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에서 빅브라더를 처음 보았을 때만 해도 상상의 세계라고 생각했던 것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앱과 프로그램들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정보를 모으는 중이다. 가격은 소비자가 물건을 살때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으나 이제는 그 자리를 별점이 차지하기 시작하더니 브랜드 파워도 예전만 못해졌다. 동네맛집이 대기업 레스토랑을 이기며 '좋아요'가 돈이 되는 세상이다. 쿠팡과 네이버는 온라인쇼핑에서 혁신을 가져왔다. 쿠팡은 물류창고의 개편을 통해 빠른 배송에 성공했고 배달 산업에 안착하는 데도 성공했다. 네이버는 데이터 공유를 통해 도착보장 서비스를 만들고 향후 활용방안도 크다. 유튜브가 네이버에 버금가는 경쟁상대로 부상한 것 역시 데이터의 힘이었다. 빅데이터는 AI를 딥러닝 시키고 신사업으로 재탄생하는 기반이 된다. 데이터는 국경이 없어 한국에서 만들어진 데이터가 SNS를 통해 자연스럽게 미국으로 가고 전세계로도 퍼진다. 페이스북, 구글 등은 버려지던 데이터 파편들을 주워 담아 경제적 자원으로 탈바꿈시킨 선구적 기업이다. 데이터 주권은 경제적 문제이자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므로 미국에서는 중국의 틱톡 사용을 금지하기까지 했다. 한국도 2016년 구글의 지도데이터 반출사건을 겪었다. 가장 많은 데이터를 생산하는 나라는 역시 중국이다. 미국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데이터 패권을 지키려고 애쓰며, EU는 규제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만들어 보호주의 입장을 취하려 하고 있다. 데이터 격차가 곧 부의 격차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시대는 새로운 문제점을 보이며 우리에게 많은 과제도 안겨준다. 데이터는 자본일까? 노동일까? 데이터로부터의 자유는 어디까지인가? 데이터를 어떻게 규제해야 할까? 이러한 문제는 1984의 빅브라더 시대에 느끼던 두려움을 상기시킨다. 눈에 보이는 피와 전쟁의 시대는 끝났다. 그러나 보이지 않아도 더 무서운 자본과 통제의 시대에서 인간들은 또 다시 자유를 향한 혁명을 해야하는 시기가 올 지도 모른다. 이런 시기에 우리는 데이터가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 지 원리를 잘 알고 미래를 유추하는 힘을 키워야 할 것이다.
낭만이란 무엇일까? 사람들마다 느끼는 낭만은 다르다. 그러니 나의 낭만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자. 그 사람은 그 사람만의 낭만이 있다. 음악을 들을 때도 세상을 살아갈 때도. 대학생. 고등학생 두 아들을 둔 첫번째 화자는 이제는 유행이 지난 대학로에서 레코드 가게를 한다.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취향이 확고해서 주인장은 사람들 외모만 봐도 음악적 취향을 짐작할 수 있다. 어느 날, 헤비메탈 록밴드 굿바이 제리 중고음반을 구하려는 청각장애 친구가 나타난다. 사람들은 너무 좋아하면 듣는 것을 넘어 소장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그러나 그녀는 청각장애가 있다. 입모양을 보고 읽을 수 있고 말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음악앨범을 애써 구하려 한다. 물론, 굿바이 제리밴드의 글렌 크레이그도 사고로 청각장애를 얻었었다. 청각장애인들은 일반인과 달리 보청기나 진동으로 음악을 듣는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그 굿바이 제리 밴들의 앨범을 사 간 청각장애를 가진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다. 왜 음악을 듣는지? 왜 굿바이 제리의 헤비메탈 앨범을 그리도 구하고 싶었는지? 책에는 여러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시선으로 전달한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고 왜 좋아하고 어떻게 좋아하는 지가 모두 다르듯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생각도 모두 다르다. 