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상학
D.W.햄린 지음, 장영란 옮김 / 서광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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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만족스럽지 않고 번역이 엉망이어서 절대 읽지 말길 권하고픈 책이다. 원서를 본 게 아니라  조금 미심쩍은 데가 있긴 하지만, 원저자의 서술방식이 난삽하여 내용의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형이상학에서 대표적으로 다뤄지는 주제별로 각 장이 할애된 채 한 장의 주제와 관련하여 고대나 근대 전통철학자들의 이론부터 현대철학자들의 이론을 두루 넘나들며 서술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서술방식이 난해하고 정리가 되지 않는 느낌이다. 각 철학자들의 이론이 정석적이고 일목요연하게 소개 및 해설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각 이론에 대한 저자의 논평이 명료하게 제시되는 것도 아니고, 해당 주제에 대해 저자가 개입하는 논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논증이 제시되는 것도 아니다. 외려 이 모든 것들이 깔끔한 맺고 끊음 없이 파편적이고 지리멸렬하게 뒤섞여 나열된다. 일전에 유사한 구성 및 비슷한 분량의 책으로 Michael Loux라는 학자의 "형이상학 강의"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과 유사함에도 그 책과 전연 다르게, 읽고 나서 머리에 남는 바가 전혀 없다. 

 머리에 남는 것은 고사하고 읽어나가는 일 자체가 지겨웠던바, 원저자의 이러한 난삽한 서술방식에 수준 이하의 번역이 더해져 책이 더욱 읽기 싫어지는 모양새가 되어 놓은 탓이다. 구문론적으로 매끄럽지 않게 직역되어있음은 물론이요, 의미론적으로도 한 문장 한 문장이 도시 이해가 가지 않는 문장들로 구성되어있다. 역자가 원서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번역한 게 맞는지, 원저자가 소개하는 각종 논제나 개념 등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맞는지, 둘 다 맞더라도 영어 및 한국어 양자에 대해 (학술적 글쓰기라는 측면에서) 능통한 바가 전무한 사람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러울 정도다. 

 모쪼록 형이상학에 관심하는 철학도는 물론이고, 철학에 관심하여 그 큰 줄기 중 하나인 형이상학에 발을 들여보려는 일반 독자들은, 이 책을 사서 읽지도 말고 빌려서 읽지도 말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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