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투를 빌어요 - 체육 선생님이 들려주는 스포츠 영화 이야기
정일화 외 지음 / 크루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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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일들이 스포츠에서는 종종 일어난다. 파리올림픽에서도 멋지고 감동적인 순간들이 많았다. 그들이 흘린 땀과 눈물이 결실을 맺는 과정들을 보면 영화 제작사나 감독들은 영상에 담고 싶을 것이다.

이 책은 체육 선생님들이 들려주는 스포츠 영화 이야기이다.무려 9명의 선생님들이 21편의 스포츠 영화를 소개한다.
한국영화도 있고 외국영화도 있으며, 논픽션 영화와 픽션영화로도 나뉜다.
"코리아" 처럼 남북한이 탁구로 화합하여 금메달을 이루어내는 과정은 실제 자료화면도 함께 볼 수 있어 보는 내내 전율이 흐른다.

스포츠를 보는 방식에서 개인 스포츠와 단체 스포츠는 느낌이 다소 다르다. 개인 스포츠가 주로 자신과의 싸움이라면 단체 스포츠는 개성강한 이들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국가대표2" 는 여성 아이스하키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그들이 얼마나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지를 보여준다. 제대로 된 지원도 관심도 없이 티격태격하며 자신들만의 동료애로 힘든 순간을 극복해간다.
"리바운드"는 몰락해가는 고교 농구부에 온 신임 농구코치가 학생들의 마음에 다시금 불을 지피며 잃어버린 꿈을 찾아주고 함께 꿈을 키우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스포츠 자체로도 감동적인데 장애나 한계를 가진 이들의 자기 극복기라면 그 감동은 배가 된다. 이들에게 스포츠는 단순한 운동이 아닌 살아가는 이유이다.
"말아톤" 은 전문 운동선수가 아닌 자폐아가 마라톤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성장 드라마이다.
"글러브" 는 청각장애를 가진 충주 성심학교 야구선수들의 이야기인데, 선수도 부족하고 지원도 열악한 상태에서 이들은 몇배로 더 노력을 해야 야구를 계속 할 수 있었다.
"드림" 은 노숙자 축구대회라는 실화로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축구대회를 목표로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다루었다.

스포츠 영화와 운동선수들의 이야기들이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사실 우리 각자의 인생도 모두 영화기 때문이다. 영화를 통해 선수들의 땀을 보면서 우리는 삶의 용기를 얻는다 . 우리들 모두도 자신의 위치에서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여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우리 인생도 마라톤이다.
오늘도 페이스 조절 잘 해서 모두들 끝까지 멋지게 완주하자. "건투를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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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전쟁 - 10만 부 기념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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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를 시작으로 김진명 작가님의 신간만 나오기를 목 빠지게 기다리던 시간이 있었다.
애국심의 기준을 어디다 둬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역사를 배경으로 재밌게 소설을 쓰는 것으로는 정말 최고이신 분이다.
현재 우리나라 최고의 위기는 누가 뭐래도 인구감소이다. 나라는 기운을 잃고 소멸을 걱정하는 이들까지 생겼다.
소설 '풍수전쟁' 은 이 위기를 풍수설과 역사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야기는 친일파 부자가 일본 선사의 지시로 묘향. 구월, 금강, 팔공, 지리의 다섯산 혈터에 쇠말뚝을 박는 걸로 시작한다. 일본 제국은 곧 물러날 수 밖에 없으니 조선의 기를 막으라는 지시이다.
그리고 현재.
대통령에게 "나이파 이한필베. 저주의 예언이 이루어지도다" 라는 이상한 문자가 온다. 행정관 김은하수와 박학다식했던 대학동기 형연이 조사를 시작하지만 조사는 점점 비과학적인 상황들로 흘러간다. 미신과 풍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일본이 조선땅에 저주를 내렸음도 드러난다.

"철령에 매어놓아라. 고려와 조선이 영원히 줄어들도록"
'철령' 은 요동의 철령이지만 일본사학계는 요동이냐 강원도냐에 따라 고려의 강역이 천지차이이기에 강원도 철령이라 주장한다.

풍수를 많이 믿었던 과거 사람들 눈에는 일제가 쇠말뚝을 신성한 산마다 박을 때 두려웠을 것이다. 그것의 과학적 근거가 있든 없든 이제 조선은 망한다는 생각을 그렇게 심어주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하면서, 또한 조선의 땅과 역사를 축소시키기까지 한 그들의 행태는 정작 두려움을 느낀 것이 일본이었음을 보여준다. 긴 시간 중국 옆에 있으면서도 동화되지 앓고 우리말과 문화를 지켜온 한국은 오히려 일본에게 두려운 존재였다.

이 소설은 저자가 생각하는 일본의 역사왜곡과 현재 대한민국의 위기를 잘 버무려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이것들은 현재의 우리도 생각해봐야 할 과제로 남는 부분이다.
소설을 읽으며 당면한 문제와 역사를 생각하게 해주는 것이 김진명 작가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고 이번에도 의미있는 독서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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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구멍이 나면 별이 쏟아진다
정현민 지음 / 메이킹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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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윤동주 시집이 생각났다.
하늘도 있고 별도 있다.
그런데 시들은 윤동주시의 느낌과는 다소 다르다. 소소한 일상들, 소중한 사람들과 나를 이야기하고 있다. 모두 따스한 글들이다.
시인에게 쏟아지는 별은 시인을 둘러 싼 매일의 예쁜 일상과 예쁜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 같다.

