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하이네스트 라는 집으로 이사가서 수리하던 가족이 방마다 지하실을 발견하며 거대한 역사의 비밀을 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지하실! 지하실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예전에 들어 알고 있던 안네의 이야기들이 떠올라 겨우 두 페이지 읽었는데도 눈물이 쏟아질 듯 마음이 아팠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무용수가 꿈인 린테와 사회혁명가 기질이 있는 야니는 1940년 독일군의 침공을 받았다. 오로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체포되고 수용소로 보내지는 탄압이 점차 심해진다. 유대인들은 거주지 이동이 금지되고 유대인등록증에 J가 찍히며 나치의 통제가 쉽도록 되었다. 유대인 부모들은 자신은 잡혀가도 자식은 살리려고 애썼다. 두 자매의 가족들은 은신처를 찾아 몇번을 이주하다 하이네스트 저택에 들어오게 된다. 그곳에서 오갈데 없는 유대인들까지 보호했다. 집안 곳곳 비밀장소를 만들고 비상시를 대비했지만 결국 그들도 나치에 잡히고 만다. 그 험한 시기에는 나치에 굴복하여 유대인 관리에 앞장서는 유대인 경찰도 있고 뒤에서 조용히 그들을 도와주는 일반인들도 있었다. 소리없는 조력자들이 본인이 생각하는 정의를 위해 위험을 감수했다. 인간의 존엄이라고는 없는 곳, 수용소는 살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려는 마음과 타인에 대한 측은지심이 공존하는 곳이다. 또한 수용소는 희망과 절망도 함께 있다. 극한의 상황속에서 정신줄을 놓아버린 무젤만들도 있었다. 그 안에서 자매는 꼭 살 것을 함께 다짐하며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사방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곳에서 삶에 대한 의지로 자매는 결국 살아 돌아와 가족의 품에 안긴다. 이 책은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차분하고 담담하게 당시 상황을 서술하는 방식을 썼다. 나치에 지배당한 유럽의 각 나라들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자국민들을 나치에게 넘겼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사람들을 몰아넣고 반인륜적인 행위를 지지르고 인간살상공장으로 만드는 현장은 너무 참혹하다.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까움에 긴 한숨을 쉬면서도 그들의 상황에 몰입되어 눈을 뗄 수 없었다. 2차대전 당시 유대인의 역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한 개인개인이 어떤 일을 당했고 어떻게 탄압이 진행되었는 지를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다시는 인간사에 일어 나서는 안 될일이지만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 인권이 무참히 말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다. 마지막으로 끝까지 투쟁하고 살아 돌아와 이런 이야기들을 후대에 남길 수 있게 한 자매에게 경이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