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주주들에게 - 세계 최고 기업을 만든 CEO들의 위대한 편지
로렌스 커닝햄 엮음, 이영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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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기업을 만든 CEO들은 주주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할까. 이 책에는 워런 버핏, 제프 베이조스, 버지니아 로메티 등 성공한 CEO들의 주주 서한이 실려 있다. 그들이 1년에 한 번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은 전 세계 언론과 투자자들은 물론 경제 부처 관료들의 관심까지 받고 있는데 글 속에 경제 흐름을 보는 대표들의 혜안과 기업이 이룬 성공과 실패에 대한 분석, 앞으로의 계획 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주주 서한을 자세히 보면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가진 대표가 기업 전체를 어떻게 움직이는지, 앞으로 기업이 어떻게 성장할지 알 수 있다. 1970년 대부터 2000년 대까지 골고루 골라 배치한 주주 서한을 읽고 나니 독단적이지는 않되 주관이 뚜렷하고 임원과 직원을 아울러 이끌어나가는 역량을 갖춘 리더들의 신념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각 분야의 최고가 된 사람들은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관을 지닌 듯하다. 그들은 변하는 시대에 적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며 기업이 이룰 수 있는 성과를 한정 짓지 않는다. 오랫동안 살아남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태도가 특히 배울 만한다.


몇 달 전 동학개미의 활약상이 크게 보도되었다.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세에 맞서 주식을 대거 사들인 개인투자자들 덕에 국내 증시는 생각보다 빨리 회복될 수 있었다. 국내 시장에서 이익을 본 개인투자자들은 외국 주식으로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한동안 서학개미들의 행보가 이슈가 되었다. 증권사들은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지금도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고 이때를 놓칠세라 주식 재테크 서적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유행처럼 번지는 주식 재테크에 아무 생각 없이 발을 들이는 사람들이다. 주변 사람들이 사는 주식을 그대로 따라 사거나 환차손이나 환차익에 대한 개념을 모르는 채로 투자했다가 크게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가치보다는 현재의 가격만 보고 접근하는 방식은 지양하는 게 좋을 듯하다. 먼저 주주 서한부터 살피는 게 어떨까. 비즈니스 파트너를 대하듯 정성스럽게 쓴 글을 보면서 기업의 역량과 비전을 예측하고 믿음을 가진 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한다면 오르락내리락하는 주가에 의연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기업의 대표가 전하는 지혜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니 투자하기 전에 꼭 주주 서한을 살필 정도의 여유는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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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연대기
기에르 굴릭센 지음, 정윤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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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연대기>는 한 중년 부부가 만날 때부터 헤어질 때까지의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운명 같은 사랑이라 믿고 결혼한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현재의 아내를 놓칠 수 없어 이혼하기까지 한 '나'는 왜 또 이혼을 하려는 것일까. 책을 읽으며 사랑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둘의 사랑이 영원하리라 믿는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는 결혼은 더 가치 있다 여기기도 한다. 노력해 사랑의 결실을 맺었으니 둘 사이는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으리라 확고히 믿는다. 사랑을 하면 주인공의 말처럼 사랑하는 이에게 나의 진짜 모습과 가짜 모습을 드러낼 수 있고 모든 걸 털어놓을 수도 있다. 혼자라는 느낌은 가시고 가슴은 충만해진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랑을 꽃피울 때는 환하던 둘의 세계는 가끔씩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예기치 못한 상대의 행동에 당황하면서 다투기도 한다. 몇 년이 지나 처음의 열정이 사라지면 의심하기 시작한다. 정말 내가 알던 사람이 맞는지 그동안 줄곧 속고 있었던 건 아닌지. 보기만 해도 두근대던 마음이 그저 평온하기만 할 때 사람들은 사라진 핑크빛 필터를 찾아 헤맨다. 이대로 사랑이 스러지는 게 당연한 걸까. 대화를 좀 해보다가 잘 안 풀린다 싶으면 이혼을 하면 그만인 걸까.


