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의 묘미
김예은 지음 / 미다스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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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초콜릿가게"를 쓴 김예은 작가의 단편집이다.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심리학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소설이었고 단편이었다. 단편은 짧은 글 안에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니 매력적이다.
이 책에는 모두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불행의 묘미 뿐만 아니라 존재의 무유 같이 제목이 참 인상적이다. 제목을 보면 김예은 작가가 진짜 글쟁이라는 느낌이 든다. 말을 재미나게 잘 쓰는 것은 작가로써 최대의 재능이다. 책 초입에 있는 '작가의 말' 조차 어찌나 맛깔 나는지 김예은 작가 너무 재밌다.
내용들도 참 신선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역시 '불행의 묘미' 이다

모든게 본인 탓이라고 스스로를 나타샤 라고 칭한 준성은 뇌와 눈알을 꺼내 씻을 수 있다. 눈알을 씻으면 세상이 더 맑게 보이고 뇌를 씻으면 머리속이 맑아진다. 그렇게 보기 싫었던 것을 지우고 기억하기 싫은 것을 지우면 그나마 다시 세상을 살아갈 힘이 생긴다.
쉰 넘은 나이에 달동네에 살며 공사장 일용직으로 사는 건 언제나 고되다. 그래서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다.
전형적으로 불행해 보이는 사람들의 클리셰처럼 나타샤는 어려서부터 가난.가정불화를 다 가지고 있었고 나이들어서도 혼자 외롭고 가난하게 살았다.

불행은 비교급인지 훨씬 잘 나고 잘 사는 사람들도 자신이 힘들다고 말한다. 불행의 최상급인 나타샤는 그걸 듣고 있다. 자기가 불행하다고 말하는 재미가 있는 걸까? 모두가 자신이 더 힘들다고 말하는 걸 보면. 적당히 불행하면 살 맛이 더 나나부다.
그러나 나타샤는 '적당' 하지 않아서 그만 살기로 결정한다. 엄마가 떠나고 사랑했던 여인마저 달동네를 보고 그를 떠났는데 그도 그를 그만 떠나기로 했다. 남들이 가지지 않는 유일한 재능인 눈알과 뇌를 빼는 능력으로.

상상력과 깊이가 풍부한 젊은 작가의 글을 읽는 건 늘 새롭고 유쾌하다. 그 깊이가 어디까지 인지 가늠이 안 되기 때문이다. 시간이 좀더 지나 이 책을 다시 읽으면 또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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