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마을 파랑마을 키즈돔그림책 2
예르카 레브로비치 지음, 이바나 삐빨 그림, 신주영 옮김 / KIZDOM(키즈돔)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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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중학생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라이벌 관계였던 가수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각각 그룹을 나누어 몰려다니곤 했습니다. 그런데 가끔 두 그룹 간에 말다툼이 일어날 때가 있었습니다. 연예인에 대한 보도가 사실이냐 아니냐를 두고 벌어진 일이었는데 그 외에도 사소한 일로 시비를 거는 모습이 종종 보였었지요. 다른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닌데 왜 저렇게 서로를 배척할까 싶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사춘기때 겪는 선망의 대상에 대한 설렘, 또래그룹에 대한 소속감이 조금 지나쳤쳤던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강을 사이에 둔 노랑마을과 파랑마을 사람들도 그때의 친구들처럼 서로를 못마땅해합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습니다. 마을을 연결하는 다리를 어떤 색으로 칠할 것인지를 정하면서 문제가 생긴 거지요. 결국 다리의 반은 파란색으로, 나머지 반은 노란색으로 칠하게 됐지만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불만이 가득 차게 됩니다. 두 마을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를 냉대하고 왕래를 끊어버립니다. 노란 옷을 입은 청년이 파란마을에 있는 연인을 만나러 갔다가 손가락질을 당하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로미오와 줄리엣'이 탄생했구나 하고 탄식했습니다. 사람들에게는 오직 '색깔'이 중요해져 버렸습니다.

다른 생각을 인정하지 못한 결과는 참담합니다. 처음에는 양보할 생각이 없더라도 노력은 해야하지 않을까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눈돌리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다양한 사고가 다채로운 세상을 만든다는 것을 우리는 때때로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두 마을 사람들도 결국에는 좋은 결과를 이루어내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이제는 오랜 기간 서로를 증오하고 비난하던 그 시간들을 후회하며 평화롭게 살아나가겠지요. 나와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누군가를 싫어해본 경험을 한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참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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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 2017 제11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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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는 김유정문학상 수상작과 후보작 6편을 함께 묶은 단편집입니다. 수상작인 '웃는 남자'가 책 제목이 된 것이지요. 함께 실린 '이혼', '존엄의 탄생', '평범해진 처제', '여름방학', '최미진은 어디로', '개의 밤'에는 사회와 개인의 문제가 골고루 담겨 있습니다. 슬프고 안타깝고 괴롭고 웃음이 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보며 우리가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디인가를 돌아봅니다.

기분 좋게 웃고 있는 얼굴을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하루를 웃음으로 시작하면 갑자기 없던 능력이 생긴 듯 작은 어려움쯤은 그냥 해결할 수 있을 때도 있습니다. 하늘색 바탕의 표지를 보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는 한 남자를 상상했습니다. 무엇을 보고 웃는 걸까 궁금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웃는 남자'는 웃지 못하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연인을 잃고 극심한 상실감에 시달리며 세상의 소음에 진력을 내는 남자 d. 그의 무거운 기분을 따라 책장을 넘기며 6.25 전쟁, 독재정권, 세월호 사건에 스민 비극을 다시 느끼는 시간은 참으로 무거웠습니다.

