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는 곳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미숙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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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데 독서만한 게 있을까. 저자는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독서를 강조하며 어떤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설명한다. 책 읽는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는 깊이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저자의 말 중에 깊은 인식은 모든 분야로 연결되며 감정이 움직이면 사고도 깊어진다는 말에 동의한다. 책을 읽으며 인물의 상황을 떠올리거나 그가 딛고 선 세상을 상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등장인물에 자신을 대입해 본다거나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다 보면 내용에 빠져들게 된다. 수많은 등장인물 중 한 명 정도는 자신과 닮은 점이 있게 마련이므로 그중 누군가를 친근히 여기기 시작한다면 꼭 이야기의 중심이 아니더라도 주변인물이 된 느낌으로 이야기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이는 소설이나 에세이에 한정되지 않는다. 과학이나 문화를 담은 책 내용에도 충분히 흠뻑 빠져들 수 있는데 정보를 얻겠다는 생각보다는 새로움을 느끼며 즐거워하는 마음이 있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몇백 년 전 사람들이 어떤 집에서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음식을 먹으며 살았는지 알려주는 책을 읽으며 그 시대에 사는 자신을 상상한다든지 현 시대를 사는 대학생들이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살피며 자신이 학교를 다닐 때는 어땠는지 반추하며 책을 쓴 이의 마음을 짐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떤 나라를 일 년 동안 여행한 사람의 책을 읽으며 실제로는 가본 적 없지만 글쓴이의 시선으로 그가 본 풍경을 그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미 충분한 상상력이 있지 않은가. 어릴 때부터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독서를 하다 마음에 들어와 박힌 어느 한 구절이 촉매제가 되어 지은이가 바라본 사물과 사람들을 그보다 더 생생하게 바라볼 수도 있으니 간접 경험이란 때때로 실제보다 찬란한 장면을 가슴에 새기기도 한다. 어떤 책을 읽든 얻을 만한 거리는 있다. 책이 마음에 들면 그것대로, 또 마음에 안 들더라도 저자에게 '딴지'를 걸거나 '훈수'를 두면서 즐거운 시간으로 바꿀 수 있으니 쓸모없는 책이란 없다고 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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