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미식가 - 외로울 때 꺼내먹는 한 끼 에세이
윤시윤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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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선배가 여행할때마다 향수를 하나씩 사 모은다는 말을 했다. 향수 한병한병은 알다시피 꽤 오래 사용할 수 있는데, 이 향을 맡으면 그때 그 여행지가, 저 향을 맡으면 또 다른 여행지가 떠오른다고 했다. 그래서 여행지를 향기로 기억한다고. 참 아름다운 일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향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그 후로도 여행을 떠나더라도 기껏 나를 위한 기념품으로 사오는 것이 마그네틱 정도.


엊그제 케이블 TV에서 유명 요리연구가가 남편과 함께 장을 보고 밥상을 차리면서 눈물 짓는 장면이 있었다. 메뉴가 방어조림과 갈치조림이었는데, 시집오기 직전 친정어머니께서 생선조림을 해주시며 가운데 큰 도막을 주시면서 이제 시집가면 네 스스로 이렇게 챙겨먹기 어려울 거라고 하셨댄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그때 그 친정어머니의 나이가 된 요리연구가는 다시 그 때로 돌아가면 친정어머니께 드릴 말씀이 많다고 했다.


이 책은 '라디오스타' 작가가 쓴 글이어서인지 참으로 인상적인 이야기가 많다. 요즘처럼 혼자 밥먹는 사람이 많은 시대인데도 함께 먹는 음식의 속깊은 이야기가 이렇게 많을 수 있을까 싶다. 단맛, 신맛, 쓴맛, 매운맛, 감칠맛, 짠맛으로 크게 나누어 인생과 사랑에 관련된 맛을 표현해내고 있다.

읽는 내내 내가 이야기 주인공이 되어 사랑도 해보고, 공기의 맛도 느껴보려 숨도 거칠게 들이마셔보게 되는 그런 책이었다. 20대 읽었던 로맨스 소설들처럼 가슴 달달하게 해주는 별사탕이야기나 핑크레모네이드와 같은 이야기는 특히 더 빠져들게 만든다. '외로운 미식가'라는 제목만큼 사람을 먹먹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가슴 따뜻하고 미소짓게 만드는 이야기가 엮여져 있으니 주변에 권하고 싶어진다.


토크쇼를 연다면 좀 더 많은 이야기가 음식과 관련되어 쏟아질 것같은 그런 책으로, 이 책을 들고 모두 모여 이야기 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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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놀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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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응답하라'시리즈가 유행할줄은 그 누구도 생각지 못 했을 것이다.

 

물론 중년이후의 어른들은 '왕년에는...' 이란 소리를 입에 달고 살지만 말이다.

 

386세대, 486세대라는 말이 나오더니 그 세대들은 학교가기 힘들었겠지만, 일단 졸업을 하고 나면 자신의 능력에 맞는 다양한 직업을 찾아 취직하기는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았다는 사실에 요즘은 더 초점을 맞춘다.

 

 

 

2000년대이후 직업은 다양화되고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직업들이 생겨서 더욱 사회는 발전하고 모르는 직업도 많아졌지만 사회는 입사전쟁과 함께 젊은이들이 살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버렸다.

 

어느새 나도 중견의 사회인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세대가 느낀 고민과는 또다른 고민을 해야하는 젊은이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제목부터 젊은이들의 이야기이다.

 

오늘 뉴스에서도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거짓으로 가족에게 속인 생활을 지속하던 30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이런 아픔을 가진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이 책은 그들에게 제발 힘내라고 소리치는 작은 울림이 있다.

 

 

 

입사 반년차 아오야마의 꾸리꾸리한 회사생활에 지쳐 자존감이 바닥인 그가 선택할 한가지는 포기. 그 순간 나타난 야마모토는 그에게 삶의 활력을 가져다 주고 회사생활의 방향까지도 제시해주게 된다. 계속되는 회사생활에서 상사의 폭언과 일에 시달리던 아오야마는 야마모토의 존재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되지만, 그에게 열정을 되찾아주고 과감히 힘든 것은 버리라는 그의 충고는 아오야마에게 중요한 충고가 된다.

 

결국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직업만이 될수 있는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아오야마.

 

 

 

이와 같은 아픔을 가진 우리 젊은 세대들도 좀 더 힘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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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비밀 마탈러 형사 시리즈
얀 제거스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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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화에는 트렌드라는 것이 있어서 그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패션까지도 불경기일때는 여성들의 치마길이가 짧아진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니 사람들의 사상을 담고 있는 서적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요즘 뉴스의 핫 트렌드는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과거 청산문제이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이 더욱 가슴아프게 다가오게 되는듯 하다.


12세의 어린 나이에 자신만을 옆집에 맡겨둔채 여행을 간다고 했던 부모님이 새벽에 나치에 의해 끌려가는 모습을 바로 눈 앞에서 목격한 호프만은 그 이후로 독일을 떠나 한번도 그리워하지 않고 돌아가지도 않는다. 그런 그가 60이 넘은 나이에 방송을 타게 되고, 그 방송을 본 누군가에게서 연락을 받게 된다. 호프만의 아버지가 아우슈비츠에서 남긴 봉투를 그에게 전해주기 위해서 말이다. 봉투에 들어있는 악보는 그 가치가 어마어마한 진품이었고 호프만을 인터뷰한 기자 발레리는 발벗고 나서서 그 악보의 출간을 돕기로 한다.