'웃는 남자'와 '개의 밤'에서 묘사하는 사회의 부조리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선명히 그려내고 있습니다. 독재정권은 표면적으로 사라졌지만 권력을 주무르는 존재는 아직 존재하고 있고 모두가 악이라고 생각하는 일도 그 권력을 통해 아무렇지도 않게 덮어버립니다. 뉴스로 접하는 그런 끔찍한 사건들에 사람들은 충격을 받지만 곧 그런 일은 잊으려고만 합니다. 나에게 닥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무거운 마음을 털어내지요. 권력에 머리 숙이고 알아서 비위 맞추며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기도 합니다. '개의 밤'에 나오는 김이라는 인물을 보며 한 사람의 힘으로는 세상이 바뀔 수 없다고 철석같이 믿는 사람들의 모습을 명확하게 보았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 사회의 문제에 둔감해질 때, 문제의식을 다룬 작품들을 보며 머리를 환기시키곤 합니다.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되새기며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웃는 남자'와 '개의 밤' 외의 다른 단편들도 모두 흥미롭습니다. 짧은 이야기를 통해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가들의 능력은 정말이지 놀랍습니다. 각 단편을 장편으로 만들어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자 다른 문체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런 단편집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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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빌 백작의 범죄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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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불어 살아갑니다. 혼자 살아갈 수 없으니 남을 의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쓰며 살아가는 사람이 가끔씩 보입니다. 좀 피곤하지 않을까 싶은데 여기 그 정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신의 평판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 가족은 굶주리지만 매달 성대한 연회를 베풀어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사람, 가족에게는 더없이 차갑지만 손님에게는 우아하고 세련된 태도로 다정하게 구는 사람. 벨기에의 귀족인 느빌 백작의 아버지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그럼 주인공인 느빌 백작은 어떨까요.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누나를 방치한 아버지를 증오하던 어린 소년은 이상하게도 성인이 되어서 아버지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르며 살아갑니다. 파티가 열리면 모든 손님을 동화 속 세계로 이끌어 특별한 존재로 느끼게 하는 그는 접대의 귀재라는 명성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속한 세계에 그도 여전히 속해 있으니 그 삶의 방식을 바꿀 수 없다고 여기는 그는 아버지의 행동을 환경의 탓으로 돌리고 정당화시킨지 오래입니다. 사랑하는 누나를 잃고 고통을 느꼈던 그 어린 소년의 마음은 어디로 간 걸까요. 21세기임에도 불구하고 비틀린 귀족의식을 고수하며 겉치레에 연연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느빌 백작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성에 살면서 다른 사람들의 인정과 존경을 받는 것입니다. 우아하고 재치 넘치는 귀족인 그는 아무리 생활이 어렵더라도 파티를 여는 것을 그만둘 수는 없습니다. 라벤스테인 성을 팔아야만 하는 상황에서 마지막 파티를 준비하는 그는 그 중요한 파티에서 초대 손님 중 한 명을 죽이게 될 것이라는 점쟁이의 예언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합니다. 파티를 취소할 수는 없으니 누구를 죽일지 선택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는 그가 이제는 놀랍지도 않습니다. 아버지의 고민을 알아챈 셋째 딸 세리외즈는 살아가는 것이 의미 없다며 자신을 죽이라고 설득합니다.

첫째와 둘째에게 아가멤논의 자녀들 이름인 오레스트와 엘렉트르라는 이름을 지어준 느빌 백작은 셋째에게는 세리외즈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피제니라는 이름을 짓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요.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며 막내 딸을 바다에 제물로 바친 아가멤논의 운명만은 피해가려는 것이었을까요. 파티가 시작되고 파티는 점점 환상적인 모습을 더해갑니다. 모두가 감탄하는 파티 속에서 예정된 살인 시간은 점점 다가만 옵니다. 느빌은 결국 막내딸을 죽이게 될까요. 아무 것도 죽여보지 못한 그가 제대로 해낼 수나 있을까요. 아가멤논의 운명을 그대로 따라가려는 그를 이대로 말리지 않아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한 편의 희극을 감상하듯 느빌 백작이 일으키는 일들을 감상했습니다. 그 속이 어떻든 결코 겉으로 비루함을 드러내지 않는 그의 행동은 참으로 대단해보입니다. 귀족의 품위를 잃는 그 어떤 행동도 용납하지 않는 귀족 세계의 일원이자 훌륭한 본보기가 되는 인물! 그의 삶은 상상도 못한 결말 이후에도 지금과 같이 그대로 유지될 게 분명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느빌을 보면서 우습고도 슬픈 마음이 동시에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위선을 위선이라 느끼지 못하고 바꿔야 할 악습을 고수하는 사람이 책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삶의 의미를 잃은 세리외즈가 죽음 앞에서만 눈을 반짝이던 모습이 계속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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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자 리틀씨앤톡 그림책 25
한라경 지음, 유진희 그림 / 리틀씨앤톡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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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많고 많은 의자가 있어요. 모양도 다양하고 색깔도 다양하지요.

