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의 소녀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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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기욤 뮈소의 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0년전 <구해줘>를 우연히 읽게 되면서였다. 그 이후로 줄곧 꾸준히 내는 소설마다 그 특유의 흡입력 강한 스토리로 인해 이제는 매년 그의 신간을 기다리게 되었다. 기욤 뮈소하면 로맨스 소설이 먼저 떠오르는데 이번에 읽게 된 <브루클린의 소녀>는 다시 기욤 뮈소에게 반하고 말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빨리 읽는 것이 아까울 정도였다. 하나의 완벽한 스토리텔링을 갖춘데다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내용은 '한 번 붙잡으면 손에서 놓을 수 없다'는 상투적인 표현이 전혀 상투적이지 않은 책이었다. 여러 권의 책을 낸 현직 작가이자 아들 테오를 둔 라파엘은 어느 날 병원에서 매혹적인 안나 베커를 만나게 되고 이제 결혼까지 약속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더 없이 완벽했던 펜션에서의 저녁시간. 3주일이면 결혼하게 될 사이지만 전 아내의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행동에 조심스러워진 라파엘은 안나 베커의 진실을 다 알아야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안나 베커는 시체 3구가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내가 저지른 짓이야"라고 말한다. 이에 혼란스러워진 라파엘은 안나를 펜션에 남겨두고 차를 몰고 갔다가 다시 왔을 때는 이미 그녀가 사라지고 난 뒤였다.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그의 이웃사촌인 마르크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함께 안나 베커의 행적을 따라 수사를 해나가기 시작한다. 작가의 상상력과 직감, 오랜 형사 생활을 하면서 쌓은 추리력과 경험은 서서히 진실을 밝혀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책은 라파엘과 마르크가 여러 사람을 인터뷰와 자료를 찾아내면 낼수록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고 전혀 다른 상황과 알게 된다.



처음에는 안나 베커가 본명인 줄 알았지만 그건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생트 세실 고등학교의 교장 클로틸트 블롱델의 조카였다. 실제 안나 베커가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동안 위조된 신분으로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다. 폴린 파제스라는 가명을 사용했지만 진짜 이름은 클레어 칼라일이었고, 그녀의 노트북을 통해 위치추적시스템을 가동하여 어느 공장에서 그녀가 납치된 동영상을 보게 된다. 그리고 클레어 칼라일 사건을 비중있게 다룬다. 하인츠 키퍼에 의해 납치되었고 거기서 불에 탄 세 구의 시체가 나왔으며, 클레어 칼라일은 탈출에 성공해 전에 살던 집에 전화하는 것까지 사실로 드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인 것은 과연 누가 안나를 납치했으며, 노란색 스포츠 가방에 든 40만 유로와 여자공범은 누구였냐는 것이다. 사실들이 계속 드러나지만 그럴수록 진실은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소설이었다.



이 책이 흡입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건 모든 사건과 인물들이 씨줄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날짜와 시점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시라크 대통령 선거일과 클레어 칼라일 사건을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 배후 세력은 누구인지 궁금증 투성이다. 납치된 안나 베커를 구조할 수 있을 것인지. 라파엘과 재회해서 모든 오해를 풀고 결혼하게 될 것인지 등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재미나게 읽어본 것은 오랜만이다. 취향 불문하고 한 번 빠져들기 시작하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게 만들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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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언
안드레이 마킨 지음, 이재형 옮김 / 무소의뿔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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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쓰이는 제본방식은 아니지만 책등을 드러내는 방식은 여전히 독특하다. 이 방식은 되려 책을 펼쳐 읽기에는 편해서 작은 판형을 보완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프랑스 유언>은 이미 1995년에 프랑스 공쿠르상, 프랑스 메디치상, 청소년 콩쿠르상을 수장한 작품으로 무려 21년전 작품이 최근에 소개된 셈이다. 프랑스 최고 문학상 3개를 동시 수상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인데 왜 이제서야 만나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의 저자인 안드레이 마킨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기 때문에 호기심이 일었다. 러시아 태생이지만 프랑스어를 구사할 줄 아는 건 외할머니가 프랑스인이기 때문이데 지금은 프랑스에 살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오랜만에 만나는 문학성을 갖춘 정통파 소설이다. 그래서 자칫 배경을 이해하지 않으면 지루할 수도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어릴 적에 누나와 함께 할머니 댁에서 생활했던 그 당시로 거슬러 이야기는 시작된다. 지금이야 국제 결혼으로 한 가정에서 두 언어를 쓰는 일이 신기하거나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할머니가 살았던 당시만해도 이중언어를 쓰면서 생활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집에서는 프랑스어를 쓰고 학교나 사회생활을 할 때는 러시아어를 써야 한다. 그 나라의 문화적 차이 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로 양분되던 세계라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는 삶을 지배하는 큰 축이었다. 당연하게도 저자는 할머니가 나고 자란 프랑스 파리에서의 생활을 들으며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한다.


