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하다 보면 뭐가 되긴 해 - 루마니아의 소설가가 된 히키코모리
사이토 뎃초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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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최초의 루마니아어 소설가' 라는 독특하고 놀라운 이력의 저자는 사실 은둔형 외톨이, 일명 히키코모리 였다고 한다. 심지어 난치병인 크론병도 앓고 있다는 데, 책에는 그의 놀라운 이력이 만들어진 사연이 담겨있다.
정말 궁금하다. 그 일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는 지.

2015년, 그의 히키코모리 생활이 시작되었다.
돈, 직업, 친구도 없이 집에만 있으니 시간 감각도 지각자체도 무너지던 때, 그의 마음을 달래준 것이 영화였다고 한다.
모든 영화의기록을 남기고 영화비평도 쓰다가 우연히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루마니아 영화 <경찰, 형용사>를 만난다. 이 영화는 루마니아어 자체가 주제인지라 그는 더욱 지적 호기심이 발동해 루마니아어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사실, 그는 이미 언어오타쿠 였던지라 스페인어와 이탈리아어 경험이 좀 있었다. 그런데 루마니아어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학습이 쉽지 않다.
루마니아어를 일본에서 일본어로 공부하는 것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다.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페이스북에서 루마니아인 4천명 가량에게 친구신청까지 한다.

그후로도 이어지는 그의 좌충우돌 루마니아어 학습기는 재밌고 신기할 정도다.
히키코모리라면 모든 일에 의욕이 없을 것 같았는 데, 어디서 저런 에너지가 나오나 싶을 정도로 루마니아어 학습에 적극적이다.

그의 노력으로 루마니아인 랄루카, 미하일, 키라와 친분이 생기며 그들의 도움으로 루마니아어 언어에 좀 더 다가가고, 90대의 일본인 루마니아 번역가에게도 도움을 받는다.
역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은 맞나보다. 이런 오타쿠 기질의 히키코모리는 많을 수록 사회가 더 전문적이어지 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루마니아는 익숙하지 않은 나라이다. 그러니 나 역시 언어도, 영화도, 문학도 전혀 모른다. 아마 일본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인이 이렇게까지 몰입할 정도라면 루마니아는 분명 매력이 넘치는 나라일 거라는 생각은 든다. 책에는 루마니아 영화와 플레이 리스트까지 소개되어 있는 데, 나도 기회가 된다면 꼭 접해보고 매력을 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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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 - 과거를 끌어안고 행복으로 나아가는 법
샤를 페팽 지음, 이세진 옮김 / 푸른숲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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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제목을 보고 힐링서적이 아닐까 생각했었지만, 이 책은 과거를 돌아보고 기억의 의미를 되새기는 신경과학적 책이자 철학적인 책이었다.
이 책은 크게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지금의 우리가 과거의 현존임을 알려주고, 그 과거와 마주한다. 과거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나면 과거와 함께 나아가기를 권한다.

'아이가 어릴 때는 기억을 못하니까 이것저것 많이 할 필요가 없다' 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그럴까?
3살에 즐거운 기억이, 5살에 다시 그 일을 하게 하고, 7살에 또 하게한다. 7살 아이가 3살때 일을 기억 못한다고 3살의 경험이 의미없는 게 아니다. 온전히 남아 지금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한다.

기억에서는 흐릿해졌지만 처음의 기억과 일들이 다음, 그 다음, 그 다다음에 계속 영향은 준다. 단지,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어제가 과거에만 속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며, 우리를 이루는 것은 현재보다 과거의 지분이 더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지금, 과거의 나와 마주해야 한다. 희미해진 과거의 내 기억에는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을 것이다.
모두 지금의 나에게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기도 하고, 행복해지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과거는 내 정체성의 기반인데 굳이 외면하려 하면 나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저 기억에서만 지운 채, 계속 과거의 그 자리에 머무르게 된다. 그것은 회피이고, 회피는 결국 함정이다.

물론, 우리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역사, 과거, 기억은 오늘과 내일에 새로운 발전을 가져온다. 일이 재밌으면 고난과 저항도 이겨낼 수 있고, 그 활동으로 얻는 행복이나 만족감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다.
아주 작은 것들이 모든 것을 바꾸기도 한다. 과거에 안 좋은 기억이 있다면 새로운 추억으로 그것을 덮어버릴 수도 있다.

