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잡사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화에 담긴 은밀하고 사적인 15가지 스캔들
김태진 지음 / 오아시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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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명화가 품고있는 흥미로운 이야기 꺼리를 모아 '잡사' 라는 이름으로 풀어냈다. 잡사라는 말에서 느껴지듯 부담없이 다가가 '들여다보기' 와 '멀리 물러서서 보기' 의 방식을 쓴다.
그래도 책은 일단 장엄하게 "나폴레옹의 대관식" 으로 시작한다.

신의 세계가 저물때, 그림에는 인간을 보는 시선에 따스함이 묻어나기 시작한다. 라파엘로는 사랑하는 여인을 성모로 표현한 "의자에 앉은 성모" 를 그렸다. 종교개혁의 시기에 화가들은 자신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위해 붓을 들기 시작했다.
헨리8세와 앤불린 사건 이후. 교황의 권위는 예전같지 않아졌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시기를 책표지에 나온 폴 들라로슈의 "제인 그레이의 처형 " 을 통해 볼 수 있다. 그녀는 본인의지와 무관하게 신교도 세력의 상징이 되며 처형당한다.

부의 흐름이 땅에서 바다로 이동하던 시절 이번에는 네덜란드 램브란트의 활약을 볼 수 있다. 그는 주로 종교, 역사이야기를 그렸지만 오히려 초상화가 인기를 끌었다. 렘브란트의 "프란츠 반닝 코크대위의 민병대" 에서는 잘 묘사된 많은 인물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당시를 주름 잡은 인물들의 초상화를 통해 파리,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의 역사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그중에는 "마리 앙투아네트와 아이들" 의 그림도 있다. 시대 상황에 떠밀려 악녀로 까지 몰린 그녀의 인생이 서글프다.

세상은 혁명의 시기로 접어들며 많은 것이 바뀐다. 사람들이 죽고 피를 흘리는 동안 그림도 더 사실적이어지고 시대상을 반영했다. "처형장으로 가는 샤를로트 코르테" 는 엄숙하고 의연하다. 그림이 가진 영향력은 마치 현대의 언론보도 같아서 "미라의 암살" 같은 한 점의 그림은 혁명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놓기도 했다.
쿠르베는 '사람들에게 자극과 충격을 주지 못한다면 좋은 그림이 될 수 없다' 고 까지 했다. 산업화 시대가 되고 정치적 격변기를 거치며 그림은 시대를 열심히 표현했다. 마네의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 " 은 의미하는 바가 많다.

어떠한 시기에도 인간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랑이었고 예술가들은 어떤 소재보다도 성심 성의껏 사랑을 표현했다. 사랑은 가장 아름답지만 또 가장 고통스럽다.
에곤 실레는 외설적인 그림을 그린다는 평을 들었지만 사랑에 진심이었다. 프리다 칼로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사랑과 인생을 그림에 모조리 담아넣은 화가로도 유명하다. 그녀의 그림은 그림을 잘 모르는 이가 봐도 절절한 아픔을 느낄 정도다.

명화를 보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지금처럼 영상이 없던 시절, 그림은 최고의 문화생활이자 기록물이었으며 그 안에 인간의 역사, 사랑, 종교, 전쟁 등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며 마치 역사신문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 세상을 보는 매체가 계속 바뀐다 해도 그림은 여전히 그림으로 보고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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