'나'는 자신의 사랑을 특별한 사랑으로 간직하려 했다. 이혼을 하면서 택한 사랑이니만큼 흔한 사랑으로 전락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세기의 사랑이라 일컬어지는 사랑도 무참히 깨져버리기 일쑤인데 자신만 특별한 사랑을 한다는 게 가능할 거라 믿었던 걸까. 전처로부터 들은 저주의 말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의 가슴속에 자리 잡았던 것은 아닐까. 그도 자신처럼 똑같이 버림받기를 바란다고, 그렇게 되길 간절히 기도하겠다는 말이. 그는 영원히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기 위해 다소 특이한 방법을 선택했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만나는 상상을 하며 즐거워하고 아내에게 다른 사람을 만나라 부추겼다. 그렇게 되더라도 자신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을 거라 확신했기 때문인데 과연 아내도 똑같은 생각을 했을까. 서로의 자유를 존중하겠다는 마음이 엇나가기 시작하면서부터 둘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된다. 주인공이 그랬듯 평범한 결혼 생활을 하찮게 보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이를 유지하는 데는 두 사람의 노력과 무한한 책임이 필요한데도 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지속되는 결혼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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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헤어지는 방법
이은정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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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의 소설을 읽으면서 불쾌한 인물을 많이 만났다. 도무지 정감 가지 않는 사람들이 상처를 주고받는다. 누구는 일방적으로 상대를 힘들게 하고 누구는 소심하게 반격한다. 어떤 이는 자신은 돌보지 않은 채 상대에게 모든 걸 내어준다. 각 소설에는 다양한 관계가 나오지만 중심이 되는 관계는 가족이다. 가장 가까운 관계이면서 서로를 함부로 대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무겁다. 사랑하며 아끼고 살아도 갈등이 생기는데 이토록 상처를 내지 못해 안달한다면 마음이 남아날 수 있을까. 술만 마시면 괴물이 되는 아빠, 엄마를 때리는 아빠, 자녀를 방치하는 엄마, 사고만 치는 오빠, 장남에게 목매는 엄마, 오빠에게 생활비를 의지하는 동생, 딸에게 집안의 어려움을 떠넘기는 엄마, 돈이 생기는 족족 가족에게 가져다주는 가난한 딸이 각 소설에 골고루 등장한다. 가족 안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뚜렷이 나뉘는데 꼭 한 명은 희생양이 된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외면하지 못하는 사람이 모든 고난을 짊어지게 되는데 남이 보면 답답하다 할 만하지만 본인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일 테다. 내가 아니면 부모가, 형제가 잘못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첫 번째 소설인 <잘못한 사람들>을 보면서 범죄를 저질러 놓고 뻔뻔하게 행동하는 세호가 '나'에게 무슨 짓을 할 것 같아 불안하면서도 친구에게 휘둘리는 '나'의 우유부단함에 속이 탔다. 거절을 못 하는 사람은 쉽게 이용당한다. 이런 이에게는 좋은 마음으로든 나쁜 마음으로든 부탁하는 사람이 계속 생기게 마련인데 당사자는 자신의 일상이 힘들어지지만 차마 거절하지 못해 버티기만 한다. <그믐밤 세 남자>에 나오는 '나'의 아버지가 그런 인물이었고 '나' 또한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만만한 사람 취급을 받을 만큼 순하다. 사람이 좋다는 말은 이제 칭찬이라고 볼 수 없을 듯하다. '만만하다'라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 <피자를 시키지 않았더라면>의 아내는 남편에게는 강한 사람이었지만 자신의 가족에게는 만만한 사람이었고 <엄 대리>의 주인공인 엄 대리 또한 그랬다. 결혼을 하고도 벗어날 수 없는 돌봄이란 얼마나 무거운 것일까. '가족이니까'라는 말의 무거움, 아니 무서움을 잘 드러낸 이야기들이 아닌가 한다. 그럼에도 마냥 어둡게만 끝나지 않아 다행이라 해야 할까. 희미한 희망을 보이는 이야기가 몇 편 있어 그것만으로도 괜찮다 싶다.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소설집은 각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서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불혹에 작가가 되었다는 저자의 글솜씨가 대단하다 싶다. 다음에는 조금은 더 밝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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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송 4 - 오로라, 블러드 메리
아나이 지음, 박영란.주은주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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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성메이와 관쥐얼, 추잉잉은 룸메이트이고 앤디와 취샤오샤오는 각각 다른 호실에 살고 있다. 가족환경, 학벌, 재력이 제각각인 인물들은 밖에서라면 접점이 없어 만나기 힘들었을 텐데 같은 아파트 주민으로 만났기 때문에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때로는 가족처럼, 친구처럼 어울리면서 아픔과 기쁨을 나누고 있으니 인연이라 할 만하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떤 사람과 연애를 하는지 들여다보며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면서 중국의 문화와 그 나라 청년들의 삶을 조금 느껴볼 수 있었다. 서로 어려움을 나누면서 서로를 아끼는 등장인물들이 싸우고 화해하는 모습이 친근하기도 했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사회 초년생들은 일에 익숙해지기까지 힘든 시기를 거치고 미래를 향해 힘들게 걸어가는구나 새삼 느꼈다.


