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 - 48편의 어른 동화
돈 후안 마누엘 지음, 장헌 옮김, 서진 편저 / 스노우폭스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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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보던 동화 속에서 선악은 확실하다. 누가 선한 사람인지? 누가 악한 지? 가 한 눈에 보이고 권선징악이 결말이라는 것도 분명히 보인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보면 볼수록 선악은 흐려진다. 세상은 점점 짙은 안개에 가려져, 선이라 생각했던 것에서 악이 보이고, 악에게서도 선이 존재함을 알게된다.

인간적인, 슬프게도 인간적인 이 진실을 1355년 스페인의 귀족이었던 돈 후안 마누엘도 일찌기 느꼈다. 당시에 지혜왕이라고도 불린 그는 선악을 잘 보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48편의 이야기들을 엮었다.
이 이야기들은 이솝우화와 라퐁텐 우화같기도 하고 탈무드나 아라비안 나이트 같은 느낌도 든다.
과거 지식인들이 대중에게 가르침을 주고 스스로 깨닫게 하기 위해 이야기라는 형식을 취했었는 데,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보아도 진한 울림이 있다.
각각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돈 후안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간단한 구절로 남긴다. 이야기를 보는 동안 느꼈던 문제의식과 주제가 한 눈에 들어온다.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episode1 의 제목이 훅 들어온다.
'인간의 가장 훌륭한 덕목은 수치심 (부끄러움)을 아는 것!' 이다.
이 말은 이 책 전체의 주제라고 생각한다.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아는 이는 절대 악한 행동을 할 수 없고, 악인이 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 마음이 약하거나 없을 때, 거짓말, 다툼, 위선, 속임수, 이간질, 사기, 분노, 나태 등등 살면서 보는 크고 작은 악들이 행해진다.
기본적으로 인간 개개인은 모두 다른 존재이기에 같은 감정을 느낄 수는 없다. 그러나 느낄 수 있고 느껴야 한다.
제 때, 제 시기에 스스로를 돌아보고 수치심을 느끼기만 해도 세상사에서 상처받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돈 후안의 글이 무조건 적인 선을 추앙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선과 악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그들의 악행에 당하지 않는 법도 이야기한다.
돈 후안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인간은 악과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걸.
그래도 스스로 악해지지 않고, 악을 피하기 위해서는 '그런 이들을 멀리하라' 고 한다. 근묵자흑(近墨者黑), 동양 고서의 가르침과도 유사하다. 때와 장소를 초월하여 진실은 같은 가 보다.
모두가 그런 마음으로 선하게 살아가는, 선한 사람이 더 많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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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 전쟁 - 패권의 역사에서 발견한 세계를 움직이는 힘의 비밀
최윤식 지음 / 더퀘스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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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끝날 줄을 모른다. 그러나 총탄이 날아다니는 전쟁이 아니라도 늘 지속되는 전쟁이 있다.
세계의 패권을 잡으려는 나라들의 전쟁은 3000년 인류역사 동안, 해가 지고 밤이 되어도 멈추지 않았다.

권력을 가지려는 인간의 욕망은 작은 것을 정복하고 나면 더 큰 것을 탐내기에 필연적으로 전쟁을 불러온다. 권력의 힘, 패권의 힘의 근원은 폭력이고 국가단위의 폭력이 전쟁이다.
폭력에는 무기가 필요했고, 청동기 시대 이후부터 폭력의 규모와 잔인함은 획기적으로 발전했으며 현대까지도 각 국가들은 무기로 경쟁한다.
원자폭탄 이후, 과도한 폭력이 공멸을 부를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생기며, 폭력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해지고 그 즈음, 자본주의 사상이 발전한다.
화폐의 힘이 부상하며 경제력은 권력획득을 위한 군사적 폭력을 뒷받침해주는 새로운 무기로 중요해졌다.
우리는 이미 제국주의 시대에 강대국이 식민지를 군사적, 경제적으로 약탈한 과정을 잘 알고 있다.

