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피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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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피(Creepy)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공포로 인해) 온 몸의 털이 곤두설만큼 오싹한, 섬뜩할 정도로 기이한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역시 일본 미스터리물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제15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올해 6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에 의해 개봉될 예정이라고 한다. 항상 공포물은 우리 주변 어딘가에 이런 일들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을 불러오는 작품들이 마음을 오싹하게 만든다. 이 소설처럼 혹시 내 이웃이 사이코패스는 아닐까? 살면서 그런 의심을 한 적은 별로 없지만 이 책은 "그것이 알고 싶다"의 소재로도 훌륭하게 쓰일 법하다. 신인상을 받은 작품이라고는 해도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나 중간에 들어간 복선 그리고 뒷통수를 치는 반전 등 미스터리물이 갖춰야 할 미덕들은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이 가진 흡입력이 얼마나 대단한가 하면 주인공인 다카쿠리 옆집에 니시노라는 중년 남자가 산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듯 교류가 없는 낯선 이웃의 가족에 대해 아는 건 전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교 동창생인 노가미가 찾아온다. 그는 경시청 수사1과 반장이 되었는데 '히노 시 일가족 행방불명' 사건에 대해 의견을 묻고 싶다며 찾아온다. 


아내는 니시노 집에 사는 미오라는 아이로부터 이상한 말을 듣게 된다. "그 사람은 우리 아빠가 아니에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에요." 몇 일이 지난 후 밤 1시에 그 아이가 "도와주세요."라며 문을 두드리고 아내와 함께 안심시키는 차에 옆 집에 사는 니시노가 초인종을 누르며 "아이를 데리러 왔다"며 주인공과 대치상태에 놓인다. 여기서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데 이중으로 잠근 문이 거짓말처럼 열리는 차에 체인을 걸어둔 덕분에 손을 쳐서 간신히 물리친다. 그의 손에는 식칼이 들려져 있었으며 평소와 다르게 뒤틀린 니시노가 서 있었다. 아내가 경찰에 신고하고 달려온 사복 경찰이 오히려 자신을 아동약취로 서에 가자고 한다. 미오는 다행히 아동상담소에 맡겨진다. 사건이 벌어진 후 신변에 위험을 느낀 주인공은 어딜 가든 아내와 함께 갔는데 그 날은 미오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서 아동상담소에 찾아갔다. 다니모토도 한 시간 정도 주변을 돌며 대화를 하는 동안 안에서는 끔찍한 칼부림이 일어나고 미오를 데리고 괴한은 사라진다. 다나카 모녀가 방화살인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또 주인공의 집에는 미오의 어머니가 사체가 널려있는 모습까지 보게 된다. 


이 모든 사건은 야자마라는 인물이 있었는데 그는 노가미 형사의 이복동생이다. 히노 사건처럼 주변 위치가 동일한 곳이기 잠입하기 쉬웠고 미즈타의 집도 비슷한 유형에 의해 일가족은 살해 당하고 야자마가 그 집 주인 행세를 했던 것이다. 이 소설의 핵심은 편지를 통해 드러나는데 후반부에는 미처 알지 못한 진실이 드러난다. 가와이 소노코가 저지른 범행과 주변을 피로 물들인 불행. 결론적으로는 야자마, 노가미, 유카까지 모두 죽었으니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 중간에는 자신의 명예욕을 위해 진실을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거래한 뒤 연쇄적으로 죄없는 사람들이 죽게 되었으니 말이다.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자의 최후는 허무하게 끝났지만 무려 10년 간이나 자신의 집에 방치해 둔 가와이 소노코야말로 무서운 사람이 아닐까? 사람은 겉으로 드러난 것과 달리 일련의 이런 범행들이 훨씬 잔인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중반부에 느낀 긴박감과 반전. 한 편으로는 도시에 사는 현대인이 느끼는 고독과 외로움을 느끼게 해준 소설이었다. 흡입감 넘치는 소설로 범죄심리학자인 주인공과 함께 사건 현장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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