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는 말들 - 우리의 고통이 언어가 될 때
조소연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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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나는 조소연 작가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글쓰기라는 작업은 끝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작업이라 어떤 형식으로든 작가는 발가벗겨진다. 살아 온 인생이 글에 오롯이 묻어 나는 두려운 작업임에도 작가는 거추장스런 겉치레를 다 치워 버리고 시원하게 자신을 드러냈다.

딸과 엄마의 미묘한 관계는 세상 어느 모녀에게나 있는 일이지만 그것을 글로 쓰고, 쓰여 졌을 때 비로소 치유를 시작한다. 세상의 많은 글들은 그렇게 탄생한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심지어 사회비판 서적이라도 그 안에 내가 있고 내가 사랑하던 사람들이 있다.

조현병을 앓다 자살한 어머니에게서 작가는 애증을 느꼈다. 그런 어머니의 죽음은 존중받지 못하고 잊혀져야 했다.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딸은 엄마와의 추억을 자꾸 떠올린다.
엄마와의 여행, 엄마와 아빠의 결혼, 엄마의 교육열, 엄마와 오빠의 관계, 엄마의 외도 등등등
딸은 엄마의 인생이 안타까워 어머니를 이해하면서도 이해하지 못한다.

딸은 엄마를 보며 미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자란다. 그 시절 어머니들의 모습은 자식 눈에 왜 그리 슬퍼보였을까?
이 책에서 우리는 여성을 상징하는 자궁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또한, 여성의 자주성을 의미하는 버지니아 울프와 시몬느 보봐르의 이름도 본다. 보봐르는 자유연애로 계약결혼을 하며 생애를 보냈고, 버지니아 울프는 우울증으로 강에서 자살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들은 여인의 삶을 살았고 글을 썼으며 자신을 치유하려 했었다.
저자는 어머니 대신 어머니 이야기를 쓰며 삶의 의미를 다진다.

독자로써 책을 읽으며, 나도 여자로써 저자와 저자 어머니의 인생에 공감했다. 모든 독자들의 공감으로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가 잘 나아 새로 태어나길 바란다.
세상의 모든 딸들과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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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하는 자기애 - 스스로를 상처 내는 사람을 위한 심리학
사이토 타마키 지음, 김지영 옮김 / 생각정거장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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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기본이 되는 마음으로 참 좋은 것이다. 그런데 "자해" 라는 말과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인셀" 이라는 말을 아는가? 비자발적 금욕주의자로 추한 용모때문에 여성에게 외면당한다고 믿는 이성애주의 남성을 지칭한다.
이들을 예로 들면 , 자상적 자기애를 가진 경우가 많은데 자신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오히려 자기에게 상처를 낸다. 은둔형 외톨이도 있고 여성혐오 사건 등으로 자신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이들은 자신을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보기에 사소한 실패에도 은둔해버린다. 칭찬도 성공도 그들의 자기 긍정감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자기부정은 실은 인정에 호소하는 뒤틀린 자기애이다. 당장은 큰병이 아닐지 몰라도 인생의 질을 심하게 떨어뜨리고 늘 고통스런 생활을 하게 만든다.

정신 분석학에서는 자기애를 미성숙한 감정이라고 본다. 그러나 저자는 타자의 나르시시즘을 비하하는 그들도 자기애에 빠진것 같다는 의문을 표한다.
자기애를 긍정적으로 본 하인즈 코헛 같은 학자는 자신을 사랑하여 그 과정에서 얻는 적당한 욕구불만은 다시 자신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된다고 보기도 했다.