고대부터 최고의 패권국가를 '샤한샤' 로 불렀고, 현대의 샤한샤는 미국이다.
영국과 독립전쟁을 벌일 때만 해도 소국이었던 미국이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구축하고 1.2차 세계대전을 치르며 군사력과 경제력이 모두 강해졌다
미국의 첫 라이벌은 소련이었다.
소련과 미국은 냉전시대의 양극단을 이루며 전 세계를 분열시켰다. 그러나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미국은 소련을 경제로 제압했다. 무역을 무기로 소련을 무너뜨리기 위한 동맹국들과 무역동맹 구도를 재편했다.
경제대국 미국에는 제1기축통화 달러의 힘이 컸다. 화폐전쟁은 경제전쟁의 끝판왕으로 화폐전쟁에서 패한 일본과 독일은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지금도 미국 월가는 언제든 정교하게 설계된 금융 핵폭탄을 투하할 수 있다. 피흘리지는 않지만 잔혹한 전쟁이다.
중국은 이런 달러폭력에 맞서려 했으나 위안화가 제1 기축통화 지위를 얻지 않는 한 쉽지않다.

트럼프 2기를 앞둔 지금, 전 세계는 긴장하고 있다. 이 자체만으로도 한국은 위기상황인데, 현재의 경제상황과 정치시국은 불안함을 더욱 가중시킨다.
저자의 주장처럼, 험난한 시기를 잘 이겨내기 위해 일반 국민인 우리도 제대로 된 '앎' 이 필요하다. 권력이 가진 위험성을 인지하고 나라의 권리와 자유, 국민의 존엄성 보존을 위해 글로벌 최고권력, 패권의 위험성을 정확히 이해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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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역설 - 모두가 원하지만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김준혁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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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원하지만,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현 시대, 돌봄의 위치와 돌봄에 대한 인식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다.
돌봄이 필요한 이들은 보통 어린이, 노인, 장애우, 환자들의 경우이다.
이 책의 저자는 소아치과 전문의이자 의료윤리학자다. 그는 의료현장에서 돌봄과 관련한 현실을 인식했고 이 상황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지 연구했다.

과거, 돌봄노동은 어머니들의 몫이었다.
아이를 낳아 어른이 될 때까지 돌보고, 가족 내 환자가 생기면 간호와 간병을 하고, 가정 내 노인들도 돌보았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여성의 사회활동 비율이 높아지면서 오로지 돌봄만 할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은 없어졌다.
그로 인해 베이비시터, 어린이집 교사, 간병인, 요양보호사 등의 돌봄관련 직업들이 생겨났지만 돌봄에 필요한 만큼의 인력공급이나 시간이 충분히 충족되지 못하고 비용과 질적인 부분에서도 만족도가 낮은 편이다.

취업난이 존재하고 고령화로 인한 돌봄 수요는 계속 느는 데, 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지속될까?
이제까지 돌봄은 어머니들의 영역이었던 지라 댓가없는 봉사와 헌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일은 힘들지만 사회적 인식과 가치는 낮고 임금도 높지않다. '필요는 하지만 나는 하기 싫은 일' 에 수준높은 노동자가 유입될 리 없으니,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 만족도가 낮은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돌봄이 없다면 미래는 없다. 맞다.
돌봄은 신성한 일이다. 그것도 맞다.
but, who?
저자는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역사, 문학, 윤리 등등을 살피며 많은 사례들을 보고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을 시도한다.
ai와 로봇기술의 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다. 지금도 여러 분야에서 조선족, 중국인, 동남아인들이 돌봄 노동자로 활동하는 경우가 있지만 만족도는 낮다.

어느 누군가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결국은 상생하기 위해 모두가 참여해야 하고, 돌봄에 대한 인식과 대우도 달라져야 한다.
간혹, 들리는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비인간적 행위들에 분노를 느낀다. 지금의 돌봄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인간은 살아생전 인권을 보호받아야 하고, 마지막 순간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
이제는 본인의 집에서 간병, 간호, 의료 서비스를 받으며 평온한 마지막을 맞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충분히 마련되어야 한다.

돌봄의 문제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말하기 어려운 문제다. 도리, 의무, 사랑 등등의 말로 포장만 하기에는 늦었다.
쓰라리지만 받아들이고 공개적으로 드러내어 함께 해답을 찾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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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극복의 심리학 - 트라우마 회복 후 성장하는 5단계 프레임워크
에디스 시로 지음, 이성민 옮김 / 히포크라테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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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가 없는 사람은 없다.
크든작든 트라우마는 인간이 겪는 경험의 일부로 인생에서는 불가피한 부분이다.
모든 이들은 고통에서 빨리 회복하고 싶고 비극이 닥치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트라우마는 파괴의 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환의 힘도 가지고 있다.
이것이 'PTG 외상후 성장' 이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이루어야 할 단계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는 트라우마와 연관되는 초기 단계 중 하나이다. 트라우마 자체는 사건이나 경험의 강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처리하는 방식에서 오는 것이며, 언제나 관계적이고 문화적이며 정치적이다. 그래서 모든 문화에는 그들만의 트라우마가 있다.
트라우마는 급성, 만성, 복합, 집단, 역사적, 세대간, 발달, 이차적 트라우마로 나눌 수 있는데 어린 시절 부모와의 애착유형에 따라 처리방법이 달라진다. 당연히, 안정적 애착유형이 가장 좋다.