어떤 면에서보면 자신의 성장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자신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성장통을 겪으면서 혼란스러운 삶은 결국 어머니가 병에 걸려 죽으면서 근원적인 물음을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그가 할머니의 나라인 프랑스에 정착하면서도 러시아인이라는 생각을 갖는 건 아직도 자신을 이방인으로 여기며 살아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가진 특별한 삶. 그리고 전쟁을 겪는 와중에 각 개인이 점차 어떻게 변해져가는 지 대서사시와 같은 방식으로 섬세하게 그려낸 책이다. 문학에 걸맞게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며 책 띠지 속 저자의 말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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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 - 범죄심리학자 이수정과 프로파일러 김경옥의 프로파일링 노트
이수정.김경옥 지음 / 중앙M&B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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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섬뜩할 수 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의 자문 역을 맡아 익숙한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와 성범죄 피해 아동 및 지적장애인에 대한 진술분석 전문가로 활동중인 김경옥 박사가 지은 대중서로써 이 책에 등장하는 범죄 에피소드들을 들춰보면 대부분 언론에 크게 보도되어 사회적 파장을 몰고온 사건부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만큼 끔찍한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다른 스릴러 범죄 소설 못지 않은 속도감과 몰입감을 주는 건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누가 어떤 파렴치한에 의해 범죄 표적이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일상을 지배한다면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평소처럼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던 여자가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지닌 소시오패스에 의해 무참히 망치에 살해되었고 여자의 비명소리를 쫒아 온 남편이 과도에 찔려 살해당한 사건은 비참하기까지 했다. 이 책은 사이코패스, 성범죄, 정신질환, 성격장애, 충동조절장애, 한국형 범죄(묻지마 범죄, 가정폭력, 주취폭력)까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범죄 유형을 광범위하게 포착해내고 있다. 어디선가 들어봤거나 시사 프로그램에서 다뤄졌던 내용들인데 그들이 왜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 가해자가 되었는지 논리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대부분 이수정 교수가 담당하거나 면담을 했던 범죄자들을 위주로 쓰여졌다.


에필로그 1, 2에서는 잠재된 범죄자에 대한 글과 프로파일러와 범죄심리학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부록 1~6까지는 범죄자의 심리를 파악하는 검사부터 정신장애 진단법, 성범죄자를 위한 5단계 인지행동 치료 프로그램과 조현병, 성격장애, 충동조절장애의 특성과 진단 기준에 대한 글로 한 권을 가득 메운 느낌을 받았다. 올해 초 강남역 번화가에서 일하는 묻지마 범죄를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서도 어디선가 누군가를 표적으로 삼으면 가해자가 될 수 있기에 경악을 금치 못했고, 많은 여성들의 공분을 샀던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으스스해지는 기분이 든다. 워낙 굵직한 사건들을 파헤치면서 체득한 노하우와 현장 경험들이 풍부하기 때문에 읽는 내내 선명하고 또렷하게 잔상이 남아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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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독 :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 자서전
필 나이트 지음, 안세민 옮김 / 사회평론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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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는 1964년에 이 책의 저자인 필 나이트와 빌 바우만이 설립한 회사로 이제는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회사로 알려져 있다. 나이키는 이 시대를 상징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된 것인데 회사 역사로 보면 불과 52년 밖에 되지 않았다. 나이키 하면 떠오르는 것은 역시 마이클 조던과 타이거 우즈를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이 신는 신발이나 모자에 항상 나이키가 있었고 조던 시리즈는 너무나도 유명한 나이키의 농구화로 8~90년대를 열광에 빠뜨렸다. 이 책을 읽다가 궁금했던 건 나이키의 로고인데 승리의 여신인 '니케의 날개'에서 영감받아 고안되었다고 한다. 제목을 왜 슈독이라고 지었을까? 우리말로 풀이하면 신발에 미친 개 정도가 될텐데 그만큼 하나에 제대로 미쳐야 성공한다는 걸까? 그 생각을 따로 하지 않더라도 필 나이트의 이 책은 충분히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었다.