다들 다른 꿈을 안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다. 드러머가 되고 싶은 다은, 소설가가 되고 싶은 민솔, 하진, 유찬, 대환 그리고 이름없이 지나간 사람들 등등 하나의 음악을 각자 다르게 느끼며 즐기듯 우리 모두도 인생을 각자 다르게 보고 즐기며 산다. 이 책을 보고 이해하는 방식도 모두 다르겠지? 나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많은 삶의 방식으로 읽혔다.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방식은 수천 수만개가 있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래서 오늘은 나도 헤비메탈을 틀어놓고 귀를 막고 진동을 느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명화가 품고있는 흥미로운 이야기 꺼리를 모아 '잡사' 라는 이름으로 풀어냈다. 잡사라는 말에서 느껴지듯 부담없이 다가가 '들여다보기' 와 '멀리 물러서서 보기' 의 방식을 쓴다. 그래도 책은 일단 장엄하게 "나폴레옹의 대관식" 으로 시작한다. 신의 세계가 저물때, 그림에는 인간을 보는 시선에 따스함이 묻어나기 시작한다. 라파엘로는 사랑하는 여인을 성모로 표현한 "의자에 앉은 성모" 를 그렸다. 종교개혁의 시기에 화가들은 자신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위해 붓을 들기 시작했다. 헨리8세와 앤불린 사건 이후. 교황의 권위는 예전같지 않아졌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시기를 책표지에 나온 폴 들라로슈의 "제인 그레이의 처형 " 을 통해 볼 수 있다. 그녀는 본인의지와 무관하게 신교도 세력의 상징이 되며 처형당한다. 부의 흐름이 땅에서 바다로 이동하던 시절 이번에는 네덜란드 램브란트의 활약을 볼 수 있다. 그는 주로 종교, 역사이야기를 그렸지만 오히려 초상화가 인기를 끌었다. 렘브란트의 "프란츠 반닝 코크대위의 민병대" 에서는 잘 묘사된 많은 인물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당시를 주름 잡은 인물들의 초상화를 통해 파리,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의 역사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그중에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아이들" 의 그림도 있다. 시대 상황에 떠밀려 악녀로 까지 몰린 그녀의 인생이 서글프다. 세상은 혁명의 시기로 접어들며 많은 것이 바뀐다. 사람들이 죽고 피를 흘리는 동안 그림도 더 사실적이어지고 시대상을 반영했다. "처형장으로 가는 샤를로트 코르테" 는 엄숙하고 의연하다. 그림이 가진 영향력은 마치 현대의 언론보도 같아서 "미라의 암살" 같은 한 점의 그림은 혁명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놓기도 했다. 쿠르베는 '사람들에게 자극과 충격을 주지 못한다면 좋은 그림이 될 수 없다' 고 까지 했다. 산업화 시대가 되고 정치적 격변기를 거치며 그림은 시대를 열심히 표현했다. 마네의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 " 은 의미하는 바가 많다. 어떠한 시기에도 인간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랑이었고 예술가들은 어떤 소재보다도 성심 성의껏 사랑을 표현했다. 사랑은 가장 아름답지만 또 가장 고통스럽다. 에곤 실레는 외설적인 그림을 그린다는 평을 들었지만 사랑에 진심이었다. 프리다 칼로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사랑과 인생을 그림에 모조리 담아넣은 화가로도 유명하다. 그녀의 그림은 그림을 잘 모르는 이가 봐도 절절한 아픔을 느낄 정도다. 명화를 보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지금처럼 영상이 없던 시절, 그림은 최고의 문화생활이자 기록물이었으며 그 안에 인간의 역사, 사랑, 종교, 전쟁 등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며 마치 역사신문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 세상을 보는 매체가 계속 바뀐다 해도 그림은 여전히 그림으로 보고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7년에 초판이 나오고 7년 후, 올해 개정판이 나왔다. 