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인류 보고서 - 리얼 하드코어 오피스 생존기
김퇴사 지음 / 비에이블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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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라고 하면 괜히 진지해지고 실패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너무 구시대적이다. 책 표지처럼 슈퍼맨이 날아가듯 사직서를 훌훌 털고 힘차게 새 인생 살 수도 있는거지.

그런 참신한 생각에서 시작된 이 책은 인류의 99프로가 퇴사한 미래의 지구가 배경이다. 대 퇴사시대 이후, 사람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사무실들은 레트로 컨셉 카페가 되어 인류학자들이 퇴사인류에 대해 연구보고서를 작성한다.

180여개의 주제들이 한컷 만화의 형태로 위트있게 그려져 있다. 한컷 만화에서 보이는 캐릭터의 표정, 짧은 대화가 재미의 포인트라 서평으로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재밌다.

퇴사하고 싶지만 못 떠나는 직장인이 사슬에 묶여있는 모습, 이직준비하는 것을 상사에게 숨기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서 애환도 느껴진다. 회식불참선언이 엄청난 충격선언이니 조심하라거나 회사에서 감정소모를 안하려면 뇌를 빼고 다닌다는 꿀팁까지 이래저래 직장인은 오늘도 힘들다.
점심시간은 왜 그리 안오는 지?
남자가 육아휴직을 쓰려면 왜 다들 박장대소하며 보는 지?

그 와중에 경영인과 노동자는 상반된 입장에서 고뇌하고 최대 약자인 기간제들도 자기들끼리 위아래로 나뉘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산타에게 힘든 회사생활을 벗어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지만 산타도 일하는 중이다
퇴사하고 맨 먼저 하는 일, 수많은 단톡방 폭파는 보는 이도 속이 다 시원하다. 근데 퇴사하자마자 그 회사 잘 나가는 건 뭐냐?
재밌어서 더 웃픈 퇴사인류 보고서이다.

작가의 위트에 경의를 표하며
오늘도 열심히 근무하는 k 직장인들에게 격한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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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내연애 이야기 달달북다 2
장진영 지음 / 북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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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가나 하지 말라는 걸 꼭 하는 사람이 있다. 캠퍼스 커플인 CC 나 사내연애는 위험성이 높으니 다들 왠만하면 말리는데 수진은 굳이 했다.
심지어 배수진을 치듯 두 명하고나 했다며 자기 소개를 신나게 하고는 소설이 시작된다.

두메산골 출신의 고졸이지만 옷을 만들고 싶다는 의욕은 불타서 옷을 입는 사람들 근처에라도 가고자 모델 에이전시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대표의 잡다한 일들을 하고 모델의 바나나 우유도 사다 나르며 무려 두명의 팀장과 몰래 사내연애를 한다.

그런데 한명이 이혼남이란다. 전형적인 호구로 전처에게 탈탈 털린 사람이었는데 이제껏 모르고 만났다. 생각해보니 손 한번 잡은 적도 없다. 스킨십 말고는 다 했던 상대다
또 한명은 독립하는 모델을 따라 퇴사한단다. 그와는 잠만 잤고 아무것도 안했는데. 수진은 그의 퇴사날, 그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혜어진다.
그렇게 그녀의 사내연애는 끝났구나 했지만.....

소설 마지막에 작가는 이 짧은 소설의 작업일기를 코믹하게 그려뒀다. 이 소설은 칙릿 소설을 지향하며, 배수진은 대 성공할 것이고, 두 남자에게나 사랑받던 그녀는 그들을 훌훌 털고 더 괜찮은 제3의 인물을 만날거라고.

