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람은 혼자있을 줄 모를 때 불행해진다 신은 불행하지 않다 따라서 신은 사람이 아니거나 혼자있을 줄 모르지 않다 정의상 신은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신은 혼자있을 줄 아는가 모르는가? 논증은 타당한데 결론의 선언지 중 전자는 이미 참인 것으로 받아들여졌으므로, 후자의 진리치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신은 고독을 느끼는가?

2.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신의 정의상 속성은 몇 있지만 우리가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그의 속성은 매우 많을 거다 그에 대해 최대한을 긍정해준 이는 스피노자이다 그 최대한을 준거삼아 우리의 무지를 경계지어준 이는 비트겐슈타인이다

3. ‘형이상학적 악‘이라는 개념은 들어보고 배워본 바 있는데 ‘형이상학적 불행‘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다시 생각해보니 1에서 두 번째 전제는, 구문론적으로(어쩌면 의미론적으로도) 아무 문제 없지만, 형이상학적으로는 부적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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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납은 확증도 개념에 대한 실질적 설명을 의미론적으로 제시하였다 확증도 개념은, 임의의 대상언어 문장 h와 e를 논항으로 취하여, 그 한 쌍의 문장으로부터 0과 1 사이의 값이 사상되는 2항 메타언어적 함수인 c(h, e)로서 도입되는바, 가설 h가 근거 e에 토대했을 때 갖는 확증도의 산출값은 ‘c(h, e)=r‘로 표기된다 귀납논리적 문장 자체와, 구체적인 앎의 상황에서 그것을 사용하는 일은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문장 h가 실제로 적법한 가설을 서술하고 문장 e가 참인 경험적 지식을 표현하는지 여부의 문제는, 귀납논리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상황에 대한 적용의 문제에 속한다˝

- v. 스테그뮐러, 현대 경험주의와 분석철학

예전에는 ˝논리는 논리를 위한 것일 뿐˝이라는 ˝인간 실격˝의 한 구절을 혐오했었다 카르납 같이 똑똑하고 냉철한 사람도 그런 내포적 명제를 받아들이는 마당에, 연금복권 한 번 안맞았다고 풀죽은 멍청이가 함부로 혐오하기에는 참 큰 말이었다 로또번호의 확증도를 어떠한 귀납적 함수체계를 이용해 사상시키는지는 몰라도, 뛔잉 하고 울리는 당첨번호 계산기 어플 알림을 보고는 노오란 각종 세금 지로서나 내가 과속해서 날아온 과태료 고지서 등지에 당첨번호를 메모했다가 복권방에 들고가 고개 멀리 눈 찡그리며 번호를 마킹해서 복권을 사는 엄마의 옆얼굴은, 답해질 수 있는 모든 문제가 과학적으로 대답되더라도 삶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느껴질거라 말했던 비트겐슈타인의 초상을 떠올리게 한다 가구도 몇 안 되는 방에서 살았던 그가 생각한 삶의 문제란 것은, 당첨금으로 존나 큰 냉장고랑 김치냉장고 한 두 대 사서 반찬걱정 쉰김치 걱정 없이 살자는 엄마가 생각한 삶의 문제보다 과연 컸을까 작았을까 궁금하다 노르웨이 통나무집에서도 켐브리지에 복귀해서도 콩요리 통조림만 먹고 살아도 별 문제될 게 없다 생각한 비트처럼, 엄마가 볶아놓고 데쳐놓고 무쳐놓은 매일 같은 밑반찬만 먹어도 하냥 질릴 일 없다 생각하는 나의 삶의 문제는 또 어떠할까 궁금하다 세상에 나만 남고 아무도 없어지는 L-공간 집합이 주어지면 ˝세상 모든 맛있는 음식의 맛은 신이 보내신 엄마들의 수 만큼이나 많다˝는 보편 양화문은 L-거짓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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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은 강한 상기력과 동시에 강한 휘발성을 갖고 있다 맡으면 특정 시점과 특정 공간이 바로 떠오르지만, 맡지 않는 이상 그 특정 후각에 인지적으로 연계된 정보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력의 가용범위를 벗어나 소멸한다 인간 두뇌에 일말이나마 저장된 휘발적 정보를 역으로 읽어 데이터화하여 그 정보를 선명하게 다시 꼴지어줄 수 있는 냄새를 재창조해내는 수준으로 인공지능기술력이 발달하는 날, 그 기술로 엄마냄새를 되살려 엄마의 얼굴 기억이나 목소리 기억이나 상처투성이 엄마손의 감촉기억보다 그 데이터화된 냄새만으로,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의 엄마들을 인식론적으로 명료히 표상 가능하게 되는 날-그 날이 천사가 일곱 번째 나팔을 부는 날일지도 모른다 날 적부터 엄마의 얼굴을 보고 자란 우리 모두-각자는 신의 얼굴을 감히도 훔쳐본 영광되고도 가련한 죄인이어서, 말 못하고 울기나 할 적이면 우주의 모든 빛을 쥔 그 손에서 자라 살아지는 축복을 먹으며 크다가도, 살아있어 죄를 많이 지으며 나이가 들면 부신 빛 푸지던 그 손에 우툴두툴 부푸는 비지에 얽어 틀어진 손마디 상처들을 명징히 봐야하는 벌을 받는다

