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제 만나자
심필 지음 / 서랍의날씨 / 2024년 7월
평점 :
타임루프 복수극은 요즘엔 드라마와 소설에서 많이 쓰이는 기법이지만 이 책은 색다르다. 역시 소설은 작가의 필력이 중요하다.
특정 시간대의 과거나 미래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하루씩 뒤로 간다는 이야기도 독특하다. 소설의 시간은 12월 29일, 30일, 31일로 가더니 다시 거슬러 30일, 29일로 , 또 다시 30일, 31일로 간다.
주인공 동수는 양면성을 여실히 보이는 인물이다. 동생 동호를 싸움터로 밀어넣은 채 동생의 희생으로 살아가면서 또 동생을 걱정한다. 그의 모습은 동생을 걱정하는 건지,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는지 알 수 없다. 가장 의지하고 믿어야 할 가족이 끊어낼 수 없는 존재인 것은 현실에서도 종종 보인다.
자신을 힘들게 함에도 동생 동호는 형을 사랑한다. 자신의 몸이 망가지면서도 지키려 한다. 그들에게는 서로서로가 전부이다.
느와르 영화를 보는 듯, 소설 속 인물들은 어둠의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악을 품고 있다. 악이 악을 낳아 어느덧 자신의 악을 의식도 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동수는 악인으로 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그의 인생은 안타깝다. 그와 그의 동생이 어둠의 인생으로 밀려나지 않았다면 막다른 골목에 몰려 복수를 꿈꾸는 상황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복수를 하러 과거로 갔지만 범인이 아직 죄를 짖지 않아 망설이는 동수는 원래 법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소설을 해석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타임루프. 복수, 약물중독, 어둠의 세계 등등. 이야기꺼리는 많다.
보통의 독자들처럼 나도 처음에는 동수가 복수를 잘 할 수 있기를 바랬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분명 나쁜 놈들인데도 그들에게서 측은지심이 들고 슬퍼졌다.
왜 저들의 인생이 저렇게까지 되었을까? 저들도 한때는 천진한 아이였던 적이 있었을텐데, 본인이 누구나 손가락질하는 사람으로 자라게 될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을텐데. 그들에게도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주었다면 좀 달라졌을까?
이 책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긴박함과 강렬한 이야기들 안에서 인간과 세상에 대해 철학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