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한 곤충도감 - 150여 종 이유가 있어서 살아남았습니다
이즈모리 요 그림, 곽범신 옮김, 스다 겐지 외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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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이 공룡보다 먼저 생겨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여러 번의 대멸종을 겪고도 살아남은 곤충들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살아가고 있지요. 길만 나서면 볼 수 있는 개미도, 팔랑팔랑 날아가는 나비도 몸집은 작지만 생존하기 위해 적응과 진화를 되풀이한 곤충입니다. 지구에 서식하는 모든 동물의 4분의 3을 차지할 정도로 수가 많은 곤충은 다양한 능력과 재주를 갖추고 있으니 아마도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은 작은 곤충의 생활 방식을 설명하면서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능력을 소개하고 있어요. 곤충이 작아서 별 것 아니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결코 약하지 않은 모습에 놀랄 수도 있겠어요. 곤충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라면 그 매력에 더 빠져들 테고요.


다정한 아빠이자 과감한 사냥꾼인 물장군, 눈을 깜빡이는 속도보다 빨리 방향을 바꾸는 집파리, 완벽하게 나뭇잎으로 변신하는 큰나뭇잎벌레, 온순한 편이지만 싸워야 할 때는 나서는 헤라클레스장수투구벌레 등 자기만의 재주를 가진 곤충들에게 점점 더 관심이 가네요. 그렇지만 맹독을 지녀 모두에게 두려움을 사는 붉은불개미는 좀 무섭네요. 남아메리카에 살던 붉은불개미가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확산되는 추세라고 하니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100만 종에 달하는 곤충의 수가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했는데 해마다 새로운 종이 꾸준히 발견된다고 하니 곤충의 종류를 샅샅이 알고자 하는 건 무리일 수도 있겠어요. 일단 발견된 곤충 중 친숙한 곤충들의 특징을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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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행복 수업
제이미 셸먼 지음, 박진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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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고양이들과 살아온 저자가 고양이를 보며 느낀 점을 담은 책이다.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편하게 건네는 말이 가슴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다양한 고양이 그림이 글과 잘 어우러져 책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글씨가 많지 않아 정말 쉬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은데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걸린다. 무심한 표정으로 사뿐사뿐 걷는 고양이는 얼마나 우아한지. 저렇게 아무것에도 관심 없는 양 도도하게 세상을 내려다보며 잠시 살면 좋겠다 싶다. 모든 관계를 다 떠나 혼자 살 수는 없으니 잠깐 고양이를 떠올리며 마음을 가다듬어도 괜찮을 듯하다. 나른할 때면 몸을 쭉 펴 볼까. 일에 지칠 때면 편한 자세로 낮잠도 자고. 온갖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귀를 닫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겨도 보자. 고양이처럼.


살다 보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거창한 행복보다 틈틈이 맞이하는 행복이 삶을 밝은 쪽으로 이끌어준다는 것. 해야 할 일은 열심히 하되 번아웃에 빠질 정도로 몰두하지는 말 것.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되 고립을 자초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도. 행복이 어디 멀리 있던가.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지만 손 뻗을 생각을 못 하는 것뿐이다. 여러 가지 일이 많아 힘들 때도, 아무 일이 없어 무미건조할 때도 삶이 별 재미가 없다. 특히 반복되는 하루가 지겨워질 때는 더하다. 그럴 때면 저자가 한 말을 생각해야겠다. 오늘이 내 생애 최고의 날인지 모른다고.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 언젠가는 가장 잡고 싶은 시간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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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오브 걸스 - 강렬하고 관능적인, 결국엔 거대한 사랑 이야기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아리(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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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황찬란한 불빛이 거리를 수놓는 1940년의 뉴욕, 지루하기만 한 비비안 모리스의 삶은 전에 없던 활기로 가득 찬다. 조용한 마을에서 온 비비안의 눈에는 별천지가 따로 없다. 비비안은 고모인 페그가 운영하는 극장에 짐을 풀고 갑작스레 닥친 자유를 신나게 만끽한다. 열정적이고 제멋대로인 배우와 작가, 쇼걸들을 만나 이들의 자유분방함을 그대로 받아들인 열아홉 소녀는 자신이 몰랐던 밤의 세계에 삽시간에 녹아들며 술과 담배, 그리고 사랑에 빠진다.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칠 때까지. 이 소설은 아흔을 바라보는 비비안이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활기찬 뉴욕에 발을 디딘 소녀가 위기에 빠진 뒤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 찬찬히 그려나가는데 그 시절을 관통하는 역사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풀어놓아서 그 시대를 또렷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화려한 삶도 잠시, 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난 뒤에 삶을 보전하는 일만으로도 벅찼던 시기를 거쳐 자신이 잘 하는 일을 찾아 평생을 보낸 비비안.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평생 잊지 못할 사랑까지 간직하게 된 그녀에게 듣는 이야기는 밝으면서도 슬프고 아름답지만 쓸쓸했다. 대개 모든 이의 삶이 그렇듯이. 그녀가 말한 것처럼 살면서 '비밀과 부끄러움과 슬픔과 상처'를 안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은 계속된다. 지나간 일은 뒤로하고 또 하루를 살아가야만 한다. 전쟁에 휩쓸린 모두가 처참한 기억을 안고도 사회를 재건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삶을 이어나갔듯이. 여든, 아흔, 그보다 더 나이를 먹었을 때 인생을 돌아보면 무엇이 떠오를까. 그 모든 힘듦 속에서도 값진 기억이 있었노라고 담담히 이야기할 수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겠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면 더 좋겠지. 젊을 때의 실수를 인정하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기억을 간직하면서 조용히 나이 들고 싶다. 비비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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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시에 꽂혀서는 텍스트T 2
