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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은 남자
이상훈 지음 / 박하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고등학생시절, 한창 '맥가이버' 드라마가 유행하고 그 맥가이버가 '물리'를 전공했다는 사실에 우린 이과 선택을 많이도 했고, 특히나 물리과목을 선택과목으로 많이들 선택했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물리를 가르치셨는데 우리에게 한명의 과학자가 먹고살 정도의 환경만 마련해주면 그 과학자가 몇 천명, 몇 만명을 먹여살릴거라고 얘기하곤 하셨다. 그래서 순수과학쪽으로 전공을 결정한 친구들도 꽤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처음 '한복입은 남자'를 그림으로 만난 것도 고등학생시절로, 역사시간에 외국인이 연필로 그린 조선인의 초상화가 있다는 정도로 언급되고 지나갔었다. 그리고나서도 여태껏 그 그림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이 그저 우리 조선인을 17C에 루벤스란 이탈리아 사람이 그렸으니, 조선인이 이탈리아까지 갔었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의의가 있는 것이겠지 라고만 생각했었다.
이 소설은 진석이란 방송국 pd가 다큐멘터리를 기획하면서 박물관 조사를 떠난 곳에서 엘레나 꼬레아를 만나고 그녀에게서 조상의 이야기와 비망록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조사하고 있던 '비차'에 대한 장영실이 그렸다는 그림이 다빈치가 그린 설계도와 유사하다는 사실과 맞물려 장영실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와의 관계, 그리고 [한복입은 남자]의 대상이된 '철릭'을 입은 조선인에 대한 조사까지 결코 이어지지 않을줄 알았던 연결고리들이 생기는 픽션이다.
작가의 말에서 서양중심의 세계사 진행을 뒤바꿀만한 큰 화두이지만, 결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그냥 지나칠만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해두는 것을 읽고는 가슴이 벅차 올랐다.
측우기, 자격루, 신기전, 인쇄술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두루 능력을 보였던 장영실이 어느날 갑자기 세종의 가마를 만들고 그 가마가 허투루 만들어진 까닭에 역사 속에서 그 이름을 감추었다면 그의 행방이 조선왕조실록에 나와있어야 마땅한데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도록 사라진 그의 행방과 가묘로만 남아있는 그의 묘, 그리고 중국의 정화가 사라진 때와 묘하게 그 시기가 일치한다는 점 등이 이 소설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작은 우연이 겹치면 사실로 밝혀질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게 되는 그런 이야기이다.
벌써 영화화가 결정된 작품이어서 읽는 동안도 영화를 보는 듯 했는데, 진석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한 과정과 엘레나 꼬레아가 가져온 비망록의 해석이 겹쳐서 진행되면서 더욱 그 소설이 시각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한복입은 남자'의 모습이 진짜 장영실일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다시금 연필로 그려졌다는 그 초상화에 내 나름의 색을 입혀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