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나는 조소연 작가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글쓰기라는 작업은 끝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작업이라 어떤 형식으로든 작가는 발가벗겨진다. 살아 온 인생이 글에 오롯이 묻어 나는 두려운 작업임에도 작가는 거추장스런 겉치레를 다 치워 버리고 시원하게 자신을 드러냈다. 딸과 엄마의 미묘한 관계는 세상 어느 모녀에게나 있는 일이지만 그것을 글로 쓰고, 쓰여 졌을 때 비로소 치유를 시작한다. 세상의 많은 글들은 그렇게 탄생한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심지어 사회비판 서적이라도 그 안에 내가 있고 내가 사랑하던 사람들이 있다. 조현병을 앓다 자살한 어머니에게서 작가는 애증을 느꼈다. 그런 어머니의 죽음은 존중받지 못하고 잊혀져야 했다.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딸은 엄마와의 추억을 자꾸 떠올린다. 엄마와의 여행, 엄마와 아빠의 결혼, 엄마의 교육열, 엄마와 오빠의 관계, 엄마의 외도 등등등 딸은 엄마의 인생이 안타까워 어머니를 이해하면서도 이해하지 못한다. 딸은 엄마를 보며 미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자란다. 그 시절 어머니들의 모습은 자식 눈에 왜 그리 슬퍼보였을까? 이 책에서 우리는 여성을 상징하는 자궁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또한, 여성의 자주성을 의미하는 버지니아 울프와 시몬느 보봐르의 이름도 본다. 보봐르는 자유연애로 계약결혼을 하며 생애를 보냈고, 버지니아 울프는 우울증으로 강에서 자살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들은 여인의 삶을 살았고 글을 썼으며 자신을 치유하려 했었다. 저자는 어머니 대신 어머니 이야기를 쓰며 삶의 의미를 다진다. 독자로써 책을 읽으며, 나도 여자로써 저자와 저자 어머니의 인생에 공감했다. 모든 독자들의 공감으로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가 잘 나아 새로 태어나길 바란다. 세상의 모든 딸들과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