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리퍼블릭 - Orange Republic
노희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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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에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오랜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 잘 놀던 반친구 하나가 단체미팅을 주선하면서 내게 한 말은 "강남 애들은 노는거, 먹는거 다 달라. 빛이 나." 였다. 어리숙한 강북 중학생이 빛나는 강남 중학생을 만나러 간 날, 나는 '아... 책이나 드라마에서나 봐오던 그렇게 잘 사는 사람들이 있긴 있구나.'였다.

 

강북에서 또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오래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니 그때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뉴스와 시사프로그램 등에서 '야타족, 오렌지족, 낑깡족, x세대' 등을 일컬으며 뭔가 트렌드 경향을 알기 위해서는 더이상 명동이나 대학로가 아닌 '압구정동, 신사동, 청담동'을 가야함을 알리고 있었다.

 

그때 나온 유명 시집 제목도 '바람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자'였다.

 

그렇다면, 그 곳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우리 세대들은 어떤 생활을 한 것일까?

이 책 <오렌지 리퍼블릭>에 자세히 나온다.

소위 말하는 돈 많고 권력있는 부모를 만나, 학교에서 공부보다는 즐거운 사교생활을 하고, 방과후에 과외선생님과 학원가를 돌며 학업을 일삼는다.

문제가 생길땐 잠시 외국으로 도피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질만하면 다시 되돌아 와 한국 생활을 다시 하면 된다.

 

그런 잘나가는 친구를 둔 주인공 준우는 잘나가는 회계사 아버지를 둔 잘나가는 아들이지만, 그들 사이에선 그리 잘 나가는 축에 끼지도 못 한다.

그리고, 무협소설에서 뒤에서 조종하는 고수가 있듯이 잘 나가는 친구들의 정신적 지주로 등극하기 위해 준우는 머리를-잔머리를 쓸 뿐이다.

잘나가는 친구들의 정신적 지주로서 학창생활을 해나가는 그는 막대한 독서량으로 그런 생활이 가능했음을 암시한다.

여러가지 사건의 중심에 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준우는 이리저리 잘도 빠져나가 보스처럼 지켜진다.

 

결국은 그당시에야 그들에게 초미의 관심사이자 이세상의 끝일것 처럼 느껴지던 그 모든 일들이 그들이 뿔뿔이 흩어져 제 삶을 찾아 생활하는 동안 아무 것도 아닌게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오렌지족들이 살아가는 <오렌지 공화국> 안에서만 가능한 일은 그 안에서 끝나는 일인 것이다.

 

대한민국 안에 있는 작은 나라 오렌지 공화국은 그 지속 시기도 짧고, 힘도 없는 그런 작은 세상에 불과한 것이란 말이다. 그래서 세상은 살만한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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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법칙 민음사 모던 클래식 35
러셀 뱅크스 지음, 안명희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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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전 음악, 고전 문학을 중고등학교 시절에 90퍼센트 이상 접하게 되는 것 같다. 요즘은 아마도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이렇게 아이들에게 고전~이란 이름으로 명명되어질 수 있는 음악이나 문학을 접하게 하는 것은 그 것들이 가장 인생에서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그때에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긍정적인 기회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음사의 모던클래식 시리즈 일환인 '거리의 법칙'은 청소년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소설이다.

표지에 나타난 반항기가 가득한 청년의 자신의 머리를 미는 모습으로 '거리의 법칙'이란 제목과 함께 어울어져서 이 책의 내용이 어떨 것이라는 것은 대충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감동을 주리라는 것은 생각지 못 했다. 그저 일반적인 성장소설을 기대했다가 그야말로 고전의 봉을 잡은 느낌 이랄까.

 

10년 전, 모 사이트를 통해 십수년만에 다시 만난 초등학교 동창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직업만큼 학벌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르다. 그런데 그 중 학벌이 고등학교졸업인 한 친구가 내게 한 말이 있다.

"나도 좀 늦더라도 대학을 갈걸 그랬나봐. 너희들을 보니까 그때 내 옆에 너희가 있었더라면 내가 공부를 제대로 하고 좀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해."

물론 그 친구가 지금 현재 갖고 있는 직업이 하찮지도 않고, 대학을 졸업한 친구들보다 못 한 인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 친구가 느낀 그 작은 열등감은 아마도 질풍노도의 시기에 옆에서 누군가 의지가 될 존재가 있었는가 없었는가 하는 것이지 싶다.