'과거와 함께 사는 묘를 터득한 사람은 어제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가 그 세계에서 얻은 것, 그 세계에 두고 온 것으로 인해 자못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온다' 고 한다.
이 책을 보며 나는 나의 지나온 시간들이 왜 소중한 지, 지금이 왜 소중한 지, 그리고 내가 왜 소중한 지 생각하게 되었다.
최근에 나는 여러가지로 마음이 뒤숭숭 했다. 말 그대로 '뒤숭숭' 이다.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시간들이 흘렀다.
그런데 '삶은 어제가 있어 빛' 나듯, 그 뒤숭숭을 받아들이고 나아가 보려 한다.

진주처럼 빛나는, 너무 좋은 책이다.
그 빛이 나에게 길을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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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준의 대화의 기술 - 어느 누구와도 불편하지 않은 대화법
한석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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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화를 배운 적이 없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첫번째 문장이다.
그러고보니 정말 그렇다.
그냥, 말을 배우고 어쩌다보니 대화하고 있었을 뿐이다. 살면서 대화의 능력이 끼치는 영향력이 엄청 큰 데도 우리는 왜 국영수 공부하듯 배우고 익히지 않았을까 싶다.

대화를 잘 하면 인간관계도 잘 형성되고 사회생활도 쉬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책에는 대화를 잘 하려면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어때야 하는 지로 시작하여 상황에 따른 고수의 대화법, 관계의 깊이를 더하는 7가지 대화의 도구와 비대면으로도 잘 소통할 수 있는 법을 말의 예시와 함께 알려준다.

우선, 내가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상대의 말은ㆍ 경청하며 무게중심을 상대에게 두고 말해야 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비결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다. 말은 듣는 사람의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반응을 고려하여 말해야 한다.
대화는 토론이 아니다. 진위를 따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기에 상대의 말을 부정하는 표현은 쓰지 않는 게 좋다. 특히, 친한 사이일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지기도 하고 갚기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내가 하는 말이 곧 나이기 때문에, 말은 곧 그 사람의 됨됨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한 말은 꼭 지키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를 드러내고 싶을 때도 상대를 칭찬하고 공통화제를 찾아 대화를 이끌 줄 알아야 한다. 진정성 있게 말하면 '잘했어' 라는 한마디로도 감동 받을 수 있다. 섣부른 조언은 오히려 관계의 독이 된다.

요즘은 비대면으로 문자나 전화, 이메일 등으로 소통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비대면일수록 제대로 예의를 갖추지 않으면 더 무례해보인다.
전화라면 상대의 상황과 시간대를 고려하고 용건을 명확하고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이 좋다. 이때, 감정적인 대화는 주의하고 적절한 리액션을 한다.
메일이나 문자라면 제목, 인사말 호칭에 신경쓰고 맞춤법이 틀리지 않도록 조심하자. 과도한 줄임말이나 신조어, 농담은 안 하는 것이 좋다.

나는 평소에 한석준 아나운서를 좋아했다. 예능에서 조차도 말을 곱게 하고 상대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좋은 태도가 보였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책에 그런 모습들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사람인지라 누구나 말 실수를 하는 경우는 생긴다. 그러나 책에서 본 것 처럼 늘 좋은 말을 하고 경청한다는 기본 마음을 되새기며 대화에 임하자. 실수가 점점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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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 이야기
이스카리 유바 지음, 천감재 옮김 / 리드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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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은 원래 science fiction 이었다. 과학기술에 영향을 받는 미래의 상상소설. 그런데 요즘은 그 영역을 더 넓혀 판타지까지 이어지는 상상의 세계를 보는 듯 하다. 제목처럼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상상력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저자 이스카리 유바의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나온 6편의 단편이 실린 이 책은 마치 어린이 에니메이션처럼 재미있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봄의 나라, 감시사회, 외계 생명체, 외계라멘, 투명인간 까지 소재의 영역도 다채롭다.
나는 6편의 단편 중 '중유맛 우주라멘' 과 'No reaction'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중유맛 우주라멘>
~지구인이 먹는 라멘을 먹으려는 외계인. 작가는 하나의 내장계에 여러개의 두뇌를 가진 복두종이라는 외계인을 어떻게 떠올렸을까? 샴 쌍둥이 같은 이들은 함께 배고픔을 느낀다.
지역별로 다른 언어를 쓰는 지구인들이 그들이 보기에는 분쟁을 좋아하는 종족답다.