‘엄마‘는 일반명사도 아니고 그 지시체는 보편자도 아니다 ‘모든 x에 대해 그러한 y가 존재한다: y는 x의 엄마이다‘는 논의영역이 되는 가능세계가 제한됨에도 필연적으로 참인 존재 양화문이다 엄매가 존재하는 세계는 신이 만들 수 있었던 ‘최선의 가능세계‘가 아니라 신이 만들 밖엔 별다른 도리가 없었던 ‘바로 그 가능세계‘이다 ‘바로 그‘라는 정관사를 이렇듯 세계에 대해 양화하면 러셀과 콰인이 펄쩍 뛰겠지만, 내가 지시하는 세계는 곧 신이 보여준 세계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각자의 양화문은 엄마적-신적 개입에 따라서만 그 진리치를 부여받는다 따라서 엄마에 관한 임의의 문장 m은 신에 관한 임의의 문장집합 G의 귀결이다

*참고문헌: 장미여관, 엄마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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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오늘 자신의 성격을 삶의 표출에 투입하여 표현한 것,
이것이 만일 내일까지 남아 있다면 역사가 된다˝


- w. 딜타이, 정신과학에서 역사적 세계의 구조


그러니 살아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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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미국 미술 - 현대 예술과 문화 1950~2000
휘트니미술관 기획, 리사 필립스 외 지음, 송미숙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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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각적인 서술이 장점인 동시에 번거롭게 여겨질 수 있는 단점인 책이다. 우선 시기별 미술사조가 배태된 당대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사건이나 맥락들을 각 장 초입마다 여러 시각자료를 곁들이며 폭넓게 서술하고 있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미술사 외부의 역사적 맥락은 대강의 큰 줄기만 언급한 뒤 미술사 내부 영향사에 주로 치중하는 여타 통상적인 미술사 서적들에 비해, 적어도 양적으로는 역사적 서술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편이다. 또한 부제가 암시하듯 건축 사진 연극 무용 영화 문학 문예이론 대중음악 등 순수미술 이외의 예술 및 문화 분야들도 각 장에서 다뤄지는 미술사와 연관지어가며 시대순으로 간략히 살펴보고 있다는 점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이렇듯 다양한 내용을 입체적으로 담고 있는바 분명 많을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외려 그로 인해 여타 미술사 서적만큼 탄탄하고 깔끔하게 딱 꼴지어진 그림을 얻게 해주지는 않는다. 특히 두번째 특징의 경우 복수 저자들이 쓴 두어쪽의 글들이 본문 중간중간에 배치되어 있는 식이고 그 내용도 피상적 나열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폭넓은 선지식이 없는 한 그 글들만으로는 해당 예술분야나 그 사조를 맥락적으로 심도있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에 2차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된 동시대미술은 물론이요 19세기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모더니즘도 충분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라야, 이러한 풍부한 내용 속에서 필요한 내용들을 추려내가며 미진했던 부분을 메우는 데에 활용할 수 있겠다. 그렇지 않은 초심자라면 많은 욕심을 내기보다는 다양한 도판들을 일별하며 '어떤 미술사조가 어떤 맥락에서 여차여차하게 등장했구나' 정도를 파악하는 식으로 가볍게 읽는 편이 좋겠다. 여러 시각자료와 도판들 역시 풍부하고 다양하게 실려 있기에 차후 여러번 들춰볼 마음이 먹어진다면 구매소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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