벽초군 벽초읍의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은 2024년에도 이질감 없이 흐른다. 청소년기는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잘 난것 같다가도 아무 쓸모없는 것 같아 죽고싶어 지는 그런 이상한 시기다. 세상은 '열심히' '최선' 을 노래하지만 그렇게 산다고 딱히 잘 살아 보이지도 않는다. 준경의 부모님만 봐도 그렇다. 사람들은 이런 준경을 중2병이라고 한다. 자살시도 후, 여기저기 상담을 다니지만 어떤 답도 찾을 수는 없다. 뭐든 잘하는 쌍둥이 형 준희는 그런 준경을 이해하지 못한다. 준경은 시골에서 육사를 나와 소위로 임관한 지 얼마 안되어 갑자기 죽어버린 외삼촌을 그리워한다. 그리고 어느 날, 마을에는 명문고 학생의 자살사건도 일어난다. 죽음은 그렇게 준경옆에서 다양한 얼굴로 존재한다. 반면에 준희는 중학생임에도 콘서트 플래너가 되겠다는 뚜렷한 꿈을 가지고 계획을 착실히 세운다. 안젤라 윤을 꼭 만나고 싶다는 열망은 준희를 성장시킨다. 작은 키에 못생긴 얼굴로 연예인을 꿈꾸는 친구 훈이도 허무맹랑해 보이지만 늘 진지하다. 사춘기 아니 소년기의 모습들은 다양하면서도 같다. 모두 각각 다른 듯 같은 시간들을 불안불안하게 보낸다. 죽음을 갈구하다가도 미래를 꿈꾸고 사랑에 설레어 하다가도 감당못할 욕정에 스스로도 놀란다. 내 몸과 내 정신이지만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시기에 꿈꾸는 미래가 있다는 건 살아갈 희망이 되기도 하지만 좌절할 빌미가 되기도 한다. 문득, 나도 나의 10대 시절이 떠오른다. 그런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나도 있는거겠지. 이들 소년들의 이야기는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도 울림을 줄 것이다. 소년기에 있는 이들에게는 현재 자신의 모습을, 그 시기를 지나간 이들에게는 그리움을 주면서.
세상 어느 누구도 인생에서 위기가 없는 경우도 없다. 누구나 시련을 겪고 상처 받는 것이 삶이다. 어떤 이는 그 일로 더 단단해지고 또 어떤 이는 완전히 무너져 내린다. 이때, 나 자신을 추스르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회복탄력성이다. 선천적으로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세상을 사는 데 충분한 회복탄력성이 없다고 걱정하지 말자. 후천적으로도 개발할 수 있다. 고통과 시련도 한 편으로는 자신을 개발할 수 있는 특권같은 것이다. 늘상 승승장구하던 사람들은 한순간 무너지지만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시련을 겪으며 성장한 이들은 단단하다. 실패를 겪으면 겸손해지고 유연해진다. 유연할수록 회복이 빨라지고 실패로 인한 성공데이터가 누적된다. 수많은 차선책을 얻을 수 있다. 처음 하는 일을 피하지 말고, 낯선 상황을 너무 불편해하지 말라. 남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 자신만의 소신을 가져야 예상밖의 선택지에도 당황하지 않고 결단을 내릴 수 있다.난관을 만난다면 포기하지 말고 스스로를 응원하며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내라. 어떤 것보다도 나 자신을 우위에 둔다면 수많은 실수에서도 배움을 얻을 수 있다. 우물안 개구리가 되면 시야가 좁아진다. 나를 괴롭히는 문제가 생겼을 때, '내일 죽는다 해도 이 문제가 중요할까' 생각해 보자. 대부분은 중요하지 않다. 불안과 걱정도 자신이 성장해가는 단계이기에 큰 문제가 아니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인생의 나침반같은 목표를 정해보자. 인생의 지도를 그리고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하여 성취하는 것이 좋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나 자신을 격려하고 사랑하자. 그러면 나의 장점이 계속 보일 것이다. 책 구절구절이 좋은 말들이라 필사하며 마음을 다 잡아도 좋은 책이었다. 실패해도 괜찮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인생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