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연대기
기에르 굴릭센 지음, 정윤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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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연대기>는 한 중년 부부가 만날 때부터 헤어질 때까지의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운명 같은 사랑이라 믿고 결혼한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현재의 아내를 놓칠 수 없어 이혼하기까지 한 '나'는 왜 또 이혼을 하려는 것일까. 책을 읽으며 사랑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둘의 사랑이 영원하리라 믿는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는 결혼은 더 가치 있다 여기기도 한다. 노력해 사랑의 결실을 맺었으니 둘 사이는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으리라 확고히 믿는다. 사랑을 하면 주인공의 말처럼 사랑하는 이에게 나의 진짜 모습과 가짜 모습을 드러낼 수 있고 모든 걸 털어놓을 수도 있다. 혼자라는 느낌은 가시고 가슴은 충만해진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랑을 꽃피울 때는 환하던 둘의 세계는 가끔씩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예기치 못한 상대의 행동에 당황하면서 다투기도 한다. 몇 년이 지나 처음의 열정이 사라지면 의심하기 시작한다. 정말 내가 알던 사람이 맞는지 그동안 줄곧 속고 있었던 건 아닌지. 보기만 해도 두근대던 마음이 그저 평온하기만 할 때 사람들은 사라진 핑크빛 필터를 찾아 헤맨다. 이대로 사랑이 스러지는 게 당연한 걸까. 대화를 좀 해보다가 잘 안 풀린다 싶으면 이혼을 하면 그만인 걸까.


'나'는 자신의 사랑을 특별한 사랑으로 간직하려 했다. 이혼을 하면서 택한 사랑이니만큼 흔한 사랑으로 전락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세기의 사랑이라 일컬어지는 사랑도 무참히 깨져버리기 일쑤인데 자신만 특별한 사랑을 한다는 게 가능할 거라 믿었던 걸까. 전처로부터 들은 저주의 말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의 가슴속에 자리 잡았던 것은 아닐까. 그도 자신처럼 똑같이 버림받기를 바란다고, 그렇게 되길 간절히 기도하겠다는 말이. 그는 영원히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기 위해 다소 특이한 방법을 선택했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만나는 상상을 하며 즐거워하고 아내에게 다른 사람을 만나라 부추겼다. 그렇게 되더라도 자신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을 거라 확신했기 때문인데 과연 아내도 똑같은 생각을 했을까. 서로의 자유를 존중하겠다는 마음이 엇나가기 시작하면서부터 둘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된다. 주인공이 그랬듯 평범한 결혼 생활을 하찮게 보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이를 유지하는 데는 두 사람의 노력과 무한한 책임이 필요한데도 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지속되는 결혼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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