중국 소설을 많이 접해보지는 못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20년 전쯤 한국에서 남아를 선호하는 분위기를 떠올리게 되었다. 딸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정작 능력 없는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사장들이라든지 아들과 딸을 차별하는 평범한 부모들을 보며 중국도 한국이 지나온 시대를 겪어나가는구나 싶었다. 애인에게 지나치게 의지하는 여성들의 모습이나 '여자의 적은 여자', '여자 상사가 화근'이라는 말이 직장 생활 백서에 있다고 말하는 남성들의 모습은 여성을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하던 한국 사회를 그대로 비춰준다. 서른 넘은 여자가 자신감이 넘친다며 감탄하는 앤디 애인의 속마음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시대 소설을 볼 때는 과거에 성차별이 심했으니 성차별적 표현은 그냥 그러려니 하는데 현재를 그린 소설에서 이런 표현이 나오면 이제 어색하다. 십 년쯤 지나면 중국 사회도 많이 변할 거라 본다. 그때는 위화감 없이 소설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이런 부분만 빼면 정신없이 일어나는 일들을 꽤 재밌게 감상할 수 있으니 다음 권을 기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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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송 3 - 선라이즈, 블루 하와이
아나이 지음, 주은주 외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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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송>은 등장인물 5명이 사는 아파트의 이름이기도 하고 베토벤의 교향곡 '합창'에 나오는 '환희의 송가'를 뜻하기도 하는 말이다. 같은 아파트 22층에 살면서 친하게 지내는 주인공들이 우정을 나누면서 삶을 공유하는 이야기는 드라마로 만들어져 굉장한 인기를 끌었는데 젊은 직장인들이 특히 좋아해 퇴근시간을 앞당긴 드라마로도 불렸다고 한다. 과거에 국민드라마라고 불린 한국 드라마만큼이나 인기가 있었다고 보면 될까. 이 책에는 성격과 사고방식이 모두 다른 여성들이 나와 누군가에게는 감정 이입을 하게 된다. 3권부터 읽기 시작했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이성적이고 똑똑한 앤디, 조용하고 주관이 뚜렷한 관쥐얼, 단순하고 쉽게 사랑에 빠지는 추잉잉, 자존심과 체면을 중시하는 판성메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취샤오샤오는 서로의 의논 상대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질투하고 싸우기도 한다. 여러 명이 모이면 일어나기 마련인 소란스러운 일들이 읽는 재미를 준다.


뉴욕에서 살다가 중국에 돌아와서 일을 하고 있는 똑똑한 앤디가 예상치 못하게 사랑에 빠지고 유산 상속 문제에 휘말리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어릴 때 버림받아 상처가 있는 앤디가 평탄한 길을 걸어가면 좋을 텐데 밝히기 싫은 과거는 자꾸 발목을 잡고 연인의 어머니는 지나친 관심을 보이다 못해 간섭을 하기 시작하니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을 듯하다. 판성메이는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었는데 애인을 자신의 희망으로 삼는 모습이 특히 그랬다. 능력없는 부모와 사고를 치고 뒷수습을 떠넘기는 오빠를 가족으로 두어 마음 편할 날 없는 그녀가 안됐지만 자신의 가족 일을 두고 애인에게 해결책을 찾으라 닦달하고 자신의 평탄한 미래를 위해 애인에게 성공을 강요하는 모습이 뻔뻔해 보였다고나 할까. 이 둘이 앞으로 어떻게 삶을 꾸려 갈지 궁금하다. 다음 권에서는 판성메이가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하는 모습을 기대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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