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 - 대낮의 인간은 잘 모르는 한밤의 생태학
팀 블랙번 지음, 한시아 옮김 / 김영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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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만 나방은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다.
낮에 보는 나비는 꽃들 사이를 나폴나폴 어여쁘게 날아다니지만, 밤에보는 나방은 가로등에 떼로 몰려 불에 타 흩뿌려지는 모습을 많이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나방에 대해 너무 모른다. 나방의 종은 전 세계적으로 16만종이 있을 정도다. 한국에 서식하는 나비가 겨우 280여 종인데 반해, 나방종은 2400여종에 달한다. 나비는 그저 낮에 활동하는 나방의 한 부류군이다.
심지어 나방종 중에는 나비보다 미적으로 더 아름다운 나방이 많은 데도 나방은 혐오스런 곤충으로 치부된다.
모든 생물이 각각의 위치에서 존재할 때, 생태계가 원활히 돌아가듯이 나방도 생태계에서 가지는 역할은 크다.
우리는 이제부터 막연히 비호감으로 여겼던 신비로운 나방의 세계를 살펴 볼 것이다.

우선, 모든 나방이 빛에 이끌리는 것은 아니었다. 이것은 인간이 나방에 대해 가지는 가장 큰 편견이다.
나방이 없다면 수많은 종류의 새들 중 대부분이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나방의 애벌레와 성충은 새들의 좋은 먹이다.
게다가 나방은 꿀벌과 호박벌이 낮에 방문하는 식물 종의 수만큼, 밤에 그 식물들을 방문하여 수분 매개자의 역할도 한다. 밤마다 달려들 불빛만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다.
또한, 나방은 인간에게 가장 호화롭고 가장 훌륭하고 가장 반짝이는 비단 silk 를 제공하기도 한다. 우리가 지닌 아름다움의 일부를 나방이 준다.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주장하는 저자를 통해 나방 이야기를 들으며, 나에게는 나방이 더 이상 비호감이 아니게 되었다.
나방은 인간의 편견이 무색할 만큼 꼭 필요한 곤충이었으며 번식과 생존방식, 먹이, 이동, 경쟁이 다양하기에 간단히 정의할 수 없는 광범위한 생명체였다.
모든 생명체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하나의 고리가 무리하게 끊어지면 생태계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모든 생물들은 그 자체로 생존의 이유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류는 스스로가 생태계의 대변인 인양 모든 생물을 정의한다. 설사 인간에게는 해충이라도 생태계에서 역할은 분명히 있다. 나방 역시, 소수 종류의 한 단면만 보고 판단하며 부정적으로 본다면 그 종은 생태계가 감당하기 힘든 속도로 멸종이 일어난다. 나방도 멸종되지 않으려 발버둥치며 생존하고 있다.

저자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우리는 자연 대부분의 운명을 손에 쥐고 있다. 그 운명은 우리의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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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 - 48편의 어른 동화
돈 후안 마누엘 지음, 장헌 옮김, 서진 편저 / 스노우폭스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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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보던 동화 속에서 선악은 확실하다. 누가 선한 사람인지? 누가 악한 지? 가 한 눈에 보이고 권선징악이 결말이라는 것도 분명히 보인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보면 볼수록 선악은 흐려진다. 세상은 점점 짙은 안개에 가려져, 선이라 생각했던 것에서 악이 보이고, 악에게서도 선이 존재함을 알게된다.

