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락송 4 - 오로라, 블러드 메리
아나이 지음, 박영란.주은주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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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성메이와 관쥐얼, 추잉잉은 룸메이트이고 앤디와 취샤오샤오는 각각 다른 호실에 살고 있다. 가족환경, 학벌, 재력이 제각각인 인물들은 밖에서라면 접점이 없어 만나기 힘들었을 텐데 같은 아파트 주민으로 만났기 때문에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때로는 가족처럼, 친구처럼 어울리면서 아픔과 기쁨을 나누고 있으니 인연이라 할 만하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떤 사람과 연애를 하는지 들여다보며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면서 중국의 문화와 그 나라 청년들의 삶을 조금 느껴볼 수 있었다. 서로 어려움을 나누면서 서로를 아끼는 등장인물들이 싸우고 화해하는 모습이 친근하기도 했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사회 초년생들은 일에 익숙해지기까지 힘든 시기를 거치고 미래를 향해 힘들게 걸어가는구나 새삼 느꼈다.


중국 소설을 많이 접해보지는 못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20년 전쯤 한국에서 남아를 선호하는 분위기를 떠올리게 되었다. 딸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정작 능력 없는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사장들이라든지 아들과 딸을 차별하는 평범한 부모들을 보며 중국도 한국이 지나온 시대를 겪어나가는구나 싶었다. 애인에게 지나치게 의지하는 여성들의 모습이나 '여자의 적은 여자', '여자 상사가 화근'이라는 말이 직장 생활 백서에 있다고 말하는 남성들의 모습은 여성을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하던 한국 사회를 그대로 비춰준다. 서른 넘은 여자가 자신감이 넘친다며 감탄하는 앤디 애인의 속마음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시대 소설을 볼 때는 과거에 성차별이 심했으니 성차별적 표현은 그냥 그러려니 하는데 현재를 그린 소설에서 이런 표현이 나오면 이제 어색하다. 십 년쯤 지나면 중국 사회도 많이 변할 거라 본다. 그때는 위화감 없이 소설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이런 부분만 빼면 정신없이 일어나는 일들을 꽤 재밌게 감상할 수 있으니 다음 권을 기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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