장면은 변하고 어느새 선상레스토랑에서 살인이 일어나고 그 안의 여러 손님들이 모두 살해당하는 사건으로 형사 마탈러는 이 복잡한 살인사건이 일반적인 살인사건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살인사건은 계속되고, 그 이어진 살인사건에 대한 해결을 위해 마탈러는 결국 기자 발레리의 존재와 호프만의 존재를 알게 되는데...


처음은 호프만과 악보로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까하는 기대에 차있다가 이 이야기가 더이상 간단한 스릴러가 아닌 과거를 다룬 묵직한 소설임을 알게 되면서 긴장감이 더해진다. 읽어가면 갈수록 살인사건과 그에 얽힌 사연, 악보 뒤의 이야기, 진실이 쉽게 이렇게 소설로 쓰여지기엔 참으로 가슴아픈 이야기였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픈 이야기라고 자꾸만 감추려고 하는 요즘 우리 사회의 뉴스와 겹쳐지면서 좀 더 용기있게 우리 역사와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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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자식들 대한민국 스토리DNA 9
이철용 지음 / 새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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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선 급속한 발전에 발맞춰 사람도 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 할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발전하는 사회의 모습에는 어두운 면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가 그랬을 것이다. 급속도로 경제개발이 이뤄지고, 그 속에서 아직 전쟁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난에 허덕이며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춰가기 위해 악을 쓰며 살아도 그저 거기서거기인 생활이 계속되는 그런 모습 말이다.

 

이 책은 1980년에 이철용이 써서 황석영이 윤문한 소설로 황석영의 이름으로 처음 출판되었다고 한다. 그때의 베스트 셀러가 이제 다시 출판되어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동두촌, 미군기지, 창녀촌, 시장의 뒷골목은 지금 생각해봐도 가로등도 잘 없어 어둡기만한 그런 장소로 여겨진다. 그래서 하루의 반이상이 어둠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마음마저도 어둠에 먹혀가는 그런 안타까운 인생이 지속되는 곳들이다.

 

주인공은 어려운 집안에 태어나 치르게된 병도 잘 치료하지 못해 장애를 갖게 되고, 국민학교에 들어가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병신'이란 소리를 들으며 살아가야하는 자신의 인생이 힘들어 세상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한다. 그의 분노는 폭력으로 표출되고, 지독한 땡깡으로 표출되기도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서 피해야하는 존재로 전락하게 되고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한 무기력으로 스스로를 포기한듯 폭력과 절도로 치닫는다.

 

여러번의 감방 출입으로 전과가 늘어날수록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커져가고, 스스로를 다잡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는데 그 노력이 참으로 감동이다.

 

 

책의 첫장부터 끝장까지 이 글이 한글로 씌여진 것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모르는 단어가 빽빽히 나온다. 모두들 은어와 욕으로 소설의 반쯤 지나서부터는 은어와 욕에 통달한듯 느껴진다. 독자인 내가 소설의 내용보다 욕에 지쳐갈즈음 주인공도 정신을 차린다.

 

작가의 경험을 쓴 소설이라고 하니 더욱 신뢰가 가고 마음이 아픔 소설인데, 욕과 은어에 지쳐가다보니 살짝 두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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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기담
시부사와 다쓰히코 지음, 임명수 옮김 / 어문학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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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때마다, 많은 과학자들과 심령학자, 무속인 들이 함께 모여 토론하는 장은 거의 없다. 그저 각각의 사람들이 '~카더라'통신으로 이렇지 않을까 저렇지 않을까 의견을 내놓을 뿐이다.

첨단 과학시대인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가 얼마전 국립미술관을 짓다가 자꾸 불이나고 공사에 사고가 지속되자 문화재급의 무당들을 불러다 굿을 했다는 소식은 이런 기담들을 우리가 무시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일 것이다.

 

이 책은 일본인 작가가 쓴 관계로 일본의 기담들이 대부분이다. 식신을 데리고 다니는 심령술사 이야기부터 첨단 과학시대에나 가능할 법한 이유없이 날아다니는 물체들의 이야기, 유체이탈의 현상이 일어날 때 나타나는 사람에게서 빠져나가는 것들과 동시에 다른 곳에서 자던 사람이 같은 꿈을 꾸는 신기한 이야기, 꿈꿨던 이야기가 실제가 되어 일어나는 이야기 등 우리도 기담으로 많이 접했던 이야기가 나열되어있다. 앞에서 나온 이야기와 연관되어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전해내려오는 일본 이야기 책이나 역사를 다룬 이야기도 있어 일본 초등학생들이 보면 흥미있어할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요즘은 워낙 자극적인 이야기가 많아서 예전에 '세상에 이런일이...'라고 한탄을 하며 듣던 이야기들이 너무도 많이 일상적인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어렸을적 읽었던 귀신이야기, 우주선이야기, 학교괴담은 이제 더이상 이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별 감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일까? 이 책 '동서기담'은 그저 '예전에 이랬었다더라~' 수준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보통 독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동서기담이라는 제목에서처럼 동양 서양의 귀신, 도깨비, 우주인 이야기등의 비교와 다양성일텐데 비교해주는 것처럼 '유럽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에서 끝이 나니 좀 기가 빠지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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