일반적으로는 '회복력' 이 있으면 좋다고 본다. 그러나 이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회복력이 좋은 사람들은 쉽게 다시 일어설 수 있지만 치유의 과정은 거치지 않으므로 상처는 계속 남아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난 후, 더 큰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PTG로 가는 것은 쉽지 않지만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저자는 5단계를 소개한다.
1.인식의 단계-자신의 고통을 전적으로 수용한다.
2.각성의 단계-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공간에서 안전히 보호받는다.
3.형성의 단계-다른 관점과 사고를 가지며 긍정적인 가능성을 본다.
4.존재의 단계-자신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하며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다.
5.전환의 단계-삶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지혜를 가지며 성장한다.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이 쭉 뻗은 직선길이 아니듯 마음을 치유하고 PTG 로 가는 길도 직선은 아니다.

이 책을 보며 나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 이 생각났다.
기쁨이는 항상 즐겁고 '할수있다' 를 외친다. 그러나 우리 마음속에는 불안도 있고 슬픔도 있다. 툭툭 털고 금새 일어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바닥을 치는 슬픔을 겪고 자신을 인식하며 스스로 나아갈 방향을 찾을 때, 인간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
그래서 비온 뒤 땅이 더 굳고, 역경을 극복한 이들이 더 강해지고 위인이 되기도 하나보다.
그동안 트라우마와 PTSD가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나의 인식을 깨지게 해준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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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해상도 - 단조로운 일상 속 빛나는 순간을 발견하는 감각
유병욱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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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눈, 그 섬세한 감각의 감도를 '해상도' 라고 표현한 작가의 해상도에 경이를 표하게 된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똑같은 것을 보더라도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고 새로움을 떠올리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그들은 작가, 화가, 음악가처럼 예술과 창작의 영역에 있는 경우가 많고, 자신만의 감각과 능력으로 한껏 표현해낸다.

광고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저자는 역시나 카피라이터 답게 그들의 능력을 한단어로 멋지게 정의했다. 해! 상! 도!
난 이 단어에 너무 감동받았다.
그랬다.
평범한 이들의 눈에 절대 보이지 않는 것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해상도의 문제였다. 누군가의 눈에는 너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또 누군가의 눈에는 흐릿하게라도 보이지 않는 이유.

그들은 센서가 남다르다.
법정스님의 말씀처럼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가진 것 많은 수전노보다 가난한 예술가가 더 행복할 수도 있는 이유이다.
광고계는 똑같은 물건을 보고도 새로운 것을 발견해서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늘 보던 방식이 아닌 다른 관점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편견을 깨고, 숲도 보고, 나무도 보고, 나무 속 나이테도 본다.

발견하고 나면 마음껏 음미하고 느껴야 한다. 사진을 찍을 때, 다양한 필터를 쓰듯 광고는 '겹' 이라는 당의를 입힌다. 뽀샤시한 포토샵 같은 것이랄까?
런던이 런던다운 것, 파리가 파리다운 이유가 그들만이 가지는 겹을 우리가 알고 즐기기 때문이다. 멋져서 더 잘 즐기고 근사하게 음미할 수 있다.
이쪽저쪽, 요리조리, 크게보고, 쪼개보며 자꾸 보다보면 머리를 띵 때리는 신선한 생각이 떠오른다. 창조의 순간이 온 것이다.
그렇게 떠오르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미처 주워담지 못할 정도로 쏟아져 나오곤 한다. 많이 발견하고, 많이 느낀 만큼 쏟아진다.
그때부터는 시작이 반이다.

창조의 세계, 광고인들에게는 마법의 단어가 있다고 한다.
'마감' .
그렇다.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원초적인 힘이다.
나는 이 책의 내용이 너무 맘에 든다.
종종 내가 느끼지만 이해할 수 없었던 복잡한 감정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주었다. 나의 해상도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 지 가이드 받은 기분이다.
나의 해상도로 제대로 보았다.
이토록 사랑스럽고 예쁜 책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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