좋은 삶을 위해서 우리는 올바른 자기애를 찾아야 한다. 현대는 타인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높이 평가하여 소위 인싸 가 중요하다고 보지만 타인의 인정을 통한 자기애는 언제나 불완전하다.
이때, 자기 긍정감이 중요한 요소라는 주장은 많이 있는데 자기 긍정감은 계속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창작활동을 하는 이들을 보면 섬세한 불안감이 창작의 영감이 되고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즉, 무조건적인 자기 긍정감은 후에 반작용이 찾아 오기도 하고, 불안감이 절대적으로 나쁜것만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자기애" 를 가지는 것이다. 건강하고 성숙한 자기 이미지로 내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중심이면서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야 말로 건강한 마인드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며 내 존엄을 내가 지키기 위해 되도록 상처주지 않는 환경에서 안정된 관계를 맺는 것이 좋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상처받지 않고 온전히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늘 누군가와 비교하고 비교당하며 부족한 점을 들추어 낸다.
부족한 것이 있으면 넘치는 부분도 있는 것이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도 남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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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혼자 클럽에서 - 음악에 몸을 맡기자 모든 게 선명해졌다
소람 지음 / 수오서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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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은 자기만의 휴식과 힐링방식이 있다. 내가 혼자 책을 보는 시간을 즐긴다면 저자는 클럽에서 음악에 몸을 맡기는 순간이 바로 그렇다.
이 책은 제목과 소재부터 시선을 확 끈다.
저자는 네이버 바이브 뮤직에서 콘텐츠 기획자로도 디제이로도 일했다. 누구보다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는데 그 장소가 클럽이면 음악에 몸을 맡기며 레이브, 레이빙을 한다. 나는 클럽문화에 대해 잘 모르고 레이브, 레이빙 이라는 말도 이 책에서 처음 보았지만 책을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리듬을 타듯 글을 읽고 있었다.

클럽에서의 시간이 즐겁고 위로가 되기에 동반자 없이 혼자서라도 즐기러 가다보니 거기서 보낸 시간만큼 이야기꺼리도 많다.
모든 이야기들은 클럽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들과 그곳에서 작가가 느낀 감정, 일상 이야기, 세상을 보는 시선이 어우러져 있다. 클럽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은 다양하고 흥미롭다.
피리부는 소년 이야기는 코믹하기도 하다. 그 소년은 해장국집 영업사원이었을까?

이태원에서 일어난 할로윈의 비극적인 일들도 부모님 세대의 클럽 일화도 본인의 대학 댄스동아리 시절의 이야기도 풀어 놓는다. 호주에서의 밤, 클럽과 술, 디제잉 아카데미와 디제이 시절 등 모든 이야기들이 클럽과 음악이라는 주제를 향해 달리고 있다.
얼마나 그 문화를 좋아하고 즐기면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올까? 멋지다.

나는 무언가에 몰두해 진정으로 빠져드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사실 세상은 그런 소수의 덕후들에 의해 돌아가고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며 인류의 진보를 이룬다.
그래서 클럽이야기를 소재로 한 책은 난생 처음이었지만 내가 잘 모르는 신 문화를 익히는 마음으로 이 책을 재밌게 보았다.
늘 비슷한 소재의 책만 읽어 본 분이라면 추천합니다. 새로운 이야기의 세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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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앞에서 수다 떨기
캐럴린 슐람 지음, 이진경 옮김 / 뒤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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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그림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 유명화가의 전시회에 가면 발디딜 틈이 없고, 그림보기를 주제로 한 책들도 많이 출간되어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이 책은 이전에 출간된 미술관련 책들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이전 책들은 화가나 화풍 위주로 그림을 보여주고 그림과 화가에 대한 쉽고 재밌는 설명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끌었었다.
이 책은 일단 그림보다 글이 많고, 독자들이 미술에 대한 기본 이론을 알기 바라는 마음을 가득담아 많은 걸 알려준다.