인간적인, 슬프게도 인간적인 이 진실을 1355년 스페인의 귀족이었던 돈 후안 마누엘도 일찌기 느꼈다. 당시에 지혜왕이라고도 불린 그는 선악을 잘 보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48편의 이야기들을 엮었다.
이 이야기들은 이솝우화와 라퐁텐 우화같기도 하고 탈무드나 아라비안 나이트 같은 느낌도 든다.
과거 지식인들이 대중에게 가르침을 주고 스스로 깨닫게 하기 위해 이야기라는 형식을 취했었는 데,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보아도 진한 울림이 있다.
각각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돈 후안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간단한 구절로 남긴다. 이야기를 보는 동안 느꼈던 문제의식과 주제가 한 눈에 들어온다.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episode1 의 제목이 훅 들어온다.
'인간의 가장 훌륭한 덕목은 수치심 (부끄러움)을 아는 것!' 이다.
이 말은 이 책 전체의 주제라고 생각한다.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아는 이는 절대 악한 행동을 할 수 없고, 악인이 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 마음이 약하거나 없을 때, 거짓말, 다툼, 위선, 속임수, 이간질, 사기, 분노, 나태 등등 살면서 보는 크고 작은 악들이 행해진다.
기본적으로 인간 개개인은 모두 다른 존재이기에 같은 감정을 느낄 수는 없다. 그러나 느낄 수 있고 느껴야 한다.
제 때, 제 시기에 스스로를 돌아보고 수치심을 느끼기만 해도 세상사에서 상처받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돈 후안의 글이 무조건 적인 선을 추앙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선과 악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그들의 악행에 당하지 않는 법도 이야기한다.
돈 후안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인간은 악과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걸.
그래도 스스로 악해지지 않고, 악을 피하기 위해서는 '그런 이들을 멀리하라' 고 한다. 근묵자흑(近墨者黑), 동양 고서의 가르침과도 유사하다. 때와 장소를 초월하여 진실은 같은 가 보다.
모두가 그런 마음으로 선하게 살아가는, 선한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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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 전쟁 - 패권의 역사에서 발견한 세계를 움직이는 힘의 비밀
최윤식 지음 / 더퀘스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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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끝날 줄을 모른다. 그러나 총탄이 날아다니는 전쟁이 아니라도 늘 지속되는 전쟁이 있다.
세계의 패권을 잡으려는 나라들의 전쟁은 3000년 인류역사 동안, 해가 지고 밤이 되어도 멈추지 않았다.

권력을 가지려는 인간의 욕망은 작은 것을 정복하고 나면 더 큰 것을 탐내기에 필연적으로 전쟁을 불러온다. 권력의 힘, 패권의 힘의 근원은 폭력이고 국가단위의 폭력이 전쟁이다.
폭력에는 무기가 필요했고, 청동기 시대 이후부터 폭력의 규모와 잔인함은 획기적으로 발전했으며 현대까지도 각 국가들은 무기로 경쟁한다.
원자폭탄 이후, 과도한 폭력이 공멸을 부를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생기며, 폭력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해지고 그 즈음, 자본주의 사상이 발전한다.
화폐의 힘이 부상하며 경제력은 권력획득을 위한 군사적 폭력을 뒷받침해주는 새로운 무기로 중요해졌다.
우리는 이미 제국주의 시대에 강대국이 식민지를 군사적, 경제적으로 약탈한 과정을 잘 알고 있다.

고대부터 최고의 패권국가를 '샤한샤' 로 불렀고, 현대의 샤한샤는 미국이다.
영국과 독립전쟁을 벌일 때만 해도 소국이었던 미국이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구축하고 1.2차 세계대전을 치르며 군사력과 경제력이 모두 강해졌다
미국의 첫 라이벌은 소련이었다.
소련과 미국은 냉전시대의 양극단을 이루며 전 세계를 분열시켰다. 그러나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미국은 소련을 경제로 제압했다. 무역을 무기로 소련을 무너뜨리기 위한 동맹국들과 무역동맹 구도를 재편했다.
경제대국 미국에는 제1기축통화 달러의 힘이 컸다. 화폐전쟁은 경제전쟁의 끝판왕으로 화폐전쟁에서 패한 일본과 독일은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지금도 미국 월가는 언제든 정교하게 설계된 금융 핵폭탄을 투하할 수 있다. 피흘리지는 않지만 잔혹한 전쟁이다.
중국은 이런 달러폭력에 맞서려 했으나 위안화가 제1 기축통화 지위를 얻지 않는 한 쉽지않다.

트럼프 2기를 앞둔 지금, 전 세계는 긴장하고 있다. 이 자체만으로도 한국은 위기상황인데, 현재의 경제상황과 정치시국은 불안함을 더욱 가중시킨다.
저자의 주장처럼, 험난한 시기를 잘 이겨내기 위해 일반 국민인 우리도 제대로 된 '앎' 이 필요하다. 권력이 가진 위험성을 인지하고 나라의 권리와 자유, 국민의 존엄성 보존을 위해 글로벌 최고권력, 패권의 위험성을 정확히 이해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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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역설 - 모두가 원하지만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김준혁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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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원하지만,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현 시대, 돌봄의 위치와 돌봄에 대한 인식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다.
돌봄이 필요한 이들은 보통 어린이, 노인, 장애우, 환자들의 경우이다.
이 책의 저자는 소아치과 전문의이자 의료윤리학자다. 그는 의료현장에서 돌봄과 관련한 현실을 인식했고 이 상황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지 연구했다.