 

도서실에서 똑같이 도망가서 롤러스케이트장이나 나이트 클럽, 당구장을 다녔어도 옆에 의지할 존재가 있었던 친구는 좀 더 안정적인 심리환경으로 바르게 나갈 수 있었을 것이란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채피 주변에는 의지가 될 만한 존재가 없다.

하다못해 친엄마까지도 양아버지를 받아들이면서 아들인 채피보다 양아버지를 더 믿고 채피에겐 의지할 수 있는 틈을 주지 않는다. 양아버지 또한 바람직한 모습보다는 채피를 성추행하고, 경찰서를 들락거리는 인간말종으로 밖에는 보지 않는다.

 

의지할 존재가 없는 채피는 자신이 나갈 수 있는 최악의 방법으로 사회에 반항하고, 그 와중에 많은 악한 친구들에게 의지하게 된다.

채피가 아이맨을 만난 것은 인생의 세번 기회라는 그 기회중 하나일 것이다.

그 기회를 채피가 확실하게 잡았고, 그는 다시 태어나게 된다.

 

인생을 앞만 보고 달리지는 말라고 한다. 뒤를 돌아봐야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말이다.

채피는 자신의 인생에서 훌륭한 부모를 만나지는 못 했지만, 스스로 자신을 찾아가는 멋진 모습을 보인다.

 

청소년들의 필독서로 꼭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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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클럽
강영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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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가슴 속 차오르는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글로 표현하면 작가, 노래로 표현하면 음악가, 그림으로 표현하면 미술가, 사진으로 표현하면 사진작가라고 한다.

그리고, 나처럼 별 특별한 능력이 없을 시에는? ^^;;

내 주변의 많은 친구들은 글을 잘 써서 학창시절 내게 보내온 편지만 읽어보더라도 '어쩜 이런 표현을 썼을까' 싶은 글 들이 많다. 그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그냥 그렇게 써진다고 하니 뭐 할 말이 없을 뿐이다.

예술적인 능력이 유전이라면 더더군다나 나는 글쓰기 능력은 별로 타고나질 못 했을거라는 것이 집안의 분석이다.

 

김작가의 딸 영인은 요즘 한창 떠오르는 북촌 한옥마을에서 어머니 김작가와 함께 산다. 일찌기 계동에 자리잡은 그녀의 집은 김작가의 글짓기교실 운영으로 입에 풀칠하며 살지만 그리 썩 유복하진 않다.

모녀간 서로 정이 없는 관계로 엄마를 '김작가'라 부르고 딸에게 따뜻한 말한마디 해주는 법이 없는 조금은 일그러진 가정이지만, 그녀 둘은 서로를 의지하고 사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모녀이기에 닮은 그녀들은 같은 사람에게 연정을 품고, 똑같이 속고, 똑같이 작은 일에 무심하며, 또 작은 일에 크게 슬퍼한다.

 

엄마를 피해 미국으로 시집간 영인은 그 곳에서 결국은 남편과 헤어지고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네일아트라는 신직종을 갖게 된다.

고등학교까지 가슴에 차오르는 무언가를 주체하지 못 해 글쓰기를 원하는 영인은 네일아트를 하며 책을 읽고, 엄마 김작가가 계동의 아줌마 글짓기 교실을 열었던 것처럼 라이팅클럽을 열게 된다.

 

그와 동시에 김작가의 병환을 알게된 그녀. 다시 돌아와 김작가의 병환을 간병하면서 그녀를 더 이해하게 되는데... 돈키호테는 제정신이 들면서 죽었지만, 김작가는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에 뿌듯해 하며 현실은 문학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그녀.

멋진 문학작품인 돈키호테, 노동일기 등 고전들도 등장하고, 영인의 삶이 문학과 겹쳐지면서 더 아름다운 작품이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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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소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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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의 많은 범죄들 중 해결사건이 몇 퍼센트나 될까?

아마 과학의 발달로 과학수사대가 많은 증거품들을 분석하며 범죄에 대한 해결이 분명 높아지긴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모두 사람의 일이라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아직도 길거리를 버젓이 배회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내 옆에서 생활하고 있다면 얘기는 좀 더 무서워진다.

 

도망자는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 중 하나이다.

실제 일본에서 있었던 호스테스 동료 살해사건의 범인이 공소시효 21일 전에 붙잡히면서 일본 전역을 떠들석하게 했고 작가는 그에서 모티브를 얻어 도망자를 썼다고 한다.

