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어떻게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았나
데이비드 로버트슨.빌 브린 지음, 김태훈 옮김 / 해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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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는 1932년 빌룬에서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이 창업을 한 회사로 'leg godt(잘 놀아요)'의 두 글자를 조합한 핵심 가치관을 심었고 1934년 사명을 레고로 짓게 된다. 초반에는 나무 장난감을 위주로 제작을 하였는데 1946년 플라스틱 사출 성형기를 도입한 이후 올레 키르크와 고트프레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1958년 플라스틱 블록의 결속력을 해결하여 마침내 아이들의 끊임없는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오늘날과 같은 레고 블럭이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레고 블럭의 장점은 호환성이 매우 뛰어나서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데 있어서 혁신적인 장난감이라는 것이다. 고트프레드는 5가지 원칙을 세우게 되는데 장난감의 재구매율을 높이고 대량생산과 판매가 가능한 놀이기구를 만드는 데 전력을 기울인다. 그 원칙은 1. 작지만 상상력을 제한하지 않는 크기, 2. 합당한 가격, 3. 단순하고 튼튼하며 풍부한 변화를 제공하는 제품, 4.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그리고 전 연령대에 재미를 주는 제품, 5. 유통하기 용이한 형태이다. 


레고 블럭은 내게 특별한 장난감이었다. 그리 넉넉치 않은 살림살이였지만 기본적인 레고 블럭만으로 수십가지 조합을 하면서 즐겼던 기억이 생생하다. 자동차 장난감이 없어도 레고 블럭으로 자동차를 만들기도 하고 집은 갖고 있지만 않지만 시간과 정성을 들여 집을 만들곤 했다. 레고 블럭은 창의력과 집중력 그리고 상상력을 키우기에 매우 적합한 놀이다. 레고 블럭 간의 호환성과 뛰어난 결속력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주었고 하루종일 조합하고 부수고 다시 만들어도 질리지 않았던 마성의 장난감이었다. 가격 대비 효율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는데 몬드리안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밝은 색상은 장난감에 주목하기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작년 봄에 들른 전시회에서 만난 레고블럭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수십만개의 블럭으로 못 만들어내는 것이 없다는 듯 스타워즈와 같은 영화 속 장면을 재현해내기도 하고 에펠탑이나 광장, 정글, 성도 레고 안에서는 불가능이 없어 보였다.


<레고 어떻게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았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내기까지 레고의 경영철학과 원칙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80년여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오랜 전통을 가졌지만 이들은 끊임없는 혁신을 이뤘고 3대에 걸친 친족 기업임에도 그들이 레고라는 기업에 갖고 있는 확고한 신념과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98년에서 2003년 간은 레고에게 큰 재정 위기가 닥친 시기였는데 이들이 극복할 수 있는 계기는 고객과의 소통이었다. 레고에 애정을 가진 열혈 고객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하고 지속적인 대화로 의견을 청취함으로써 내부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살피고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기업들도 되새겨 봐야 할 점이다. 고객들은 늘 A/S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구매 후에는 나몰라라는 식으로 배짱영업을 하기 때문에 신뢰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문제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해결책을 도모해야 할 책임은 기업에 있지만 성의있는 A/S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레고는 흔히 레고 블럭만 만드는 장난감 회사로 인식하기 쉬운데 전혀 모르던 제품들을 출시했다는 점이 신기했다. 2006년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기전쇼에 선보였던 마인드스톰 NXT 로봇이라든가 레고 주사위, 벌레 로봇 종족 보록, 바이오니클인 고라스트인데 대부분 고객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려 했고 레고 팬들에 대한 서비스와 행사도 빼놓을 수 없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고객들의 수용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면서 지금은 엄청난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되었다. "바로 위기가 근본적이고 전반적인 변화를 촉구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라는 것이다. 지속적 혁신은 배우고 적응하는 조직의 능력에서 나와야 한다." 폐쇄적이고 소통하지 않는 기업문화를 가진 조직에서는 빠르게 시장에 적응하는 유기적인 조직이 될 수 없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시장에서 경쟁력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배워야 할 점이 많은 레고 그룹의 혁신 스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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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 읽는 가족의 시
김태훈 엮음 / arte(아르테)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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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험한 세상, 울타리 안 버팀목은 역시 가족 밖에 없다. 대가족을 이루며 살거나 친척이 많았던 때에 비할 수 없지만 가족 이야기는 왠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금요일에 읽는 가족의 시>는 시를 엮고 에세이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씌인 노란색 표지가 인상적인 책이다. 가족만큼 소중한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말이 있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만큼 애틋하고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아련하게 들린다. 그건 바로 가족이라는 힘이기에 가능하다. 늘 내 편이 되어줄 것 같고 내가 힘들때면 기대어 울 수 있는 포근한 안식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보고 있으면 가슴 한 켠에 온돌을 댄 듯 따듯하다. 저마다 가족에 대한 기억이 남다를 것 같다. 특히 어릴 때 뛰어놀던 시기가 그립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덕분에 우리는 세상을 버텨갈 힘을 얻는다. 가족 간의 대화가 부족해지는 요즘 책에 실린 50편의 시를 읊으면서 참된 가족애에 대해 나눌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시를 읊으면서 우리는 깨닫게 된다. 진정한 가족애와 인생의 참맛을 배운다.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일러스트와 소소한 이야깃거리는 각박해져가는 이 시대를 견디게 해준다. 부와 명예욕에 눈 멀어 바쁘게 살아가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애틋함. 빨리 가지 않아도 되는데 주변을 돌볼 여유조차 갖지 못하고 바쁜 것이 열심히 사는 것이라는 믿음은 우리가 놓치고 지나친 건 무엇인지 되돌아 볼 수 있게 하지 않을까? 정말 단순하지만 서로가 정을 나누면서 살아가는 그 시절에는 관심이 지대했다. 아프면 돌봐주고 함께 즐기며 웃었던 소박함이 그립다. 그래서 이 책이 더 반갑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한 때 시에 푹 빠져서 읽고 지으며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빠르게 흐르는 세월이 야속하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만나는 시를 읽으면서 또 뉴스에서 전해지는 참담한 소식에 가슴이 아프지만 결국 행복의 최소단위인 가족을 지키지 못하면 행복도 없다는 걸 가슴으로 느낀다.