과거, 돌봄노동은 어머니들의 몫이었다.
아이를 낳아 어른이 될 때까지 돌보고, 가족 내 환자가 생기면 간호와 간병을 하고, 가정 내 노인들도 돌보았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여성의 사회활동 비율이 높아지면서 오로지 돌봄만 할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은 없어졌다.
그로 인해 베이비시터, 어린이집 교사, 간병인, 요양보호사 등의 돌봄관련 직업들이 생겨났지만 돌봄에 필요한 만큼의 인력공급이나 시간이 충분히 충족되지 못하고 비용과 질적인 부분에서도 만족도가 낮은 편이다.

취업난이 존재하고 고령화로 인한 돌봄 수요는 계속 느는 데, 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지속될까?
이제까지 돌봄은 어머니들의 영역이었던 지라 댓가없는 봉사와 헌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일은 힘들지만 사회적 인식과 가치는 낮고 임금도 높지않다. '필요는 하지만 나는 하기 싫은 일' 에 수준높은 노동자가 유입될 리 없으니,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 만족도가 낮은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돌봄이 없다면 미래는 없다. 맞다.
돌봄은 신성한 일이다. 그것도 맞다.
but, who?
저자는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역사, 문학, 윤리 등등을 살피며 많은 사례들을 보고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을 시도한다.
ai와 로봇기술의 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다. 지금도 여러 분야에서 조선족, 중국인, 동남아인들이 돌봄 노동자로 활동하는 경우가 있지만 만족도는 낮다.

어느 누군가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결국은 상생하기 위해 모두가 참여해야 하고, 돌봄에 대한 인식과 대우도 달라져야 한다.
간혹, 들리는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비인간적 행위들에 분노를 느낀다. 지금의 돌봄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인간은 살아생전 인권을 보호받아야 하고, 마지막 순간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
이제는 본인의 집에서 간병, 간호, 의료 서비스를 받으며 평온한 마지막을 맞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충분히 마련되어야 한다.

돌봄의 문제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말하기 어려운 문제다. 도리, 의무, 사랑 등등의 말로 포장만 하기에는 늦었다.
쓰라리지만 받아들이고 공개적으로 드러내어 함께 해답을 찾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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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극복의 심리학 - 트라우마 회복 후 성장하는 5단계 프레임워크
에디스 시로 지음, 이성민 옮김 / 히포크라테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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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가 없는 사람은 없다.
크든작든 트라우마는 인간이 겪는 경험의 일부로 인생에서는 불가피한 부분이다.
모든 이들은 고통에서 빨리 회복하고 싶고 비극이 닥치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트라우마는 파괴의 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환의 힘도 가지고 있다.
이것이 'PTG 외상후 성장' 이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이루어야 할 단계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는 트라우마와 연관되는 초기 단계 중 하나이다. 트라우마 자체는 사건이나 경험의 강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처리하는 방식에서 오는 것이며, 언제나 관계적이고 문화적이며 정치적이다. 그래서 모든 문화에는 그들만의 트라우마가 있다.
트라우마는 급성, 만성, 복합, 집단, 역사적, 세대간, 발달, 이차적 트라우마로 나눌 수 있는데 어린 시절 부모와의 애착유형에 따라 처리방법이 달라진다. 당연히, 안정적 애착유형이 가장 좋다.

일반적으로는 '회복력' 이 있으면 좋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회복력이 좋은 사람들은 쉽게 다시 일어설 수 있지만 치유의 과정은 거치지 않으므로 상처는 계속 남아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난 후, 더 큰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PTG로 가는 것은 쉽지 않지만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저자는 5단계를 소개한다.
1.인식의 단계-자신의 고통을 전적으로 수용한다.
2.각성의 단계-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공간에서 안전히 보호받는다.
3.형성의 단계-다른 관점과 사고를 가지며 긍정적인 가능성을 본다.
4.존재의 단계-자신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하며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다.
5.전환의 단계-삶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지혜를 가지며 성장한다.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이 쭉 뻗은 직선길이 아니듯 마음을 치유하고 PTG 로 가는 길도 직선은 아니다.

이 책을 보며 나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 이 생각났다.
기쁨이는 항상 즐겁고 '할수있다' 를 외친다. 그러나 우리 마음속에는 불안도 있고 슬픔도 있다. 툭툭 털고 금새 일어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바닥을 치는 슬픔을 겪고 자신을 인식하며 스스로 나아갈 방향을 찾을 때, 인간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
그래서 비온 뒤 땅이 더 굳고, 역경을 극복한 이들이 더 강해지고 위인이 되기도 하나보다.
그동안 트라우마와 PTSD가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나의 인식을 깨지게 해준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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