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세계의 철학 - 필연과 가능으로 읽는 ‘존재’와 ‘세계’ 철학의 정원 6
미우라 도시히코 지음, 박철은 옮김 / 그린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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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논리와 가능세계 형이상학을 흥미롭게 접할 수 있도록 준수하게 쓰인 수작이지만, 입문서로 의도되었음에도 주제 자체의 어려움으로 인해 진입장벽이 높은 책이다. 양상논리의 형식적 측면, 양상과 가능세계 개념에 얽힌 형이상학적 사항들, 자연과학과 가능세계 개념 간의 관계 등, 주제와 얽힌 내용들을 풍부하고 알차게 전달하고 있는 좋은 책임에는 분명하다. 논리학, 철학, 수학, 자연과학 등에 숙달해 있기에, 내용이 잘 전달되고 읽히게끔 매끄럽게 번역해내면서 필요한 부분에서는 전문적이고 세세한 역주를 통해 본문을 보충 첨언하고 있는 역자의 솜씨도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다만 기본적으로 현대 분석적 경향의 언어철학, 명제/술어논리, 논리철학, 집합론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선지식이 없이는 논의의 맥락을 따라가기 어려울 듯하다. 역자 주에서 제시되고 있는 내용도, 그 분야에 대한 맥락적인 선이해가 없능 사람이라면 이런 내용까지 알아야 하나 싶은 생각과 함께, 이해가 풍부해지기보다는 어려움만 느끼기 쉬울 것 같다. 양상논리와 가능세계 개념에 대한 배타적인 저서가 내가 알기로는 이 책을 포함하여 네 권* 정도밖에 없으니, 이 책을 읽고자 하되 상술한 하위분야들에 대한 선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분야들에 대한 지식을 먼저 갖추고 이 책에 도전해야 읽는 소득이 있을 듯하다. 어쨌든 이 분야를 다룬 저서의 희소성으로 인해서도, 책 자체의 탁월함으로 인해서도, 읽을 가치가 높은 책이다. 

 

*손병홍, "가능세계의 철학"(절판)

  김우진, "양상논리와 형이상학"(절판)

  미우라 도시히코, "허구세계의 존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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