그렇다.
세상 모든 연애는 작가의 후기만큼이나 판타지다.
실제 상황이든 책 속 상황이든 연애는 판타지로 시작해 판타지로 끝난다. 거기에 현실이 개입되면 더이상 꿈꿀 필요가 없으니 연애가 아니다.
읽는 내내, 이것은 작가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작가후기를 보니 더 그런 것 같다. 작가가 꿈꾸는 칙릿소설 여주인공 같은 예쁜 판타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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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생 순정만화 X SF 소설 시리즈 2
듀나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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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순정만화 전성기 시절, 강경옥, 신일숙, 권교정 작가님의 책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순정만화xSF소설의 콜라보 시리즈가 나왔다.
지금 우리가 알고있는 순정만화의 그림체와 '만찢남' 이라는 그림들을 그리신 분들이다. 특히, 이 분들은 뻔한 로맨스에서 벗어나 당시로는 파격적인 SF장르를 순정만화에 도입한 상상력의 귀재들이기도 했다.

그중 신일숙 작가님의 '1999년생' 이라는 작품은 노스트라다무스가 종말을 예고한 1999년에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갑자기 태어난 내용이다. 2000년을 앞두고 불안함이 극에 달한 시기가 있었지만 지구는 지금까지도 무사하여 그 작품을 새롭게 해석한 "2023년생" 이 소설로 나왔다.

2042년은 외계인들과 싸움이 진행되고 있는 세상이다. 외계인들은 지구정벌단을 끊임없이 보내왔고 지구의 가루다 팀은 목숨을 걸고 그들과 싸운다.
2023년 4월에서 9월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은 엄청난 텔레파시 능력이 있었고 사람들은 이 아이들을 인류진화의 다음 단계라고 까지 생각했지만 그 이후로는 없었다. 2023년생들은 그저 순교자의 십자가처럼 인류를 위해 앞장서기를 강요당하며 그 시간들을 살아간다.

예전에는 밀레니얼이 되면 진짜 우주로 나가고 외계인을 만나 친구가 되거나 우주전쟁이 일어나리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때의 사고가 그대로 담긴 sf만화가 1999년생이었고 이십여년이 지난 2024년에 새롭게 해석한 작품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대변화에 따라 캐릭터들의 성격과 구성이 조금씩 달라졌고 사건사고도 바뀌었다.

그러나 신기한 건 배경이 1999년이든 2042년이든 그 안에 존재하는 인간들에게는 늘 다툼이 있고, 미지의 강력한 적에 공격당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고, 그 두려움을 극복하려 인간들이 또 성장해간다는 것만은 변치않는 진실이다.
이런 패턴은 지구상에 인류가 처음 출몰한 시기부터 그랬고 인간의 상상력 속에 존재하는 미래에도 같다. 달라진 거라면 그저 평양에서 튀니지까지 비행접시로 24분이면 가는 것 같은 과학기술의 차이일 뿐, 인간의 본성은 언제나 같다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2042년이 아니라 2100년이 된다 해도 인간은 늘 같을 것 같다. 살기 위해 싸우고, 싸우기 위해 살고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후회하고 괴로워하며 또 다시 희망을 품겠지. 역사를 보며 인간은 미래를 예측하듯 1999년 생을 보고 2023년생을 예측할 수 있었고 좀더 지나 2100년생도 알 수 있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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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행복한 영재를 만드는가
김성춘 지음 / 나비스쿨에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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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다양한 분야에서 각각의 재능이 있으면 영재로 보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특정 분야에 상위 3프로를 영재라고 부르고 따로 교육시키곤 했다. 그 결과, 영재교육 붐이 일면서 교육으로 영재를 만든다는 또 다른 사교육을 낳았다.
그러나 영재는 타고난 능력을 바탕으로 교육을 통해 그 능력이 더욱 출중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오랜시간 영재교육을 담당한 저자가 진정한 영재는 무엇이며 영재들이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라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책이 시작한다.
한 명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듯, 영재의 존재는 요즘처럼 고부가가치 산업이 커지는 시기에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이 소중한 영재들에 대한 교육은 이제까지 어땠을까? 잘 하는 것을 더 선행 시키고, 능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해 닥달했다. 그런 방법들은 학생들의 일탈이나 우울증, 번아웃 증후군으로 이어지곤 했다.