시각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한 몇 가지 정의들에서 소묘, 회화. 조각에 대한 설명과 원근법, 현실주의, 추상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고는
곧바로 미술의 어휘에서 미술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빛. 명암, 색, 선, 형태 등을 설명하며 빛의 거장 모네의 그림과 색의 거장 피에르 보나르, 선의 거장 툴루즈 로트레크 등을 보여준다.
즉, 미술의 기법과 주요 용어들을 중심으로 그림들을 찾아보고 이해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기법으로 그림을 보고나면 이번에는 철학적 질문을 20가지나 던진다.
미술 작품은 아름다워야만 하는가? 같은 종류의 질문들로 생각을 깊이 해야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는 화가들이 그림에 대해 말했던 명언들을 들어보고, MBTI와 미술작품을 연관시켜 보기도 한다.
인물화, 풍경화, 정물화, 추상화, 조각으로 각 주제에 따른 거장들의 작품을 살펴 본 후, 마지막에 저자가 생각하는 미술의 미래를 논한다.

제목이 "그림앞에서 수다떨기" 이듯 이 책은 그림을 앞에 두고 수다를 떨 수 있는 수많은 방식으로 독자에게 수다를 우아하게 떨어준다. 마치 미술전문가와 함께 몇박 몇일간의 미술연수를 받은 느낌이다.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 이라면 이 책만으로도 어디 가서 준전문가 정도의 이야기는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대개 그림을 볼 때, 작가 위주나 같은 사조들끼리 묶어서 보면서 시대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많이 써와서 그 방식만 생각해 왔다. 그런데 알고보니 미술을 재밌게 보는데는 정말 많은 방법이 있었다.
책의 내용을 백프로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그림을 볼때는 좀더 다양하게 분석하며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다음에 미술관에 가면 빛. 명암, 원근법 같은 것들도 살펴 보고 함께 간 사람에게 책에서 본 내용대로 우아하게 수다를 떨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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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일기의 힘 - 감정에 끌려다니는 당신을 멈추게 할
정윤주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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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쓰던 일기가 떠오른다. 그림일기도 있었고, 방학 동안 일기숙제가 밀린 적도 있었고, 사춘기의 절망을 일기에 꾹꾹 눌러 담은 적도 있었다. 일기에는 나의 하루와 그날 느낀 생각, 감정이 오롯이 담겼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일기를 더이상 쓰지 않으면서 부터 나의 감정과 생각 돌아보기가 멈추었다. 꽤 오랫동안 멈추면서 그것들은 빠져나가지 못하고 막히더니 끙끙 앓기 시작했다. 고민, 걱정, 우울은 금새 쌓이고 쌓여 커져버렸다.

우리는 살면서 수만 가지의 감정을 느끼고 표출한다. 울고, 웃고, 화내고. 기뻐한다. 때로는 그 감정이 다른 방향으로 나타나서 슬프고 힘든데 엉뚱한 상대에게 분노하기도 하고, 두렵고 무서울 때 과장되게 행복을 표현하기도 한다. 자신을 보호하고 감추려는 방어기제로 인해 진짜 감정이 그 이유도 모른채 지나간다.
그렇게 쌓인 감정들은 우리의 삶을 원인모를 어둠속에 가두어 버린다. 묵은 감정도 먼지 털듯이 잘 털어줘야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감정소통전문가인 저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느끼는지 정확히 알기 위한 방법으로 감정일기를 적극 권한다.
단 몇줄이라도 자신의 감정을 글로 쓰면 쓰는 순간 감정표출도 되고 자신을 되돌아 볼 수도 있다. 친구와 만나 수다떨며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이상으로 효과가 좋다.
책에는 감정일기 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구체적으로 쓰는 법이 가이드 되어 있고, 여백을 주어 직접 책에 써 볼수도 있다. 사랑, 미움, 화, 짜증, 긴장, 행복 등 30개 감정의 주제로 그날의 감정일기를 써보라고 숙제도 준다.
자신을 스치고 지나간 수많은 감정의 이유와 원인을 알고 표현하여 잘 다독여만 주어도 삶은 더 풍요로워지고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진다.

오늘도 생각이 너무 많은 하루를 보냈다면 이 책에서 말한대로 시도해보자. 마음의 짐을 상당수 내려놓아 홀가분해졌음을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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