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의 물건을 우리는 대체로 꺼린다. 옛날에는 저승에 가져가시라고 태워드리기도 했다던데, 요즘은 중고거래 사이트나 중고거래가게에서 많이 팔리기도 한다고 한다. 얼마 전, 서울 한복판의 가구거리에서 침대 옆에 둘 작은 중고 협탁을 1만 5천원에 구입했는데 새 것 같다고 좋아하는 후배를 보며 나도 그 가게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 책의 구미호 카페는 죽은 사람의 물건을 수리하거나 리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파는 가게인데도 잘 팔린다. 아마도 인간의 기억과 욕심을 잘 매칭해서 이리라. 욕심은 언제나 그렇듯이 자존감을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자신의 어두운 면을 보게 만든다.
달이 뜨는 날에만 열리는 구미호 카페,
우연히 받은 전단지의 문구에 이끌려 오성우는 구미호 카페에 가게 된다. 구미호의 안내에 따르면 그 카페에서 파는 죽은 이의 물건을 사면 정해진 시간 동안 간절히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지금 당신이 가장 간절히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어려운 질문에 오성우는 말 그대로 지금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돈을 이야기 한다. 죽은 사람의 물건을 사는 대가는, 자신의 시간 중 어느 한 부분이고 그것을 정할 수는 없다. 희한하게도 구미호 카페에서 눈에 띈 물건은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과 통하고, 그 물건은 그 간절함에 대한 응답을 해주는 것이다.
성우가 짝사랑하는 지레는 구미호 카페에서 털장갑을 샀고, 성우는 낡은 다이어리를 산다. 성우의 사촌 재후는 일시적은 사정으로 성우와 함께 살게 되고 같은 반으로 전학까지 오게 된다. 게다가 쭈뼛거리는 성우와는 달리 지레에게 급격히 친해지고, 비싸고 예쁜 반지까지 주는 것을 보고 재후에 대한 질투심이 커져만 간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가지지 못 한 것에 대한 열망과 욕심으로 능력이 발휘되기도 하고,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시간을 비용으로 치르는 것은 우리는 '모모'에서 익히 배웠듯이 현명하지 못한 방법이다.
아름다운 기억일지 미래의 아름다운 시간일지 모를 자신의 시간을 대가로 치르고 잠시의 욕심을 채우려던 오성우는 지레의 현명한 판단으로 자신이 무엇을 위한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를 늦게나마 깨닫게 된다.
자신의 인생의 주인은 자신이고, 그 인생을 아름답게 가꿔 나가야 하는 의무가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