정연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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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잃은 겸이는 행복하게 살기를 원치 않는다. 엄마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아서이다. 늘 마음을 억누르며 누구에게도 곁을 주지 않는다. 밖으로만 돌던 아빠는 엄마가 죽은 후에야 겸이와 살기 시작하지만 그의 마음에는 원망뿐이다. 필요할 때 자리에 없었던 사람, 암 투병하는 엄마의 곁도 지키지 않은 무책임한 사람이 이제 와서 아빠 노릇이라도 하려는 건가 싶어 화가 난다. 엄마와 쌓은 추억이 가득한 집을 뒤로하고 아빠의 고향에서 살게 된 겸이는 너무나 외롭다. 마을에 있는 숲에서만 마음이 편해지는 아이는 계속 혼자만의 공간에 머물게 될까.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마음의 문을 닫은 소년이 서서히 회복되는 모습에 눈물이 맺혀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몇 번이나 쉬었는지 모르겠다. 우연히 손에 넣은 시집을 읽으며 점점 시에 빠져드는 겸이에게 왜 그렇게 감정이입이 되던지. 중간중간 나오는 시는 아이의 마음을 흔들고 울게 하고 찌꺼기를 배출하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여러 시를 보며 엄마 생각을 했다. 겸이가 그랬던 것처럼. 시를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감정을 표현하는 겸이가 대견했다. 울창한 숲에 매료된 아이가 숨을 쉬게 한다는 의미로 숲에 숨숲이라는 이름을 지어줄 때는 언젠가 가슴이 평온해지겠구나 싶기도 했고.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갈까. 책을 덮고 나니 톨스토이가 쓴 작품 제목이 절로 떠오른다. 많고 많은 것 중에 결국은 사랑이겠지. 소년은 엄마의 사랑을 영원히 간직하며 살 것이다. 한없는 사랑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인생을 고비를 무사히 넘어갈 수 있으리라. 아빠의 비밀을 알게 된 아이는 그의 행동을 금방 용서하지는 못할지라도 서서히 대화를 할 정도로는 지낼 수 있을 거라 짐작한다. 아픔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에게나 사정이 있고 아픔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까지 아프게 해서야 될까. 자신의 아픔이 너무 커 가족의 아픔을 들여다볼 생각을 못 했다는 아빠의 고백은 그래서 비겁하게 들렸다. 아내를 잃고서야 자신의 잘못을 자각한 그는 이제서야 어른이 될 듯하다.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기에 현재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잊지 말았으면 한다. 겸이의 아픔을 없애지는 못하겠지만 더 이상 상처를 주는 존재는 되지 않기를. 각자의 자리에서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잃어버린 말을 나눌 부자의 모습도, 활력을 내뿜으며 손을 내민 은혜와 끈끈한 우정을 나눌 겸이의 모습도 기대가 된다. 마음속 단단한 껍질을 깬 아이가 날개를 펼쳐 날아갈 곳은 어디일까. 그곳이 어디든 이제 외롭지 않을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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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탐정 레베카 5 : 수상한 마을의 미스터리 아홉 살 탐정 레베카 5
PJ 라이언 지음, 토리아트 그림, 김경희 옮김 / 제제의숲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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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가 나오는 책이 벌써 다섯 권이나 출판됐네요. 궁금한 건 못 참는 활달한 레베카, 부드러운 성격의 마우스가 함께 하는 이야기는 언제 봐도 웃음이 납니다. 이번에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에 의문을 품은 레베카가 상상을 거듭하면서 충격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모든 일은 어른들이 레베카를 슬슬 피하면서부터 일어나게 되지요.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가게와 관공서를 단장하느라 바쁩니다. 마을 대청소라도 하는 걸까요. 그런데 다들 레베카를 피합니다. 다가가면 말을 멈추고, 질문을 하면 바쁘다고 하고, 단념하고 돌아서면 어른들끼리 뭔가를 속닥입니다. 레베카는 자신이 알면 안 되는 일을 어른들이 감추고 있는 것 같아 도무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동네 어른들뿐일까요. 부모님마저 자신에게 뭔가를 숨기는데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모두 알고 있는 소식통, 베벌리 바조차 짐작하지 못하는 일이라니! 도대체 마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절친한 친구 마우스와 함께 마을의 비밀을 풀어 가는 레베카가 씩씩하게 추리를 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드러내는 걸 보면서 아이는 어른이 보기에는 사소한 일에 무서워할 수도, 불안해할 수도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나쁜 마음을 가지고 숨기는 게 아니라 할지라도 아이는 쉽게 오해하고 상처받을 수 있지요.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레베카의 부모만큼은 다른 반응을 보였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비밀을 엄수하기로 약속했다면 덮어놓고 감추기보다는 언제가 되면 마을의 비밀이 풀릴 거라는 암시를 준다든가 하는 방식으로요. 다른 아이들보다 호기심 많은 레베카는 숨기면 숨길수록 비밀을 파헤치려고 할 테니까요. 아무튼 레베카가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야기가 끝이 나 다행입니다. 이제 마을을 벗어나 다른 곳에서도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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