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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온도의 시선
서현 지음 / 띠움 / 2025년 1월
평점 :
과학 에세이라는 장르로 소개되는 이 책은 제목도 과학용어로 시작한다.
일반인들이 말하는 온도가 아닌 '절대온도', 절대온도 의 사전적 정의는 물질의 특이성에 의존하지 않고 눈금을 기준으로 보는 온도라고 한다. 가장 낮은 온도가 0에서 시작되는 절대온도에서는 음의 부호가 사라진다.
에세이스트에게 절대온도는 어떤 의미일까? 바라보는 대로 보이는 것!
이 말은 이 책 전체를 아울러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주제이다. 그리고 나에게 큰 깨달음을 준 용어이기도 하다.
세상은 보는 사람마다 달리 보인다.
같은 물건도, 같은 장소도, 같은 사람일지라도 누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쯤되면 나도 궁금해진다.
나는 어떤 시선을 가진 사람일까?
분명 자신에 대한 판단도 자신의 기준이 들어가니 이것도 알 수 없다. 여기까지는 나도 익히 알고 있고 느끼는 바였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며 나는 사람마다 시선이 다른 이유를 하나 더 느끼게 되었다.
과학을 전공하고, 과학기자를 한 저자가 보는 세상만물은 천생 문과인 나의 눈과는 많이 달랐다. 사물을 있는 전체로 보며 느낌을 중시하는 것이 나의 눈이라면, 과학하는 사람은 사물의 실체를 먼저 분석하여 보고 감정을 이어간다.
'높은 곳을 향해 쌓여 갈수록, 위치 에너지는 비례한다' 는데, 떨림의 감정을 이야기함에 위치 에너지라는 용어를 보다니 신기했다. 좀 놀랍다.
'질소 포장재' 에서 겉모습의 허무함을 느끼고, 시간을 '미분' 하고, DNA가닥의 9할이 외형과 재능의 발현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에서 정크 DNA를 떠올리다니.
나는 얼마나 많은 정크 DNA를 떠 안고 사는걸까?
역시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저자보다 나이를 훨씬 많이 먹은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과학자의 눈에는 보인다. 대게 인생사는 경험치만큼 보이지만 지식을 바탕으로 한 인생사는 지식이 없으면 절대 안 보인다.
나는 오만했다. 나는 유아적 지식을 가지고 많은 걸 느끼고 깨달은 듯 착각했다.
아는 척, 아는 줄 아는 건 아는 게 아니다.
사이사이 과학 이야기가 적절히 조화되어 책 내용 자체도 재밌었지만, 이 책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해주었다.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많이 안다고 착각하지 말자.
아주 조금은,
이 책을 통해 나를 바라보는 '절대온도의 시선' 을 배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