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니시드
김도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이 알려주듯 누군가가 사라지는 내용이다. 정확히는 주인공의 남편, 아니, 그가 실종된 지 13년 후에 재혼했으니 전 남편이라고 해야겠다. 피를 뒤집어쓴 듯 처참한 몰골로 들어와 씻고 있는 남편을 몰래 본 아내가 남편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는 부분부터 의문이 떠올랐다. 보통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는 게 정상 아닌가, 피 묻은 흔적이 남은 옷가지는 왜 없애는 걸까, 때마침 보도되는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남편이라고 확신하는 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주인공은 남편이 남긴 일기장을 보면서 과거를 회상하기도 하고 차근차근 지금까지의 일을 복기하기도 하는데 그런 장면을 통해 이상하게 불안정하다 싶었던 주인공의 심리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알게 되니 그녀의 삶이 안타까워졌다.

남편은 출근했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앞부분부터 흥미로웠고 책장이 빨리 넘어가 재미있게 읽었다. 살인사건, 의심, 실종, 비밀 등의 강렬한 소재가 모여 스릴 넘치는 이야기가 되었다. 애정 없는 결혼 생활을 하게 된 이유, 남편이 사라진 일에 얽힌 비밀, 연관 없는 두 가족이 연결되는 과정 등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2022년, BIFF 부산 스토리 마켓 선정작이 된 이유가 납득이 간다. 근사한 스릴러 영화를 기대할 만하다. 남편이 쓴 일기의 양이 좀 많다 싶기도 했지만 영상화가 된다면 그 부분이 잘 압축되지 않을까 싶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인데 아직까지 잘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와 결혼을 하고 싶다면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인지, 주위의 기대 때문에 결혼하려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했으면 좋겠는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랑켄슈타인 윌북 클래식 호러 컬렉션
메리 셸리 지음, 이경아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이 생명을 창조할 수 있을까.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 동향을 살펴 보면 인공적으로 생명을 만드는 일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합성생물학 연구자들은 이미 사람의 세포와 유사한 인공 세포를 만든 바 있고 지금은 자율적으로 복제하는 인공 세포 제작을 목표로 연구하고 있다고 하니 언젠가는 인공생명체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며 연구자들이 마침내 생명체를 만들어 낸다면 그 존재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이를 숙고하지 않는다면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범한 잘못을 되풀이하게 될 것이므로.


소설에 나오는 피조물은 이름조차 없이 쓸쓸히 살다가 마음에 증오를 가득 품은 채 생을 마감한다. 자신을 만든 프랑켄슈타인조차 그를 '괴물'이라 부르고 멸시하니 그가 설 자리가 어디 있었을까. 지성이 있는 생명체를 버려두고 도망친 창조주라니!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싶어한 피조물이 그토록 바란 것은 있는 그대로 인정받는 것 하나였는데 왜 그렇게 외롭고 비참하게 지내야만 했을까.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고 순수하게 사람들을 동경하던 피조물이 점점 악에 받쳐 사납게 변하는 모습이 가엽고 행복을 바랐지만 그 근처에도 가지 못한 그가 안타깝다. 프랑켄슈타인이 피조물의 흉측한 모습에 기겁하지 않았다면, 곁을 지키고 보살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든다.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생명들이 떠오르기도 해서 책을 덮고 나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축가가 사랑한 최고의 건축물 - 구조에서 미학까지, 교양으로 읽는 건축물
양용기 지음 / 크레파스북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은 건축물에는 멋진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여기는 저자는 몇 가지 기준을 정해 다양한 건축물을 소개하는데 사회 변화에 영향을 준 건축물이 그 중심이 된다. 시대상과 문화 양식, 건축가의 철학이 담긴 건축물은 각각의 특징을 지녔고 그에 얽힌 이야기는 흥미를 자아낸다. 이 책에서 건축물은 자연, 도전, 구조, 미학, 클래식이라는 주제로 구분되는데 변치 않는 가치를 전하는 마지막 장이 특히 마음에 든다.

