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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부자 16인의 이야기 - 조선의 화식(貨殖)열전
이수광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1006/pimg_7221411571288530.jpg)
부자의 3요소는 축적, 증식, 분배다. 나오는 글 부자가 되는 법 맨 마지막 페이지에 나오는 말이다. 이것이 부의 사회적 선순환을 이루는 개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의 개념이라는 것이 어느 순간 무너져 버렸다. 원래 부자는 지역 주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위치에 놓여야 마땅하다. 어렵게 이룬 부는 개인의 엄청난 노력이 빚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부자는 그렇게 얻은 부를 공정하게 나누고 더불어 잘 살아가며,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자들에게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부정부패와 무능으로 점철된 조선사회에서조차 서양의 오블리제 노블리주를 실천한 재력가들이 적지 않다. 지금은 부자가 천박한 존재로 전락해버렸고, 돈이 권력이라는 생각이 지배하는 사회이다보니 쉽게 부를 얻으려는 사람들로 득실거린다. 남의 것을 속임으로 빼앗고 로또나 도박으로 일확천금을 노린다. 일단 돈이 많으면 세상 앞에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 뿐더러 남들이 자신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워낙 세상살이가 팍팍하다보니 돈만 있으면 행복할 것 같은 얄팍한 기대심리가 저변에 깔려있다. 부자에 대해선 비판하면서도 조금은 앞질러서 어떻게든 돈을 끌어모이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조선 시대의 부자는 어땠을까? 이 책에 나오는 16인은 사회적으로 존경받아 마땅한 인물일까? 이들은 어떻게해서 부자가 되었을까? 16인의 부자 중 첫번째로 소개된 인물은 백달원인데 소금을 가져다 파는 조선 보부상의 원조격인 인물로 고려말에 태어난 사람이다. 우연히 이성계를 도와준 덕분에 물자에 대한 독점권을 얻어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조선시대를 생각해보면 과거에 급제하여 정계로 진출하는 것보다 상인으로 부를 얻는 것이 현실적으로 삶의 질이나 행복면에서 보면 이득일 것 같다. 실제로 백달원은 정계로 진출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자신의 본업은 상인의 역할에 충실하였고 그 덕분에 누군가로부터 모함을 당하지도 않고 소금을 비롯한 다섯가지 물품의 독점권을 획득하였고 상인들이 자유롭게 장사를 하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임방을 설치하여 조선에 보부상들이 활약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 책은 정말 쉽게 쉽게 읽을 정도로 재미있게 잘 쓰여진 책이다. 부자가 되는 방법을 찾기 보다는 조선 시대에 부자가 된 이들이 어떤 마음을 지니고 실천한 덕분에 부자가 될 수 있었는지 그 과정과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다. 부 자체에 집착하기 보다는 스스로 仁을 새겨 헛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시대의 흐름을 잘 읽어 부자가 된 사람들이다.
각각 인물들마다 배울 점들이 많다. 원칙과 신용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어 무엇을 하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기본 바탕을 만들 수 있다. 우직하게 돈의 가치와 사람의 중요성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돈을 모이는 것 뿐만 아니라 이를 어떻게 쓰느냐도 잘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자신의 모든 재산을 조선의 독립을 위해 아낌없이 썼던 이회영 일가도 떠오르는데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 유익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