행복을 애먼 곳에서 찾을 게 아니라 바로 나와 함께 하는 가족으로부터 찾으려고 한다면 언제나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매일처럼 반복되는 일상에 사는 우리지만 변하지 않는 건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형, 오빠, 누나, 언니,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말이 주는 편안함이다. 가족끼리 정과 사랑으로 의지하면서 똘똘 뭉치면 어떤 힘든 순간도 이겨낼 수 있다. 이 책에 나온 시를 낭송하면 잠시 잊고 지냈던 가족애를 소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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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의 거울, 키루스의 교육 - 아포리아 시대의 인문학 - 그리스 군주의 거울
김상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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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은 우리들이 사는 시대를 함축하는 키워드다. 리더의 부재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믿고 따를 수 있는 존경받을 지도자가 없다. 아포리아 시대의 군중들은 갈 길을 잃었다. 참된 리더 대신 금전욕과 권력욕에 눈먼 리더들만 봐왔다. 그들의 말로는 좋지 못했고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故 김수환 추기경, 故 신영복 선생님, 故 법정 스님 같은 리더는 이제 없다. 우리가 뉴스 본 각계 리더들은 함량미달이었다. 모르쇠로 일관하고 거짓말과 책임 떠넘기기는 주특기가 되었다. 이 시대에 정의는 존재하기는 할까? 어둑한 밤하늘의 텅빈 공허함처럼 희망이 느끼지지 않는다. 믿었던 사람으로부터의 배신은 훨씬 크다. 우리는 진실을 호도하는 자들을 경계해야 한다. 감상근 교수의 <군주의 거울 : 키루스의 교육>은 2014년 인문학 특강과 강연, 기고문에 실린 내용을 단행본 형식으로 수정·보완을 거쳐 나온 책이다. 책의 구성은 1부 아포리아 시대의 기록, 2부 아포리아 시대, 리더의 공부로 나뉘었다. 1부는 다시 헤로도토스의 <역사>,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플라톤의 <국가>,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을 되짚어 보면서 리더가 갖춰야 할 미덕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매우 흥미로운 주제들이다. 고대 그리스의 고전은 인간군상과 시대상을 정밀하게 기록하였기에 수천년이 지난 작금의 시대에도 반면교사로 삼을만한 대목들이 많다. 아테네와 페르시아의 전쟁을 기록한 최초의 역사서인 <역사>는 세 명의 지도자가 등장한다. 리디아의 크로이소스,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 아네테의 테미스토클레스다. 궁전을 황금으로 도배할만한 위세가 대단했던 크로이소스에게 그리스의 현자인 솔론이 오게 되었는데 행복의 기준은 물질 보다는 다른 데 있다고 말한다. "큰 부자라도 운이 좋아 제가 가진 부를 생을 마감할 때까지 즐기지 못한다면 그날그날 살아가는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 할 수 없기 때문이옵니다. ... 누군가 죽기 전에는 그를 행복하다 부르지 마시고, 운이 좋았다고 하소서." 정말 명문이 아닐 수 없다. 부에 집착하기 보다는 가진 것에 만족하며 보내는 사람이 진정 행복하다는 것이다. 결국 자만한 크로이소스의 리디아 수도를 페르시아의 건국자인 키루스 대왕이 함락시켜 버린다.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는 500만 대군을 일으켜 그리스를 점령하려고 전쟁을 일으켰지만 살라미스 해전에서 크게 패하고 패퇴한다. 어리석은 군주의 대표격인데 막강한 부와 군사력만 믿고 전쟁을 일으키다 수많은 병사들의 목숨만 허무하게 잃게 된 것이다. 테미스토클레스는 페르시아에 승리한 영웅이지만 실망스럽게도 재물 욕심이 많아 돈을 사적으로 갈취하고 조국을 배신해 페르시아로 전향한 변절자로 추락하고 만다.


