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철학책을 좋아한다. 그 깊은 의미를 다 알지는 못하지만 아니 다 알지 못하기에 읽을 때 마다 다르게 느껴지고, 나이가 들수록 다른 깨달음을 얻는다. 수천년을 이어온 성인들의 말씀이니 오죽할까. 그 말씀들을 곰곰히 생각하다 보면 그 안에 세속적인 성공도 멋진 인간관계도 마음의 평안도 있다. 그러니 이 책 제목처럼 '철학이 있다면 무너지지 ' 않는 것이 맞다. 저자는 많은 철학자들과 그들의 작품, 종교를 이야기한다. 그중에는 다빈치 같은 화가도 셰익스피어 같은 작가도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도 있다. 저 정도의 위인이라면 뛰어난 철학을 가진 인물들일 것이다. 이 책에는 그들의 말과 저서에서 작가가 인상적이었던 글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대단한 사람들의 것들 중 대단한 것들을 골라 냈으니 철학어벤져스다. 나도 작가처럼 이 책에서 내 마음을 흔드는 것을 모아 보아야 겠다 생각했다. 우선 일본인 여성 세이 쇼나곤이 나온다. 처음 들어본 이름인데 아름다운 것에 대한 그녀의 말들이 아름답다. 그리고 작가의 할머니! 철학자는 아니지만 "인간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자신의 생각이다" 라고 하셨단다. 멋진 분이다. 몽테뉴는 행복이 지식이 아니라 지혜와 인생경험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현자의 특징은 좋은 마음과 좋은 기분이라고. 그리고 재미있고 사랑스러운 자기중심주의의 창시자 양주는 "자기 일에만 열중해서 다른 사람에게 아무것도 주지 말고 빼앗지도 않으면 세상은 평화롭다." 라고 했단다. 톨스토이는 누구를 만나든 그 사람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상상해야 냉담한 말, 부적절한 행동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에피쿠로스는 조금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얼마를 가지더라도 만족할 수 없다고 했다. 베트남 승려 틱낫한은 "행복으로 가는 길은 없다.행복이 곧 길이다. 여정이 목적지다" 루스벨트 미국대통령은 비교는 기쁨을 훔치는 도둑이라고 했다, 아인슈타인은 쪽지에 "고요하고 겸손한 삶이 쉼없이 성공을 추구하는 삶보다 더 행복하다 " 를 써서 호텔 배달원에게 주었다. 이번 책에서 얻은 나의 철학 어벤져스들이다. 이 책은 동양철학과 서양철학, 문학. 과학, 음악까지 오가서 비슷한 생각과 구절을 비교하고 대조하며 마치 수필을 써 내려가듯 이야기를 들려주듯 편한 문체로 쓰여졌다. 그래서 읽기 편했고 철학 "쫌" 아는 동네분이 옆에서 수다 떨어주시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매번 철학책을 읽을 때마다 가지는 기분이 있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장자는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라고 했다. 나도 이해하는 때가 오겠지. 다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철학은 내가 사는 삶에 기준을 만들어 준다. 내가 말하고 행동하는데,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기준과 가치관이 없으면 늘 우왕좌왕 할 수 밖에 없다. 신기한 것은 오래전 살았던 이들. 대단한 위인들의 삶과 생각도 결국은 인간으로써 느끼는 희노애락의 한 감정이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모두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철학은 수천년을 이어 모든 이들의 깊은 울림을 주나보다.