'영재도 행복할 자격이 있다'
우리 아이가 영재라면 혹은 행복을 많이 느끼는 영재가 되길 바란다면 무엇이 중요한 지 생각해보자.
책에는 크게 4가지로 분류했다.
1.묻고 답하며 성장한다~질문을 많이 하며 아이 스스로 선택하게 한다. 부족함은 삶의 선물이고 아무리 작은 꿈이라도 소중히 여기고 키워 나가자.
2.기다림이 행복한 영재를 만든다~작은 기쁨이 모여 큰 결과를 만들 듯, 때론 단순한 취미가 해답이 되기도 한다. 환경의 변화나 남을 돕는 일에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
3.학교와 가정은 아이의 세계다~부모와 친구들이 아이에게는 큰 존재이며 멘토가 된다. 부모는 모범을 보이고 아이가 감사하는 태도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자.
4.삶은 온전히 아이의 몫이다~넘어지는 법을 배우며 흔들리고 실패하는 시간도 필요한다. 그 순간 긍정적인 한마디가 아이의 삶을 바꾸고 배려있게 자라 세상을 넓게 본다.

세상 모든 부모는 내 아이가 뛰어나서 존중받으며 행복한 삶을 살길 바란다. 그러나 주객이 전도되어,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닌 노력만 하다 불행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책에는 자격있는 '부모로 성장하는 워크북' 이 있어 부모도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 나는 자격이 있었을까? 나를 돌아보았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정작 실제 상황에서 적용하는 건 참 어렵다.
그래도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행복한 영재들과 행복한 아이들이 지금보다는 더 많아지겠지. 행복한 아이들이 많아져서 그 아이들이 자라 세상을 더 행복하게 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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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묻고, 산이 답하다 - 자연에서 마주한 삶의 이면
정성교 지음 / 마이티북스(15번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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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예로부터 호연지기를 길러준다고 했다. 과거와 달리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많아 산에 오를 기회가 별로 없지만 그럼에도 전국의 좋은 산을 늘 오르는 메니아들이 많다.

저자는 책에 대둔산, 가야산, 삼악산, 두타산, 가지산, 굴암산, 사랑산 등 전국의 수많은 산들을 오르며 산 하나에 깨달음 하나씩을 얻고 글을 남겼다.
말 그대로 "산, 책, 남" 이다. 유명한 산 몇 군데 정도만 아는 나에게 우리나라에 이렇게 각각의 개성과 아름다움을 가진 산들이 많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다.

산을 오르다 보면 인간은 대자연 앞에서 별로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는다. 수많은 자연 속 생명체 중에 하나일 뿐이며 심각하다 싶은 걱정과 고민도 사소한 것이 된다. 내 고민을 나에게 되물으며 산을 오를 뿐인데 산에서는 그 답을 산이 해준다.

고민이 찿아오면 설레는 일을 찾아라, 추억과 그리움은 지금의 가치를 선물한다, 여유로운 선택은 후회를 부르지 않는다,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소소한 감사를 찾아라, 불평등을 불평하기 보다 받아들이고 뛰어 넘어라, 벗어나질 못할 두려움은 없다.
산이 주는 조언들 30개 중, 나는 유달리 이 6가지가 좋았다. 지금의 나에게 큰 울림을 주는 조언들이었다. 인생의 전환기에서 난 너그러움과 여유, 소소한 행복을 맛보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산과 함께하는 인생 바로보기' 로 이름짖고 싶다. 산에 대한 소개와 풍경 설명을 볼 뿐인데도 산이 펼쳐지는 것 같고 저자의 생각과 깨달음에 같은 울림을 받는다.
순간순간 느끼는 일상의 깨달음들이 쌓여서 "지금의 나" 가 된다. 명상하고 생각하고 깨닫는 경험이 많을 수록 나는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어간다. 나도 자연과 함께 하루하루 성숙해져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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