에 기생해
살아온 사람이었다고 고백한다.
"착하다"라는 말이 최고의 칭찬인 줄 알았고,
그 칭찬을 얻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해왔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내 어린 시절과 겹쳐 보였다.
나 역시 ‘착하다, 잘한다’는 말을 듣기 위해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하며 착한 아이 콤플렉스
속에서 살아왔다.
저자는 자신이 예의 바른 사람이 아니라
철저히 ‘편리한 사람’으로 살았을 뿐이라고
말한다. 갈등이 두려워 도망쳤고,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함부로
짓밟을 수 있도록 대문을 활짝 열어 둔 채
살아왔다는 고백은 꽤 아프게 다가왔다.
그 끝에 남은 것은 병든 몸과 무너진
마음이었다고 한다. 나 역시 충분히
짓밟힌 뒤에야 변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분위기를 망칠까 봐,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 봐
그 자리에서 하지 못한 말을 집에 와서
곱씹으며 “다음엔 꼭 말해야지”라고
다짐하곤 한다.
이 책은 적재적소에 필요한 말을 하는 것이
나를 지키는 중요한 힘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책 중간중간 다소 과격하게
느껴지는 표현과 비유도 있었지만,
말로 상처받고 관계 속에서 끌려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도움이 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말하는 ‘나를 지키는 말의 힘’은
다음 여섯 가지다.
감정을 참지 않고 번역하는 힘
침묵 대신 선을 긋는 힘
미안해하지 않고 거절하는 힘
반박하지 않고 정리하는 힘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힘
내 말에 책임지는 힘
기억에 남는 문장들도 많았다.
“’좋게 좋게 하자’는 사람치고 진짜 좋은 사람은 없었다.”
“기분 나쁨은 공격이 아니라 기준의 신호다.”
“괜찮아요는 멘탈용 자살골이다.”
‘괜찮아요’라고 말하면
정말 괜찮은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괜찮지 않다"라고 정직하게 말하는 순간,
기울어져 있던 관계의 운동장이 조금씩
바로 세워질 수 있다는 말이 오래 남았다.
또 이런 문장도 인상 깊었다.
“경계선 없는 착함은 헌신이 아니라 헌납이다.”
웃어넘기면 상대는
그 말이 괜찮은 줄 알고 계속한다.
착함이 관계를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경계가 관계를 지킨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
자주 만나던 관계도
찰나의 순간으로 틀어질 수 있다.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거래라는 저자의 말,
“당신의 착함은 그들의 이익과
맞바뀐 값싼 계약이다”라는 문장이
가슴에 오래 남았다.
책을 읽으며 느꼈던 불편함은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내 억눌린
감정이었음을 후반부에서야 깨달았다.
말로 상처받아온 사람들,
관계 속에서 늘 힘들었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좀 더 건강하게 나를
지키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