수상한 초콜릿가게"를 쓴 김예은 작가의 단편집이다.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심리학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소설이었고 단편이었다. 단편은 짧은 글 안에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니 매력적이다. 이 책에는 모두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불행의 묘미 뿐만 아니라 존재의 무유 같이 제목이 참 인상적이다. 제목을 보면 김예은 작가가 진짜 글쟁이라는 느낌이 든다. 말을 재미나게 잘 쓰는 것은 작가로써 최대의 재능이다. 책 초입에 있는 '작가의 말' 조차 어찌나 맛깔 나는지 김예은 작가 너무 재밌다. 내용들도 참 신선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역시 '불행의 묘미' 이다 모든게 본인 탓이라고 스스로를 나타샤 라고 칭한 준성은 뇌와 눈알을 꺼내 씻을 수 있다. 눈알을 씻으면 세상이 더 맑게 보이고 뇌를 씻으면 머리속이 맑아진다. 그렇게 보기 싫었던 것을 지우고 기억하기 싫은 것을 지우면 그나마 다시 세상을 살아갈 힘이 생긴다. 쉰 넘은 나이에 달동네에 살며 공사장 일용직으로 사는 건 언제나 고되다. 그래서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다. 전형적으로 불행해 보이는 사람들의 클리셰처럼 나타샤는 어려서부터 가난.가정불화를 다 가지고 있었고 나이들어서도 혼자 외롭고 가난하게 살았다. 불행은 비교급인지 훨씬 잘 나고 잘 사는 사람들도 자신이 힘들다고 말한다. 불행의 최상급인 나타샤는 그걸 듣고 있다. 자기가 불행하다고 말하는 재미가 있는 걸까? 모두가 자신이 더 힘들다고 말하는 걸 보면. 적당히 불행하면 살 맛이 더 나나부다. 그러나 나타샤는 '적당' 하지 않아서 그만 살기로 결정한다. 엄마가 떠나고 사랑했던 여인마저 달동네를 보고 그를 떠났는데 그도 그를 그만 떠나기로 했다. 남들이 가지지 않는 유일한 재능인 눈알과 뇌를 빼는 능력으로. 상상력과 깊이가 풍부한 젊은 작가의 글을 읽는 건 늘 새롭고 유쾌하다. 그 깊이가 어디까지 인지 가늠이 안 되기 때문이다. 시간이 좀더 지나 이 책을 다시 읽으면 또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을테니까.
이야기는 하이네스트 라는 집으로 이사가서 수리하던 가족이 방마다 지하실을 발견하며 거대한 역사의 비밀을 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지하실! 지하실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예전에 들어 알고 있던 안네의 이야기들이 떠올라 겨우 두 페이지 읽었는데도 눈물이 쏟아질 듯 마음이 아팠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무용수가 꿈인 린테와 사회혁명가 기질이 있는 야니는 1940년 독일군의 침공을 받았다. 오로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체포되고 수용소로 보내지는 탄압이 점차 심해진다. 유대인들은 거주지 이동이 금지되고 유대인등록증에 J가 찍히며 나치의 통제가 쉽도록 되었다. 유대인 부모들은 자신은 잡혀가도 자식은 살리려고 애썼다. 두 자매의 가족들은 은신처를 찾아 몇번을 이주하다 하이네스트 저택에 들어오게 된다. 그곳에서 오갈데 없는 유대인들까지 보호했다. 집안 곳곳 비밀장소를 만들고 비상시를 대비했지만 결국 그들도 나치에 잡히고 만다. 그 험한 시기에는 나치에 굴복하여 유대인 관리에 앞장서는 유대인 경찰도 있고 뒤에서 조용히 그들을 도와주는 일반인들도 있었다. 소리없는 조력자들이 본인이 생각하는 정의를 위해 위험을 감수했다. 인간의 존엄이라고는 없는 곳, 수용소는 살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려는 마음과 타인에 대한 측은지심이 공존하는 곳이다. 또한 수용소는 희망과 절망도 함께 있다. 극한의 상황속에서 정신줄을 놓아버린 무젤만들도 있었다. 그 안에서 자매는 꼭 살 것을 함께 다짐하며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사방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곳에서 삶에 대한 의지로 자매는 결국 살아 돌아와 가족의 품에 안긴다. 이 책은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차분하고 담담하게 당시 상황을 서술하는 방식을 썼다. 나치에 지배당한 유럽의 각 나라들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자국민들을 나치에게 넘겼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사람들을 몰아넣고 반인륜적인 행위를 지지르고 인간살상공장으로 만드는 현장은 너무 참혹하다.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까움에 긴 한숨을 쉬면서도 그들의 상황에 몰입되어 눈을 뗄 수 없었다. 2차대전 당시 유대인의 역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한 개인개인이 어떤 일을 당했고 어떻게 탄압이 진행되었는 지를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다시는 인간사에 일어 나서는 안 될일이지만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 인권이 무참히 말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다. 마지막으로 끝까지 투쟁하고 살아 돌아와 이런 이야기들을 후대에 남길 수 있게 한 자매에게 경이를 표한다.
