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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 - 좋은 말, 나쁜 말, 이상한 말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엎는 언어 이야기
발레리 프리들랜드 지음, 염지선 옮김 / 김영사 / 2025년 1월
평점 :
낯선 사람을 처음 볼 때, 우리는 외모, 인상, 차림새를 보고 판단하게 된다. 그 1차적 판단은 몇 마디의 대화를 나누는 순간, 깨지기도 하고 공고해지기도 한다.
'말', 언어에는 그 사람의 나이, 사상, 고향, 교양, 지적수준, 직업 등등 많은 것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화를 시작하는 순간, 나의 정보는 상대에게 무방비로 흘러 나간다.
어떤 이는 말을 하면 할수록 매력적이어 보이고, 또 누군가는 말을 할수록 이미지가 망가지기도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말이 주는 영향력을 논하는 수많은 격언과 속담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그 판단의 근거는 옳은 것일까? 그 평가에는 나의 사회적 편견과 선입견이 들어간 것은 아닐까? 무슨 기준으로 '좋은 말, 나쁜 말, 이상한 말' 로 나누는 걸까?
사회 언어학자인 저자는 언어 내적인 요소를 넘어 지역, 성별, 계층, 인종 등의 사회적 요인이 인간의 언어 특히 음성언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꾸준히 연구해 왔다.
이 책에서는 언어가 어떻게 다양한 사회적 자아를 대변하며 변화와 재창조를 겪고 있는 지를 보고, 언어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 언어적 다양성을 회복하고자 한다.
책에서는 언어의 흥미로운 사례들을 볼 수 있다
말을 할 때, '음' '어' 같은 표현을 하며 망설임을 나타내는 것, ~처럼 ~같은 like 의 표현, 멋진 남성성을 뜻하는 dude, ing과 in'의 캐쥬얼함의 정도 부터 목소리 톤으로 나타내는 언어평등까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언어의 사례들은 많다.
인간의 언어는 마치 패션처럼 항상 변하고 늘 시대상황을 반영한다. 의사소통이 주요 기능이었던 언어에 언젠가 부터 문법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같은 단어라도 의미와 맥락은 달라져 갔다.
그 최종결과가 누군가에게는 못마땅할 수도 있다. 어른이 되면 젊은이들의 언어가 이해도 잘 안 되고 좋지않게 느껴지는 것도 그래서이다.
그러나 언어를 볼 때는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한다. 언어는 사람처럼 태어나고 전성기를 누리다가 언젠가 사라져 간다.
기성세대 또는 기득권의 기준에 어색하고 상스러워 보이는 말이라도 태어나서 향유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나쁜 말' 이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말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
저자는 영어권의 언어학 박사인지라 우리 기준으로 보면 내용상 다소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언어를 대하는 유연함을 이야기 하기에 내가 느끼는 불편함과 생경함도 결국은 받아들이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의 시선으로 보며 이해의 폭을 넖히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이제까지 나는 사회가 요구하는 교양있는 말을 쓰는 것이 좋다는 생각의 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내가 생각하는 틀이 정답이 아닐 수 있음을, 틀을 만드는 것 부터 틀릴 수 있음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