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순정만화 전성기 시절, 강경옥, 신일숙, 권교정 작가님의 책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순정만화xSF소설의 콜라보 시리즈가 나왔다. 지금 우리가 알고있는 순정만화의 그림체와 '만찢남' 이라는 그림들을 그리신 분들이다. 특히, 이 분들은 뻔한 로맨스에서 벗어나 당시로는 파격적인 SF장르를 순정만화에 도입한 상상력의 귀재들이기도 했다. 그중 신일숙 작가님의 '1999년생' 이라는 작품은 노스트라다무스가 종말을 예고한 1999년에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갑자기 태어난 내용이다. 2000년을 앞두고 불안함이 극에 달한 시기가 있었지만 지구는 지금까지도 무사하여 그 작품을 새롭게 해석한 "2023년생" 이 소설로 나왔다. 2042년은 외계인들과 싸움이 진행되고 있는 세상이다. 외계인들은 지구정벌단을 끊임없이 보내왔고 지구의 가루다 팀은 목숨을 걸고 그들과 싸운다. 2023년 4월에서 9월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은 엄청난 텔레파시 능력이 있었고 사람들은 이 아이들을 인류진화의 다음 단계라고 까지 생각했지만 그 이후로는 없었다. 2023년생들은 그저 순교자의 십자가처럼 인류를 위해 앞장서기를 강요당하며 그 시간들을 살아간다. 예전에는 밀레니얼이 되면 진짜 우주로 나가고 외계인을 만나 친구가 되거나 우주전쟁이 일어나리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때의 사고가 그대로 담긴 sf만화가 1999년생이었고 이십여년이 지난 2024년에 새롭게 해석한 작품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대변화에 따라 캐릭터들의 성격과 구성이 조금씩 달라졌고 사건사고도 바뀌었다. 그러나 신기한 건 배경이 1999년이든 2042년이든 그 안에 존재하는 인간들에게는 늘 다툼이 있고, 미지의 강력한 적에 공격당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고, 그 두려움을 극복하려 인간들이 또 성장해간다는 것만은 변치않는 진실이다. 이런 패턴은 지구상에 인류가 처음 출몰한 시기부터 그랬고 인간의 상상력 속에 존재하는 미래에도 같다. 달라진 거라면 그저 평양에서 튀니지까지 비행접시로 24분이면 가는 것 같은 과학기술의 차이일 뿐, 인간의 본성은 언제나 같다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2042년이 아니라 2100년이 된다 해도 인간은 늘 같을 것 같다. 살기 위해 싸우고, 싸우기 위해 살고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후회하고 괴로워하며 또 다시 희망을 품겠지. 역사를 보며 인간은 미래를 예측하듯 1999년 생을 보고 2023년생을 예측할 수 있었고 좀더 지나 2100년생도 알 수 있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