대표적으로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들었지만 우린 동·서양을 막론하고 무지한 군주와 현명한 군주들의 예를 많이 들어왔다. 우리가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리더로서의 자격은 무엇이며, 탐욕은 모든 걸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키루스의 교육>을 읽어 올바른 교양을 쌓은 리더가 되어야 한다. 천박한 권력을 휘두를 것이 아니라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포용력과 현명한 판단, 지도력이 필요한 때다. 특히 리더일수록 역사서를 많이 읽어야 한다. 군주의 거울에서는 "성적인 절제, 친절함, 예의 바름, 관후함"의 모범을 따라한다고 한다. 키루스 대왕을 통해 현명한 지도자의 덕목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리더의 부재가 심각한 이 시대에 고대 그리스 고전이 갖는 의미는 위기 속에서 빛이 되어줄 리더를 기다리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아포리아 시대의 그리스를 닮은 우리나라에게 빛이 되어줄 양질의 책이 나왔다. 가독성이 좋다는 건 두말할 나위없고 올컬러 사진이 삽입되어서 흥미롭게 읽을만한 인문교양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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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어도 땅은 사라 - 대박땅꾼 전은규의 고수 따라하기 시리즈 7
전은규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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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이 있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지금까지 경매든 토지투자든 직접 해볼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다.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것도 아니고 당장 일에 치이고 디자인과 문화생활을 하기 바빴다. 필요성을 느끼지 않다보니 당연히 등한시 하면서 살아온 것 같다. 근데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이라도 일찍 알아두었다면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자 명목으로 토지를 알아볼 것은 아니지만 기초적으로 부동산이나 토지, 서류, 법에 관련된 지식이 정말 한심할 정도로 부족했다. 적어도 알면 손해볼 일은 없을텐데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읽었다. 자칫 어려워서 진도를 나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는 다르게 초보자도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가 카페 회원이나 지인들의 사례를 들면서 이렇게 해서 손해를 봤고 저렇게 해서 이익을 봤다는 얘기들은 투자에 대한 안목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주었다. 무턱대고 매물이 나와 투자하기 보다는 면밀히 알아보고나서 투자가치가 있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


