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99%는 피드백이다 - 하버드 협상연구소에서 알려주는 대화의 기술
더글러스 스톤 외 지음, 김현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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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나 후배에게 적절히 피드백 하는 방법을 다룬 책은 많이 봤는데 피드백을 받는 기술을 제안하는 내용은 본 적이 없어 이 책을 읽고 신선하다 느꼈다. 피드백은 업무를 처리할 때뿐 아니라 일상생활 전반에서 수시로 받는 것들이다. 어떤 옷이 내게 더 어울린다든지, 육아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든지, 말투가 어눌하니 고칠 필요가 있음을 알려주는 주변인의 제안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어떤 피드백은 진실을 담고 있으나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은 고려하지 않는 반면 어떤 것은 기분 나쁘지 않고 유쾌하기도 하다. 한데 문제는 상당수가 피드백 앞에서 허둥대고 불쾌해지는 경험을 한다는 데 있다. 다른 이의 조언 혹은 제안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도 하지만 감정이 상해 더 이상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을 함께 지은 저자들은 피드백을 제공하는 이와 받는 이가 모두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에 집중한다. 누구나 피드백을 주는 입장이 될 수 있고 반대로 피드백을 받는 입장에 설 수 있음을 알리며 피드백을 통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교훈을 스스로 찾아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글을 읽으며 피드백을 받고 감정적으로 대응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이유로 회피한다고 해서 나아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건만. 책 속에는 학습과 개선의 욕구를 갖고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지고 존경받고 싶다는 욕구를 갖고 있는 일반인들이 피드백 앞에서 보이는 다양한 반응이 실감 나게 묘사되어 있다. 아마도 이 내용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앞으로도 무수한 피드백을 받고 살아야 하는 우리는 피드백을 받는 기술을 익힐 필요가 있다. 상대의 피드백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대목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비난을 받을 때 울기도 하고 수다를 떨기도 하고 조용해지기도 하며 겉으로만 동의하기도 한다. 모두의 반응은 다른데 이런 행동을 '피드백 발자국'이라 한다고 하니 자신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알면 좋을 것 같다. 대화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반응을 통제하고 상대의 정보를 활용할지 그렇지 않을지 결정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어떤 교훈을 얻을지까지 정할 수 있다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혼란을 초래하거나 기를 죽이는 다양한 피드백 앞에서 당황하거나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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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는 곳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미숙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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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데 독서만한 게 있을까. 저자는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독서를 강조하며 어떤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설명한다. 책 읽는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는 깊이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저자의 말 중에 깊은 인식은 모든 분야로 연결되며 감정이 움직이면 사고도 깊어진다는 말에 동의한다. 책을 읽으며 인물의 상황을 떠올리거나 그가 딛고 선 세상을 상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등장인물에 자신을 대입해 본다거나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다 보면 내용에 빠져들게 된다. 수많은 등장인물 중 한 명 정도는 자신과 닮은 점이 있게 마련이므로 그중 누군가를 친근히 여기기 시작한다면 꼭 이야기의 중심이 아니더라도 주변인물이 된 느낌으로 이야기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이는 소설이나 에세이에 한정되지 않는다. 과학이나 문화를 담은 책 내용에도 충분히 흠뻑 빠져들 수 있는데 정보를 얻겠다는 생각보다는 새로움을 느끼며 즐거워하는 마음이 있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몇백 년 전 사람들이 어떤 집에서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음식을 먹으며 살았는지 알려주는 책을 읽으며 그 시대에 사는 자신을 상상한다든지 현 시대를 사는 대학생들이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살피며 자신이 학교를 다닐 때는 어땠는지 반추하며 책을 쓴 이의 마음을 짐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떤 나라를 일 년 동안 여행한 사람의 책을 읽으며 실제로는 가본 적 없지만 글쓴이의 시선으로 그가 본 풍경을 그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미 충분한 상상력이 있지 않은가. 어릴 때부터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독서를 하다 마음에 들어와 박힌 어느 한 구절이 촉매제가 되어 지은이가 바라본 사물과 사람들을 그보다 더 생생하게 바라볼 수도 있으니 간접 경험이란 때때로 실제보다 찬란한 장면을 가슴에 새기기도 한다. 어떤 책을 읽든 얻을 만한 거리는 있다. 책이 마음에 들면 그것대로, 또 마음에 안 들더라도 저자에게 '딴지'를 걸거나 '훈수'를 두면서 즐거운 시간으로 바꿀 수 있으니 쓸모없는 책이란 없다고 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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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당신을 배신하지 않는다 - 어지러운 마음을 잡아줄 고전 한 줄의 힘
조윤제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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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지나다 문득 고개를 드니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햇살이 눈부시다. 따사롭던 느낌은 온데간데없이 뜨겁기까지 하다. 여름이다. 그늘이 반가운 계절이 돌아왔구나. 이제 밤은 천천히 다가올 것이다. 길어진 낮 덕에 느지막이 산책할 수 있겠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변한다. 매일 똑같아 보이지만 같은 날은 하나도 없다. 날씨뿐인가. 날씨를 받아들이는 마음도 같은 날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날씨가 좋아 웃을 때도, 날씨가 궂지만 웃을 때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허다하다. 마음 상태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이 달라진다. 내가 행복하면 세상도 행복해 보이고 내가 불행하면 세상은 살만하지 못한 곳이 된다. 마음을 흔들리지 않게 잡을 수 있다면 어떨까. 분명 세상은 편안한 곳이 되지 않을까.


