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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 이야기
이스카리 유바 지음, 천감재 옮김 / 리드비 / 2024년 10월
평점 :
sf 소설은 원래 science fiction 이었다. 과학기술에 영향을 받는 미래의 상상소설. 그런데 요즘은 그 영역을 더 넓혀 판타지까지 이어지는 상상의 세계를 보는 듯 하다. 제목처럼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상상력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저자 이스카리 유바의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나온 6편의 단편이 실린 이 책은 마치 어린이 에니메이션처럼 재미있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봄의 나라, 감시사회, 외계 생명체, 외계라멘, 투명인간 까지 소재의 영역도 다채롭다.
나는 6편의 단편 중 '중유맛 우주라멘' 과 'No reaction'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중유맛 우주라멘>
~지구인이 먹는 라멘을 먹으려는 외계인. 작가는 하나의 내장계에 여러개의 두뇌를 가진 복두종이라는 외계인을 어떻게 떠올렸을까? 샴 쌍둥이 같은 이들은 함께 배고픔을 느낀다.
지역별로 다른 언어를 쓰는 지구인들이 그들이 보기에는 분쟁을 좋아하는 종족답다.
지구인은 이들을 한 명으로 보지만 자신들은 두 명이라고 생각한다. 외계인이 보기엔 지구인이 이상하고, 지구인이 보기엔 외계인이 이상하다.
라멘집을 찾아오는 다양한 손님들, 진상이라고 불릴만한 별의별 손님들.
그렇다. 이미 지구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는데 우주시대라면 더 하겠지. 이 좁은 지구에서도 언어도 달리하면서 서로 자기 이야기만 하는 데 말이다.
차이와 차별, 편견과 독단에 대해 범우주적으로 생각해 보게 하는 단편이다.
<No reaction>
이름없는 투명인간!
나는 건강한 남자 중학생은 아니지만 투명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자주 했다.
그러나 선택적으로 투명해지는 게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계속 투명하다면 어떨까?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투명인간은 자신이 유령인가 싶기도 하다.
우선 자신의 정체성을 잘 모르겠다.
작용을 받아도 반작용 해줄 수 없는 존재지만 '조금은 다른 나' 가 되고 싶은 욕망은 있다.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서로 존재하며 작용과 반작용을 같이 하고 인과관계가 있는 형태로만 살아왔다. 그래서 투명인간의 인식과 생각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내 주변에도 어쩌면 투명인간이 날 관찰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들의 눈에는 내가 어떻게 보일까?
내가 투명인간으로 숨어서 타인을 관찰만 한다면 난 그들의 무엇을 보게될까?
물론, 지금도 투명하지 않음에도 투명인간으로 취급받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청소하는 사람들, 안내원들 같은 경우에 그저 그 자리에 있는 무생물처럼 여기고 각자 자기 일을 하거나 행동을 한다. 그들의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상상력 가득한 소설이 재미있는 건, 전혀 다른 상황과 배경에서도 현재 내가 사는 세상이 떠오른다는 점이다. 마치 이솝우화의 동물 이야기들 처럼 외계인들과 투명인간의 이야기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