그 중에서 나만의 의자를 고르는 것은 큰 즐거움이에요.

직접 고른 의자에 매일 앉아 길을 들이면 내 몸에 꼭 맞는 '내 의자'가 되지요.

이 책에는 한 소년이 등장해 가족들의 의자를 소개해요.

귀여운 동생의 아기용 의자, 아빠의 크고 푹신한 소파, 엄마의 화장대 의자,

할머니의 흔들의자, 그리고 자신의 특별한 의자까지.
각자가 좋아하는 의자에서 가족들은 다양한 일을 해요.

텔레비전을 보고 밥을 먹고 화장을 하고 뜨개질을 하고 공부를 하고 잠도 잔답니다. 

가족들은 각자 할 일을 하러 의자를 떠나지만 결국엔 다시 돌아와 의자에 앉게 되지요.

피곤에 지친 몸을 기대고, 화장을 지우고, 가족에게 선물할 옷가지를 뜨는 곳.

의자는 가장 편안한 시간을 가족과 함께 해요. 

소년은 자신의 특별한 의자를 좋아해요.

동생과 놀아줄 때, 친구들과 텔레비전을 볼 때는 의자를 떠나 있지만 나머지 일상을 함께 하는 소중한 의자거든요.

소년은 학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왔어요. 이제 즐거운 식사시간이 시작될 거예요.

 

이 그림이 가장 인상깊었어요.

집에 거대한 풍선 꾸러미를 달아 하늘을 나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은 워낙 유명하지요.

소년이 친구들과 보던 그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소년의 특별한 의자에도 풍선이 한아름 달려 있어요.

소년은 꿈을 향해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고 있는 중이겠지요.
집 안 곳곳에 자리한 다리 마사지 책, 전동 휠체어 전단지, 재활클리닉 시간표 등을 보며

온 가족과 함께 하는 아이의 꿈을 응원하게 됐어요.

아이는 오늘도 친구 같은 의자와 함께 활기찬 일상을 보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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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바람
이석구 지음 / 한림출판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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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기바람이 민들레 홀씨를 불고 있네요.

홀씨가 날아올라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적당한 바람을 만들면서 기분좋게 웃고 있어요.

자신이 무엇을 잘 하는지 알고 있는 표정입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이렇게 여유 있는 표정을 짓지 못했답니다. 

아빠바람, 엄마바람, 누나바람은 바다 위에 떠있는 돛단배들을 힘있게 밀어주고 많은 양의 나뭇잎도 날릴 수 있어요.

그러나 아기바람은 나뭇잎 한 장을 겨우 불어올릴 수 있을 뿐이에요.

부는듯 마는듯 약한 자신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 같아 그만 시무룩해지고 말았어요.

아기바람은 아무런 쓸모가 없는 존재일까요? 

바다에서 들판으로, 들판에서 공원으로 넘어 온 바람 가족은

엄마 품에 안겨 자고 있던 아기가 땀을 뻘뻘 흘리자 도와주기로 해요.

온 가족이 힘을 합해 큰 구름을 밀어 그늘을 만들어 주었지요.

하지만 아기는 여전히 땀을 흘리고 바람 가족은 다시 도와주려고 달려 가네요.

쌩쌩 부는 바람에 모두의 옷자락이 휘날리고 아기는 놀라서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이에요.

그때, 아기바람이 수줍게 나서네요. 아기는 아기바람의 기분좋은 살랑임에 소르르 잠이 들어요.

이제 아기바람은 더이상 기운 없이 다니지 않아요.

아기의 땀을 식히는 일과, 비누방울을 조심스럽게 날리는 일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거든요.

어디선가 가만히 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간질이면 아기바람이구나 느끼면 될 것 같네요.

아기바람은 또 어딘가에서 다른 아기의 머리카락을 살짝 쓰다듬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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