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 그린비 인물시리즈 he-story 9
박찬국 지음 / 그린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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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의 전후기 철학 전반을 평이하게 풀어내고 있는 입문서이다. 각 장 초입마다 하이데거의 생애를 간략히 다룬 뒤 난해하고 생소한 하이데거의 사유를 비교적 쉬운 언어로 전달하고 있어, 초심자도 지치지 않고 논의를 따라갈 수 있다. 논의에 필요한 개념이나 큰 틀에서나마 파악해야 할 핵심 줄기를 놓치지 않고 평이하게 반복적으로 풀어서 전달하기에, 하이데거 철학을 전연 접해본 적 없는 독자여도 그의 사유의 골자를 어렴풋하게나마 접해볼 수 있다. 반면, 입문서로 의도되었기에 당연한 말이겠지만, 하이데거 철학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나 흥미로운 연구를 원하는 숙달자라면 논의가 다소 반복적이라고 여겨져 지루하게 느껴지고 읽는 소득이 많지 않을 수 있다. 이에 구매소장을 굳이 권할 정도는 아니되, 단행본으로 된 적당한 입문서를 찾는 초심자에게는 일독을 적극 권할 만하다. 다만 하이데거 사상의 주된 줄기 중 하나가 전통 형이상학과의 대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무리 입문자라도 정석적인 철학사 한두 권 정도는 읽어 놓은 상태여야 이 책을 좀 더 수월하고 유의미하게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대학 1학년 1학기 서양철학개론 강의 말미에 하이데거라는 이름을 듣게 되었다. 갑작스레 막연히 든 관심에 도서관에서 관련 저서들을 이것저것 뒤적이던 중 단행본으로서는 처음 완독한 물건이 이 책이었다. 존재와 존재자, 현존재의 피투성과 기투성, 현존재의 실존론적 분석론, 세계-내-존재, 근본 기분으로서의 불안, 죽음으로의 선구 등 흥미롭고 신선한 개념과 사유를 접하고 나니 하이데거 철학에 강하게 매료되어, 해얄 공부는 안하고 학기의 남은 기간 및 그 해 여름방학을 줄곧 현대철학사, 하이데거 관련 저서들, 그의 "존재와 시간"을 붙들고 씨름하며 보냈던 기억이 여즉 뚜렷하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생각도 많이 바뀌어 지금은 그의 철학의 많은 부분에(특히 예나 지금이나 후기 철학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시 이 책은 지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많은 충격과 깨달음을 줌과 동시에 하이데거를 위시한 대륙 현대철학자들에게 관심을 갖게 해주었던바, 개인적으로는 참 추억이 많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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