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이라는 말은 좋게 들리는데 비슷한 의미인 ' 빈틈' 은 부정적으로 들린다. 빈틈은 꼭 없어야 하는 걸까? 우리는 오랫동안 빈틈을 만들까봐 압박받으며 살아왔다. 이 책의 저자는 4명이다. 정신과 전문의, 아나운서, pd, 전 농구선수. 각자의 방식대로 살며 겪은 일화들을 통해 우리도 자신을 비추어 볼 수 있다. 사람사는 것은 다 비슷하다. 정신과 전문의는 말한다. "열심" 은 우울증의 큰 원인이다. 그럼에도 열심히 산 우울증 환자에 대한 사회의 평가는 박하다. 쉽게 말해 배가 불렀다 고 한다. 우리 나라의 높은 기준치는 자살률과 출산률의 원흉이다. 자존감은 자기 효능감, 자기 안전감, 자기 조절감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효능감만 강조하는 사회에서 안전감은 없어지고 조절감도 떨어진다. 그렇게 우리의 자존감은 무너졌다. 아나운서는 말한다. 신입 아나운서 시절, 조언으로 포장된 선배들의 신랄한 비판은 상처가 되었다. 심지어 조언들끼리 상충될 때는 갈피를 못잡았다. 개인적 성향과는 무관하게 직업인으로서의 의무와 도리에 대한 강요가 이어지자 견디기 힘들었다. 선배들의 방식이 아닌 본인의 생각과 방식으로도 잘 할수 있다는 것을 보이고 싶었다. 꼭 유용한 것만이 아니라 무용한 것이 나를 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라디오 피디는 말한다. 첫 해외여행인 탄자니아 여행도 방송국 피디시험도 무모해 보였지만 잘해야 겠다는 마음 하나로 살았다. 그 마음은 번아웃으로 이어져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서야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래도 라디오를 놓지는 않았다. 그 안에서 자신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직 농구선수는 말한다. 높은 연봉의 유명 선수가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은 늘 크다. 그래서 두 가지 마음이 항상 공존한다. 제대로 하라는 마음과 잘 하고 있다는 마음. 결핍은 성공을 이루지만 막상 성공하고 돌아보면 계속 미뤄왔던 것들이 이미 떠나고 없다. 그것이 인생이다. 행복해지려 하지말고 지금 행복하자. 인생은 가시밭길이고 고통의 바다이다. 중요한 건 꺽이지 않는 마음이다.그러니 우리 인생에 빈틈을 허락하자. 꽉 찬 대나무로 부러지느니 흐물흐물 허술한 갈대로 오래 사는 것도 나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