헤라클레이토스는 변하지 않는 것은 오직 변한다는 사실뿐이라고 했다. 강물은 끊임없이 흐른다. 멀리서 보면 알 수 없지만 강에 발을 담그고 있다면 흐르는 강물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인생도 그러하다. 멈추는 법 없이 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인지하든 못하든 변하고 있다. 때문에 죽을 때까지 세상과 나 자신을 알고자 노력해야 한다. 배움에는 끝이 없고 신기하게도 배울수록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고전은 당신을 배신하지 않는다>를 쓴 저자는 고전 속에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옛것을 배우면서 몰랐던 사실들을 더 잘 알게 된다는 것이다. 책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라고 한 카프카의 말을 인용하면서 날마다 자신을 변화시키라고도 한다.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가볍게 고전을 만나보자. 날마다 새롭게 변할 때 더 넓은 세상으로 우리를 이끌 삶을 기대하며. 고전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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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축구공 위에 있어 - 축구가 바꾼 경제·역사·문화 이야기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19
장지원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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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골인입니다!" 전반전 막바지에 축구공이 골문 안으로 쏙 들어간다. 해설자의 감탄사가 들리기도 전에 사람들은 일어나 환호한다. 골네트가 흔들리면 사람들의 마음도 들썩인다. 공을 차며 달리는 선수들이 서로에게 패스하며 한 몸처럼 움직이는 장면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막상막하로 경기하다가도 언제든 상대의 역전골을 경험할 수 있기에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선수들은 마음을 놓지 못한다. 팬들 또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경기 내내 작은 축구공에 시선을 붙박은 관중들은 축구공이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릴 때마다 입을 벌리고 바라본다. 축구 경기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경기만 본 사람은 없다. 누구든 일단 보기 시작하면 축구에 빠져버린다. 너무 과장이 심한가. 그만큼 역동적이면서 매력적인 운동이라는 얘기다. 공 하나에 울고 웃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한 책을 읽으면서 가슴 뜨거웠던 축구 경기를 떠올렸다. 기적과도 같은 골인 장면은 십 년이 지나도 생생하다. 직접 뛰지 않아도 경기에 빠져들 수 있으니 좋지 아니한가.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순간만큼은 누구나 열두 번째 선수가 된다.


까마득한 옛날부터 공을 차며 놀던 사람들은 점점 규칙을 발달시켜 오늘날의 축구를 만들어냈다. 전 세계에서 오랫동안 꾸준히 인기를 얻은 축구는 역사의 일부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에 축구와 비슷한 공놀이를 즐겼다는 내용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고구려, 백제, 신라 곳곳에서 사람들이 축국, 농주, 격주와 같은 공놀이를 했고 이는 통일신라, 고려 시대까지도 이어졌는데 조선시대에 성리학이 들어오면서 그 맥이 끊기다시피 했다는 대목에서 안타까웠다. 놀이를 천시하지만 않았더라도 우리나라가 축구 강국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점잔 빼는 선비들만 대우받던 시기가 안타깝지만 뭐 어쩌겠는가. 운동의 중요성을 아는 우리 현대인들이나 열심히 운동을 하는 수밖에. 축구선수가 된 기분으로 공을 차다 보면 스트레스는 어디론가로 날아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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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지킴이 레이첼 카슨 - 레이첼 이모와 함께한 밤 바닷가 산책길 지구를 살리는 그림책 10
데버러 와일즈 지음, 대니얼 미야레스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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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 있는 오두막집에 밤이 찾아왔습니다. 로지는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됐지만 폭풍우가 몰아치면서 내는 소리에 겁에 질렸습니다. 레이첼 이모가 옆에 있지만 무서움은 가시지 않지요. 로지가 무섭지 않은 척하며 일부러 장난을 치지만 이모가 아이의 마음을 모를 리 없지요. 심장이 튀어나올 듯 쿵쿵거려 어찌할 바 모르는 로지를 보며 이모는 산책을 가자고 합니다. 비바람이 잦아든 숲속에서 로지는 무엇을 보게 될까요. 이 책은 생태학자가 쓴 이야기라 그런지 자연의 경이로움이 잘 나타나 있어요. 우리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자연현상 속에서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 때가 있지요. 자연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만하던 마음이 어느새 사그라들 만큼이요. 아이의 눈에 비친 자연을 섬세하게 표현한 이야기는 자연의 일부인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다정하게 보여줍니다.


비가 그친 밤, 숲속을 지나 바닷가로 나가는 길에서 로지는 작은 생물들을 만납니다. 달빛 아래 드러난 식물들은 빗방울을 떨어뜨린 채 가만히 서있네요. 폭풍우 속에서 정신없이 흔들렸으니 이제 휴식을 취하는 걸까요. 로지는 부엉이가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를 들으며 앞으로 나아가다가 개구리와 귀뚜라미의 노래에 멋지게 화답합니다. 서서히 기분이 풀리는 듯하네요. 신비롭게 빛나는 바다를 보는 로지의 마음에는 이제 두려움이 자리 잡을 공간이 없습니다. 지친 반딧불이를 구하고 뿌듯해하는 로지는 반딧불이가 길을 잃고 두려웠을 마음까지 헤아려 봅니다. 자신이 부정했던 감정을 인정하기 시작한 로지는 건강한 마음을 가진 아이로 성장하지 않을까요. 고즈넉한 풍경이 절로 떠오르게 하는 멋진 이야기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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