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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 달
하타노 도모미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평점 :
제목이 너무너무 아름답다. '지지않는 달'이라니...
음력을 종종 사용하며, 보름달에 다양하고도 큰 복의 의미를 부여하는 우리 정서에는 예쁜 사랑 소설이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
물론, 스토킹에 대한 소재라는 책의 소개를 미리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에서 풍기는 아름다움을 기대하게 하는 소설이다.
일본 소설은 가끔 차가운 눈 내리는 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노천탕에 앉은 느낌을 받을때가 있다. 이 소설도 내겐 그렇다.
은행에서 일하다 자신의 친절을 오해해 스토킹하던 70대 노인을 피해 그만두게 된 주인공 사쿠라. 그녀는 벚꽃피는 계절에 초승달 기운을 갖고 태어나 사쿠라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즉 사쿠라는 그 집의 귀한 딸이라는 의미다. 은행을 그만둔 그녀가 일하게 된 마사지숍에서 어느 날 마쓰바라씨를 손님으로 알게 된다. 그녀에게 호감을 표시하면서 따뜻한 사랑을 시작하는 그들.
하지만, 그들의 연애는 사쿠라가 마쓰바라의 집에 방문한 첫날부터 대화가 싸한 느낌을 준다.
사쿠라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만을 일방적으로 듣게 하는 마쓰바라. 나중에 마쓰바라가 사쿠라에게 하는 변명에서 그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듯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렇게 일방적인 대화를 하는 모습만 보고 살아온 그는 변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요즘 간신히 인정하게 된 스토킹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은 얼마전까지 '가해자가 좋아하는 감정을 그저 인정해줘야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가해자도 피해자인척 살아왔던 지난 날을 일본 사회도 우리 사회도 벗어나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10장의 소설이 사쿠라의 입장과 마쓰바라의 입장을 보여주는데, 마쓰바라의 생각을 읽을때는 정말이지 소름이 돋는 느낌이 든다. 사쿠라가 피하는 모습을 마쓰바라는 다른 사람에게 조종당한다고 생각한다든지, 아버지에게 복종하던 자신과 어머니의 모습만을 기억하여 사쿠라에게 자신의 입장만 쏟아놓는 장면은 정말이지 화를 돋군다.
사쿠라가 찾아간 스토킹 상담 전문가의 사쿠라에 대한 죄의식을 없애주는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우리 사회의 스토킹에 대한 뉴스를 다시 보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