어린이들을 보는 마음에는 그 안에서 나 자신의 어린 시절이 보이고,
열일곱살을 보는 눈에는 나의 그 시절이 보인다.
부모님의 주름을 볼 때는 이제 부모가 된 자신도 같이 엉켜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천갈래 만갈래 나뉘어져서 시를 써도 글을 써도 할 이야기꺼리가 많아진다. 그리고 유달리 사람과 지나간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많아지는 것 같다.

그래서 인지 이 시집의 시들이 어색하지 않게 편하게 다가오고 일상의 에피소드들 처럼 익숙하다. 어떤 이들만의 특별한 기억과 경험이 아닌 모두가 느낄만한 일들과 감정이라 더 사랑스럽다.

우리는 힘들 때나 기쁠 때 하늘을 본다. 거기서 반짝이는 별들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마치 내가 보고 있을 때만 빛나는 것 같다. 내 주변의 소소한 행복과 소중한 사람들도 언제나 내곁에 있다. 그런데도 바라보지 않으면 있는 줄 모르고 지낸다.
그 행복과 소중함을 더 많이 더 자주 의식할수록 나도 더 행복해진다.
하늘에 구멍이 날 때까지 쳐다봐야지.
그 사이로 나의 별들이 쏟아져 나를 둘러쌀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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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민낯 - 서른아홉 겨울 80일간의 유럽 여행을 떠나다
김현주 지음 / 이담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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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유달리 마음이 번잡하다. 하나씩 정리하려 해도 하나를 버리면 또 하나가 생긴다. 그렇게 자꾸만 주변에 잡동사니들이 하나 둘 쌓이더니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그럴 때 드는 생각, 떠나자!

여행을 가서 좋은 건. 눈 앞에 일상이 보이지 않아서라고 했다. 해야 할 업무도, 어지러운 집도, 실랑이 벌일 사람도 없는 곳으로 떠나면 몸도 마음도 리프레쉬 될 수 있다. 여행은 그런거다.
예쁜 옷들 잔뜩 싸들고 가서 사진을 많이 남기는 것은 여행이 아니다. 떠나서 다 버리고 오는 것 그래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채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와야 한다.

작가는 스스로를 회피형이라고 했다.
사회는 회피형을 다소 못마땅해 하지만 회피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인 것을.
여행은 실제로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하루하루가 무겁고 다리 아픈 날들의 연속이다.
서른 아홉의 나이에 80일이나 유럽여행을 떠나려면 얼마나 큰 용기와 체력과 정신력과 돈이 필요한데, 젊은이도 '집에 가고 싶다' 소리를 저절로 하게 된다. 이런 일 저지를 수 있는 추진력이 멋지다.

마음껏 즐기겠다고 작정한 사람들이 제대로 즐긴다. 이것저것 생각하는 게 많으면 결국 아무것도 못한다.
나는 생각이 많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작은 베낭 하나메고 정처없이 걷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그런데 생각만 했다. 난 용기도 체력도 추진력도 부족하고 나를 내려놓고 즐길 준비도 안 되어서다.

제목만 보면 이 책은 여느 여행책처럼 여행지 소개하고 '어딜 가니 좋고, 어딜 가니 별로더라' 라고 쓰였을 줄 알았다.
그런데 실은 삶과 일상과 일상으로 부터의 도피인 여행에 대한 고찰이었다. 오롯이 적힌 마음 이야기가 내 마음같았다.
아마 대다수 현대인의 마음이겠지.
80일간의 유럽여행은 80일동안 유럽에서 마음과 생각투어를 하고 번뇌를 버리고 온 기간이리라.
유럽에 가면 제주도가 가고 싶듯, 어딘들 어떠하리. 그저 일상을 떠나 나의 민낯을 드러내고 다니는 게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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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눈을 감지 않는다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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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니나와 제이크는 부부이고
릴리와 니나는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이다.
니나는 최근 엄마가 시력이 멀어지고 암까지 생기자 엄마의 간호로 남편 제이크와 소홀해지며 두 사람은 다툼이 잦았다.

그런데 임신한 릴리가 숲으로 산책간 날, 니나의 남편 제이크를 우연히 만나고 그는 릴리를 추행하려 한다. 릴리가 그를 돌로 치고 도망친 후, 제이크는 실종되고 릴리는 매일 공포에 떨다 남편 크리스티안에게 자신이 경험한 일을 말한다.

이 이야기는 힘들게 임신한 릴리를 위해 제이크의 흔적을 지우려는 릴리, 크리스티안 부부와 실종된 남편 제이크를 찾으려는 니나의 시선에서 계속 서술된다.

독자는 그들과 함께 갑자기 실종된 제이크를 찾아다닌다.
그날엔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을까?
제이크는 살아있을까?
추리소설이 흔히 그렇듯, 일단 등장인물 모두를 의심하며 그들의 말과 행동을 살핀다. 그들 중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리고 역시나 놀라운 진실들이 드러난다.

우리는 가족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랜시간 함께 한 혈육이나 배우자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보통 그들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기에 나에게는 더 없이 좋은 사람이지만 그들이 타인에게도 나한테 대하는 것처럼 대할까?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인간이다.
내가 알고 내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
그래서 우리 속담에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 고 한 것 처럼.

뛰어난 몰입도로 끝까지 단숨에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더불어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미묘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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