구조에서 미학까지'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내용을 읽고 있자면 건축물 탐방을 떠난 기분이 든다. 미국의 글래스 하우스에서 시작되는 여정은 독일과 체코, 대만,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를 거쳐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끝나는데 인상적인 건축물이 한둘이 아니다. 그중 반듯한 직선을 탈피한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와 브로드 박물관, 로마 건축의 부흥이라는 열망이 담긴 피렌체 대성당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한국 현대 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김중업이 정부에 의해 추방당하지 않았다면 한국의 건축은 달라졌을 것이라 아쉬워하는 문장을 보고 김중업의 생애가 어땠는지 찾아보기도 했다. 아무래도 지금과는 여러모로 다른 건축 환경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자연스러운 공간을 구상하고 평범함에 맞서는 건축가들은 지금도 다양한 구조를 시도하며 아름다움을 탐구한다. 이들은 우리가 사는 공간을 조금씩 바꾸어왔고 앞으로도 다채로운 공간으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아름다우면서 누구나 살기 좋은 공간을 기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왜 여행하는지 알려 줄까? 자연 속 탐구 쏙 5
레이나 올리비에.카렐 클레스 지음, 스테피 파드모스 그림, 박서경 옮김 / 상수리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 고양이 소나 닭 같은 동물들은 사람들 곁에 사는 동물이에요. 그런데 이런 동물들과 다르게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동물들이 있어요. 먹이를 찾거나 번식을 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 거지요. 이들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정확히 알고 수천 킬로미터, 수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왕복합니다. 너무 신기한 일이지요. 이 책에는 북극제비갈매기, 치누크연어, 크리스마스섬홍게 등 아홉 동물들의 이야기가 나와 있어요. 생동감 넘치는 그림을 보면서 한 번 감탄하고 생김새, 속도, 서식지, 먹이, 천적 등을 자세히 드러낸 글에 또 한 번 감탄했어요. 크리스마스섬홍게는 이름을 처음 들어봤는데 열대 우림에서 산다고 해요. 축축한 땅에 구멍을 파고 사는데 11월이 되면 수백만 마리의 붉은 게들이 모두 나와 바다로 기어간대요. 짝짓기가 끝나면 다시 땅속 구멍으로 되돌아가지요. 새끼 게들은 바다에서 태어나 다 자란 게들이 그래왔듯 열대 우림을 찾아 먼 길을 떠나겠지요. 4킬로미터의 거리는 크리스마스섬홍게에게 너무 먼 것 같아요. 알에서 갓 부화한 홍게 새끼들을 노리는 쥐가오리, 물고기, 고래상어 등을 다 피해 살아남아도 집을 찾아가는 길에 노랑미친개미에게 습격을 받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네요. 다른 게들은 어떤지 몰라도 크리스마스섬홍게는 20~30년을 산다고 하는데 매년 바다를 왕복하는 길에 수명을 다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아요. 목숨을 걸고 하는 여행길이겠네요.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여행자라고 불리는 동물이 있어요. 바로 북극제비갈매기인데 매년 북극에서 남극까지 날아가니 이런 호칭이 어울리죠. 매년 적어도 4만 킬로미터 이상 날아간다고 하니 정말 체력이 대단하다 싶어요. 아이와 책을 읽으며 동물들의 여행길을 따라갈 수 있어 좋았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밀리몰리맨디 이야기 6 - 멋진 모험을 해요 모든요일클래식
조이스 랭케스터 브리슬리 지음, 양혜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밀리몰리맨디와 수전, 빌리는 오늘도 함께 놉니다. 낮게 뻗은 나뭇가지 위에 올라타서 말을 타듯 펄쩍펄쩍 뛰면서 즐거워하고 있는데 진짜 말을 탄 친구가 나타나요. 아이들은 이제 가짜 말타기 놀이가 시시해졌어요. 다들 밀리몰리맨디의 집에 몰려가 조랑말을 탈 수 있게 해달라고 졸라서 짐마차를 끄는 트윙클토스는 잠시 아이들의 말이 됩니다. 삼총사는 조랑말을 번갈아 타면서 진짜 말을 타는 기쁨을 누립니다. 드넓은 벌판을 자유롭게 누비는 아이들이 떠오르네요. 처음 말을 타고서 세상을 바라보면 얼마나 신기할까요. 눈높이가 성큼 높아져 더 멀리 볼 수 있을 테고 바람은 살랑살랑 얼굴을 스치겠지요. 새로운 경험은 아이들의 마음에 차곡차곡 쌓일 거예요. 밀리몰리맨디가 사는 마을에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중에서 대장장이 러지 씨가 기억에 남아요. 항상 열심히 일하는 러지 씨는 아이들이 찾아와 말을 걸 때마다 진지한 얼굴로 대답을 해요. 전혀 귀찮아하지 않고요. 무뚝뚝해 보이지만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지요. 아이들의 비밀을 지켜주기도 하고 아이들의 동심이 깨지지 않게 배려하는 러지 씨가 정말 멋집니다. 러지 씨 덕에 이야기가 재밌어지는 부분이 많아요. 처음 읽는 분들도 러지 씨의 매력을 발견했으면 좋겠어요.


밀리몰리맨디 시리즈가 끝나서 아쉬워요. 밀리몰리맨디와 친구들 이야기가 계속 나왔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생계를 위해 그림을 그리던 작가가 종일 집 안에서 일만 하는 대신 햇살이 눈부신 시골 마을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밀리몰리맨디라는 소녀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해요. 전쟁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영국 시골에 사는 소녀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연 속에서 근심 없이 살아가는 삶을 그려볼 수 있었을 거예요. 순수한 아이들, 서로 배려하면서 우정을 나누는 아이들 이야기는 그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였고 당연히 인기를 얻었답니다. 물론 지금 읽어도 좋은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밀리몰리맨디가 사는 아담한 하얀 집, 허블 부인의 빵집과 머긴스 양의 가게가 있는 네거리, 아이들이 뛰어노는 숲이 있는 작은 마을이 계속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귀여운 삼총사도 그 모습 그대로겠지요. 한 번씩 책을 꺼내 읽으면서 시골 마을로 나들이 가고 싶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