지구인은 이들을 한 명으로 보지만 자신들은 두 명이라고 생각한다. 외계인이 보기엔 지구인이 이상하고, 지구인이 보기엔 외계인이 이상하다.
라멘집을 찾아오는 다양한 손님들, 진상이라고 불릴만한 별의별 손님들.
그렇다. 이미 지구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는데 우주시대라면 더 하겠지. 이 좁은 지구에서도 언어도 달리하면서 서로 자기 이야기만 하는 데 말이다.
차이와 차별, 편견과 독단에 대해 범우주적으로 생각해 보게 하는 단편이다.

<No reaction>
이름없는 투명인간!
나는 건강한 남자 중학생은 아니지만 투명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자주 했다.
그러나 선택적으로 투명해지는 게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계속 투명하다면 어떨까?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투명인간은 자신이 유령인가 싶기도 하다.
우선 자신의 정체성을 잘 모르겠다.
작용을 받아도 반작용 해줄 수 없는 존재지만 '조금은 다른 나' 가 되고 싶은 욕망은 있다.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서로 존재하며 작용과 반작용을 같이 하고 인과관계가 있는 형태로만 살아왔다. 그래서 투명인간의 인식과 생각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내 주변에도 어쩌면 투명인간이 날 관찰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들의 눈에는 내가 어떻게 보일까?
내가 투명인간으로 숨어서 타인을 관찰만 한다면 난 그들의 무엇을 보게될까?
물론, 지금도 투명하지 않음에도 투명인간으로 취급받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청소하는 사람들, 안내원들 같은 경우에 그저 그 자리에 있는 무생물처럼 여기고 각자 자기 일을 하거나 행동을 한다. 그들의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상상력 가득한 소설이 재미있는 건, 전혀 다른 상황과 배경에서도 현재 내가 사는 세상이 떠오른다는 점이다. 마치 이솝우화의 동물 이야기들 처럼 외계인들과 투명인간의 이야기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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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 따는 사람들 서사원 영미 소설
아만다 피터스 지음, 신혜연 옮김 / 서사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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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가 무척 평화롭고 목가적이다. 그런데 내용은 그다지 아름답지만은 않다.

1962년, 캐나다 노바스코샤 원주민들의 피는 신맛이 나서 흑파리들이 물지 않는다고 하여 그들은 미국 메인주에까지 와서 블루베리 따는 일을 했다.
어느 날, 블루베리 가족의 막내 루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가난한 가족은 무시당하며 여전히 일을 해야했고 딸을 잃은 엄마는 점점 무너져갔다.
막내아들인 조는 자신의 잘못인 것 같아 자꾸만 자책하고 다른 가족들도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낸다. 가족 모두에게 그 일은 언제든 터질 상처가 되어 하루하루 이어진다. 괜찮은 듯 보이지만 안 괜찮은 상태로.

이 소설은 블루베리 가족의 조의 이야기와 노마라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병렬식으로 구성하여 한번씩 보여준다.
이미 루시의 실종을 아는 상태에서 노마의 이야기들은 노마가 루시이지 않을까? 하는 단서를 계속 보여준다.
외동딸 노마가 꿈에서 오빠의 웃음소리를 듣고 이상해서 부모에게 이야기하지만 부모는 외면한다. 과거 사진 속에는 있어야 할 자신이 없고, 혼자만 피부색이 검다.

무심한 시간은 루시를 잃은 블루베리 가족들에게도, 자신에 대한 혼란을 느끼는 노마에게도 흘러흘러 조도 노마도 나이를 먹고 성장해간다.
블루베리 가족의 말과 행동들에서 루시를 잃은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노마가 루시이며 그들과 재회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악의도 없는, 오로지 선의만 있기를 기도했다.
진짜 노마는 루시일까? 루시라면 왜 그렇게 된 걸까?

이 이야기는 가족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 형제자매간의 사랑, 자식이 부모에게 느끼는 사랑!
그 사랑들은 너무나 맹목적이라 때론 앞뒤 가리지 않고 미친 듯 달려들기도 하며, 오랜시간 유령처럼 영혼만 떠 다니는 삶을 살게 하기도 한다.
루시의 가족 그리고 노마의 가족, 그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그녀를 사랑했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비난하거나 탓 하지 못하겠다. 그저 마음만 먹먹하다.

정말 잘 쓰여진 소설이고, 깊게 몰입하며 보았다. 그리고 나도 가족의 사랑이 대체 무엇인지 여러 방식으로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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