제목부터 강렬하다. 인간이 아닌 한 나라가 능동적으로 '자살하다' 라는 표현은 당혹스럽다. 그러나 현재 상황이 자살하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여러 요인을 볼 수 있겠지만 저자는 '돈' 경제적 요인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국민의 상당수가 굶주리던 과거에도 자살하지 않던 나라가 세계10위권의 경제대국인 상태에서 왜 그럴까? 과거에 우리는 일본을 나라는 잘 살지만 국민은 가난한 나라 라고 했다. 지금의 우리나라가 비슷하다. 국민이 쓸 돈이 없다. 그러다보니 결혼과 출산이 사치재가 되었고 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생기는 상황이다. 왜 쓸 돈이 없는지 하나씩 분석해 보자. 수도권에 편중된 나라구조는 도시의 주거비와 생활비의 상승을 불러 일으켰다. 영세한 농업은 식료품 가격이 비싼 원인이 된다. 정책적으로 공공부문의 요금은 억제해왔지만 물가의 이상구조를 가져왔고 여기에 비정상적인 사교육비의 지출은 거의 준조세 수준이다. 한국은 노동생산성이 낮은 나라인데 이는 영세 자영업자 비율이 높아 서비스업의 임금이 낮고 중소기업 역시 저생산성과 낮은 인건비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에 생산성이 높은 대기업 입성이 학력과 연관된다 보는 황금티켓 증후군으로 사교육을 떠 받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들이 청년문제와 노인문제를 야기시킨다. 가난한 노인의 증가는 저임금 노동자를 증가시켜 청년의 임금상승을 억제하고 청년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니 공동체는 소멸할 수 밖에 없다 연금제도는 부족하고 복지는 민간에 외주화되어 있는 각자도생의 사회이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가성비를 추구하는 삶을 사느라 바빠 꼭 필요한 분야에 대한 사회차원의 정당한 지출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필수의료와 교육이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결혼과 출산이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나라 존립이 위태롭다고 걱정할 정도다. 인구감소는 생산자원과 소비자원이 모두 줄어듬을 의미한다. 이는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것이고 GDP는 하락한다. 한국은 아픈데 병원비가 없고 너무 오래 병원을 못 가다보니 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왜 제목이 그렇게나 자극적이었는지 알것 같다.최근에 본 사회학 책 중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핵심을 잘 집어냈다. 자본주의 급성장에 따른 사회구조적인 문제와 편견들로 쉽사리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데 걱정이 앞선다. 난 우리나라를 사랑한다. 꼭 애국자가 아니더라도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많은 걸 누리고 살고 있어서 행복하다. 그리고 우리 다음 세대들도 그런 마음으로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정치인들과 기성세대 그리고 젊은이들도 많이 보고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더 많이 연구했으면 좋겠다.
우리 주변에는 잘 하고 싶어 애쓰는 사람들이 많다. "개미와 베짱이" 에서 개미만 칭송하고 베짱이는 손가락질 당하는 문화에서, 근면 성실함이 유일한 무기였던 한국인들 사이에서 '열심히' 그리고 '잘 ' 이라는 말은 세뇌되었을 정도다. 모두가 열심히, 잘 하려 애쓰는 와중에도 유달리 더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잘하려 하니 잘 하기는 하는데 참 고달프고 힘들다. 그러다보니 남들의 평가에 민감해서 이래저래 상처도 많이 받는다. 내가 얼마나 애썼는지 몰라주는 이들에게 늘 억울한 마음도 있다. 그런데도 아닌 척 괜찮은 척 웃으며 살다보니 이미 내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어있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로하고 다독여준다. 아픈 마음을 호~불어서 연고를 발라주고 밴드도 붙혀준다. 그래서 읽다보면 당장 아픔이 완전히 없어지진 않더라도 마음이 좀 놓인다. 약 발랐으니 좋아질꺼야. 저자는 카르페디엠 한마디를 찾겠다고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일하는 첫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다소 무모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순간에는 그것이 최선이었을 것이고 그것이 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삶은 경험으로 그릇을 넓혀가는 것 아닌가. 어떤 순간에도 불안은 우리 마음속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생각을 비우다보면 새롭게 채워지는 것이 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고 타인도 볼 수 있다. 내가 내 자신과 현재의 시간에 매몰되어 하루하루 살기에만 급급하면 그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남을 사랑할 줄 아는 법이고, 남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세상도 사랑할 줄 아는 법이다. 세상은 혼자가 아니다. 알게 모르게 내 주위에는 날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많고 나의 노력과 애쓰는 마음을 알아주는 이들도 많다. 그들만 보고 살아도 세상은 살 만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사계절의 아름다움도 내 친구이고 가로등 불빛. 따스한 곰인형도 소중하다. 책을 덮으며 난 마음이 많이 따스해졌다. 그래서 난 이 책이 좋다. 좋은 말들 많이 담아 전해주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