주인고 도모타케 지에코의 어려서부터의 삶은 평범하지 않다. 싱글맘으로 자신을 낳고 나간 엄마때문에 조부모와 생활하며 똑똑한 머리 덕분에 앞날이 창창했던 그녀가 할아버지 그리고 뒤이은 할머니의 죽음으로 그나마 평탄하게 살고 있던 삶이 흔들리고 그때 바로 나타난 엄마와 생활을 하게 되면서 평범한 대학생활을 꿈꾸던 그녀의 삶은 살짝 꼬이기 시작한다.

 

어려서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인생에서 평탄하게 지낼 확률이 높은가?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스라고 답할 것이다.

사랑을 받은 사람만이 사랑을 줄 수 있다고 했던가, 지에코는 조부모에게서 받은 사랑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많았는지 엄마의 남자 아이를 갖게 되고 그 아이를 호적에는 동생으로 올리면서 또 한번 인생은 꼬인다.

 

돈 많은 부동산업자와 결혼하면서 풀리나 했던 삶은 남자의 의처증 증세와 폭력으로 얼룩져 또 꼬이게 되고, 그로 인해 그녀는 '교환살인'이라는 무서운 행동을 꿈꾸게 된다.

죽을만큼 힘들기 때문에 그 원인을 없애기 위한 그녀의 행동은 어쩌면 자기방어이다. 이 세상의 많은 남자들이 자신보다 약한 부인과 딸 등 가족을 힘으로 제압하면서 가정 안에서 군림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가정파괴와 가정폭력에 시달린 가족들의 범죄가 벌어지니 말이다.

 

지에코의 '교환살인'은 그녀가 살인 후, 병원에서 우연히 도망을 치면서 그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15년이란 공소시효를 무사히 넘기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도망치게 되는 그녀. 평범한 사람들 속에 녹아들어 삶을 유지하는 모습은 가히 지능적이다.

 

인터뷰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사건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인터뷰를 한다. 다만 누가 인터뷰를 이끌어가는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겨진채.

처음에는 법정인가? 다음에는 도망치다 만난 사람인가? 그러다 형사가 인터뷰중인가? 이렇게 다양한 생각들을 하다가 그저 모든 독자들이 물어보고 싶은 내용을 작가가 대신 물어주는 형식 아닌가 하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15년동안의 지에코의 도망생활을 파란만장하게 적어두어 '도망자'이다. 그러므로 손에 땀을 쥐는 스릴보다는 그녀의 치밀함에 혀를 내두르며 읽으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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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황식 Go!
정허덕재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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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고교 얄개시대를 기억하는가?

좌충우돌 이렇게 저렇게 뭔가를 해보려 하지만 언제나 사고뭉치인 그 들.

 

고 황식은 그 고교 얄개시대 주인공이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이어 2000년대를 쉬고 2010년으로 뛰어나온 듯 하다.

버스비를 아끼려고 교복을 입고 노안의 고딩 흉내를 낸다던가, 친구가 아르바이트하는 카페에서 음료수 스스로 만들어 먹기, 주차장에서 발레파킹 해준다는 명목으로 남녀커플에게서 주차비 받아내 아이스크림 사먹기, 첫눈에 반한 여자에게 작업걸기 위해 곽티슈 비워서 추첨통 만들기 등 그의 살아남기 위한 그때그때 상황대처법은 코믹의 절정을 이룬다.

하지만 그의 삶은 어둡기만 하다. 신의아들처럼 보이지만, 아버지가 안 계시고, 어머니는 입원해계시고, 여기저기 이력서는 내보지만 어찌할 수 없는 백수이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않는 여자들의 우상인 캔디가 울고 갈 정도로 고황식은 꿋꿋하고 즐거운 삶을 만들어가고 있다.

초등학교 동창생을 못 알아보고 첫눈에 반해 작업에 들어가는 그.

백수임에도 꿋꿋하게 잘생기고 직장도 튼튼한 라이벌을 제치고 그녀를 위한 이벤트를 끊이지 않게 구안해 내는 그의 모습은 가히 박수쳐줄 만 하다.

 

다만, 이 시대의 88만원세대들의 아픔이 진하게 느껴져서 한창 일도 사랑도 열심이어야 할 그들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에너지를 쏟을 곳을 못 찾고 헤매는 모습을 그려낸듯 하여 가슴 아프다.

 

어서 좋은 경기가 돌아와 '이태백'이라는 단어가 사라질 수 있도록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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