나이키의 창업 분투기 이전에 처음 창업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과 무모한 도전정신이 오늘의 나이키를 있게 했다. 오직 신발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과 성공할 수 있을거라는 믿음이 없었다면 애초에 나이키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 같다. 처음부터 잘되리란 보장은 없었지만 스포츠 운동화에 맞는 제품 개발과 나이키가 제작한 신발을 신고 우승한 운동 선수들 덕분에 명성을 쌓아올릴 수 있었다. 내가 만든 브랜드를 일류로 만드는 건 안된다고 포기하기 전에 집착에 가까운 열정에 있지 않을까? 그리고 필 나이트는 너무나도 독특한 인물이라 문체에도 그런 표현들이 자주 등장한다. 왠지 기업인보다는 록스타에 어울릴 것 같은 스타일인데 늘 즐겁고 열정적으로 일한다. 지금까지 읽은 다른 자서전보다 훨씬 읽는 재미가 있고 나이키라는 회사가 어떤 성장과정을 거쳐왔는지 생생하게 들려준다. 그리고 솔직하다.


"기업가는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한마디로 사기꾼이다. 기업가는 때로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때로는 포기해야 때를 알고, 다른 것을 추구해야 할 때를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포기는 중단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업가는 결코 중단해서는 안된다. 성공에는 행운도 큰 역할을 한다." p.543


자서전 이전에 그가 갖고 있는 기업가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기업가의 모습이었는데 기업가는 때로 포기할 줄 알고 성공도 행운이 큰 역할을 한다는 건 신선했다. 솔직하게 말하며 자신이 평소에 품고 있던 생각들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나이카 이름값 덕에 미국, 영국 아마존에서 1위를 하거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이 아니다. 단지 자수성가를 한 사람의 책이라서 좋았던 것이 아니라 처음 아버지로부터 세계 여행을 허락받는 결단에 있다. 그 여행 덕분에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신발을 신고 만들었는지 알게 되었고 그 밑거름이 나이키가 성장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우리는 뭔가 중요한 일을 계획할 때 그 일이 나중에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지만 시도를 해보는 용기와 결단은 요즘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여러모로 유익한 책이었고 그 생생한 목소리가 잘 전달될만큼 번역도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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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 쟁탈의 한국사 - 한민족의 역사를 움직인 여섯 가지 쟁점들
김종성 지음 / 을유문화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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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적 인식을 넓히게 된 것은 고대에 동·서양의 교류를 초원길, 비단길, 바닷길로 구분하고 그 흐름 속에서 한국사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고대니 중세니 근대니 하는 '국내용' 시대 구분 방식을 버리고 객관적 기준에서 역사를 구획하고 이 책을 썼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니 고대사를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초원길을 통해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고조선이 강대한 나라로 성장하고 광활한 땅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고조선을 실제 중국과 맞설만큼 막강했고 선진 문명을 갖추고 있었다. 더욱 흥미로웠던 점은 진한, 변한, 마한은 고조선 연방체로써 지배했고 부여나 북부여가 실제로는 고조선이었다는 것도 새롭게 다가왔다. 


그 외에도 주몽은 소서노보다 8살 연하였는데 고구려를 건립하고 18년만에 주몽이 전처의 소생인 유리와 상봉하자마자 태자로 책봉했는데 이에 이혼을 요구한 소서노가 한강 이남으로 이동하게 된다. 소서노는 상당히 강한 리더쉽와 카리스마로 고구려 건립에 큰 공을 세운데다 백제 건국의 시조로 통치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온조는 소서노의 둘째 아들로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백제 두번째 왕이 된다. 역사를 참고할 때 김부식의 <삼국사기>를 예로 많이 드는데 그의 기록 중엔 거짓말이 섞여 들어간 것이 적잖다. 고구려, 백제의 건국년도만 해도 그렇고 패권자인 신라의 시각이 반영된 점들이 그렇다. 우리가 역사를 배울 때 드는 수많은 의문들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 책이다.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동북공정이나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국정교과서 등 그 책을 집필한 자의 의도가 반영되면 올바르게 기록될 수 없다. 상당 부분 저자의 의도와 사관, 사상이 들어가버리기 때문이다. 동북아 역사를 이해할 때 균형잡힌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 책은 특히 초원길, 비단길, 바닷길을 언급하며 중국과의 관계를 잘 서술하고 있다. 한 왕조의 멸망과 교체는 우리 역사와 깊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여전히 다방면에서 역사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 여러 사료들과 합리적인 의문들 속에서 미쳐 놓치고 지나갔던 사실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고조선부터 남북 분단에 이르기까지 주요 쟁점 여섯가지를 통해 한민족을 움직인 패권의 역사를 짚는 이 책은 그래서 읽어나가면서 흥미진진했고 몇몇 부분에서는 패권의 흐름이 어떻게 이동해가는 지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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