'난 평생연금을 땅에서 받는다!' 그가 이런 말을 할 정도까지 10년이 걸렸는데 처음부터 욕심부리지 말고 배운다는 자세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있을까? 성공사례에 혹해서 준비없이 실행에 옮기기 보단 일단 지적도나 서류, 임장활동, 답사를 하면서 실전감각을 키워가야 할 것 같다. 논, 답, 임야, 대지에 대한 개념과 지분분할, 필지분할 등 오래전에 공인중개사 교재에 나왔던 내용이 있어서 반가웠다. 워낙 초보자 눈높이에 맞게 쓰여져 있어서 토지투자에 관한 입문서로 꽤 괜찮은 책이다. 훗날 귀농이나 귀촌을 하게 된다면 토지는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며 구입하려는 땅의 지목이나 어떤 지역으로 묶여 있는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기획부동산이나 떴다방을 맹목적으로 믿고서 무턱대고 투자하는 걸 경계한다. 모든 기획부동산이 그릇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내게만 좋은 정보를 쉽게 알려줄리는 없기 때문에 직접 관련 지차체 담당자로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지속한 가능한 삶을 꿈꾼다. 땅을 구입해 신축한 다음 매달 나오는 월세로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일은 누구나 꿈이다. 토지 매매가가 올라 시세차익으로 큰 수익을 올릴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한 때 투기열풍이 불었고 지금은 제주 이민자가 늘어나고 중국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점점 토지투자은 과열 양상을 띄고 있다. 불과 2~3년 사이에 땅값이 크게 올랐다고 한다. 지금 토지투자를 하지는 않지만 유익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대개 손쉬운 방법은 사례를 들어 소개하는 것이며, 자신이 알고 팁과 정보를 싣는 소개하는 것이다. 기초 지식이 부족한 내겐 생소한 영역이라서 판단기준을 내릴 수는 없지만 아직도 토지는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말은 요즘 시대에 더 들어맞는 것 같다. 투자자금별로 토지투자 전략가이드가 실려 있으니 참고해봐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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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피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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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피(Creepy)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공포로 인해) 온 몸의 털이 곤두설만큼 오싹한, 섬뜩할 정도로 기이한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역시 일본 미스터리물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제15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올해 6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에 의해 개봉될 예정이라고 한다. 항상 공포물은 우리 주변 어딘가에 이런 일들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을 불러오는 작품들이 마음을 오싹하게 만든다. 이 소설처럼 혹시 내 이웃이 사이코패스는 아닐까? 살면서 그런 의심을 한 적은 별로 없지만 이 책은 "그것이 알고 싶다"의 소재로도 훌륭하게 쓰일 법하다. 신인상을 받은 작품이라고는 해도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나 중간에 들어간 복선 그리고 뒷통수를 치는 반전 등 미스터리물이 갖춰야 할 미덕들은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이 가진 흡입력이 얼마나 대단한가 하면 주인공인 다카쿠리 옆집에 니시노라는 중년 남자가 산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듯 교류가 없는 낯선 이웃의 가족에 대해 아는 건 전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교 동창생인 노가미가 찾아온다. 그는 경시청 수사1과 반장이 되었는데 '히노 시 일가족 행방불명' 사건에 대해 의견을 묻고 싶다며 찾아온다. 


아내는 니시노 집에 사는 미오라는 아이로부터 이상한 말을 듣게 된다. "그 사람은 우리 아빠가 아니에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에요." 몇 일이 지난 후 밤 1시에 그 아이가 "도와주세요."라며 문을 두드리고 아내와 함께 안심시키는 차에 옆 집에 사는 니시노가 초인종을 누르며 "아이를 데리러 왔다"며 주인공과 대치상태에 놓인다. 여기서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데 이중으로 잠근 문이 거짓말처럼 열리는 차에 체인을 걸어둔 덕분에 손을 쳐서 간신히 물리친다. 그의 손에는 식칼이 들려져 있었으며 평소와 다르게 뒤틀린 니시노가 서 있었다. 아내가 경찰에 신고하고 달려온 사복 경찰이 오히려 자신을 아동약취로 서에 가자고 한다. 미오는 다행히 아동상담소에 맡겨진다. 사건이 벌어진 후 신변에 위험을 느낀 주인공은 어딜 가든 아내와 함께 갔는데 그 날은 미오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서 아동상담소에 찾아갔다. 다니모토도 한 시간 정도 주변을 돌며 대화를 하는 동안 안에서는 끔찍한 칼부림이 일어나고 미오를 데리고 괴한은 사라진다. 다나카 모녀가 방화살인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또 주인공의 집에는 미오의 어머니가 사체가 널려있는 모습까지 보게 된다. 


이 모든 사건은 야자마라는 인물이 있었는데 그는 노가미 형사의 이복동생이다. 히노 사건처럼 주변 위치가 동일한 곳이기 잠입하기 쉬웠고 미즈타의 집도 비슷한 유형에 의해 일가족은 살해 당하고 야자마가 그 집 주인 행세를 했던 것이다. 이 소설의 핵심은 편지를 통해 드러나는데 후반부에는 미처 알지 못한 진실이 드러난다. 가와이 소노코가 저지른 범행과 주변을 피로 물들인 불행. 결론적으로는 야자마, 노가미, 유카까지 모두 죽었으니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 중간에는 자신의 명예욕을 위해 진실을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거래한 뒤 연쇄적으로 죄없는 사람들이 죽게 되었으니 말이다.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자의 최후는 허무하게 끝났지만 무려 10년 간이나 자신의 집에 방치해 둔 가와이 소노코야말로 무서운 사람이 아닐까? 사람은 겉으로 드러난 것과 달리 일련의 이런 범행들이 훨씬 잔인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중반부에 느낀 긴박감과 반전. 한 편으로는 도시에 사는 현대인이 느끼는 고독과 외로움을 느끼게 해준 소설이었다. 흡입감 넘치는 소설로 범죄심리학자인 주인공과 함께 사건 현장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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