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남자 - 2017 제11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웃는 남자>는 김유정문학상 수상작과 후보작 6편을 함께 묶은 단편집입니다. 수상작인 '웃는 남자'가 책 제목이 된 것이지요. 함께 실린 '이혼', '존엄의 탄생', '평범해진 처제', '여름방학', '최미진은 어디로', '개의 밤'에는 사회와 개인의 문제가 골고루 담겨 있습니다. 슬프고 안타깝고 괴롭고 웃음이 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보며 우리가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디인가를 돌아봅니다.

기분 좋게 웃고 있는 얼굴을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하루를 웃음으로 시작하면 갑자기 없던 능력이 생긴 듯 작은 어려움쯤은 그냥 해결할 수 있을 때도 있습니다. 하늘색 바탕의 표지를 보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는 한 남자를 상상했습니다. 무엇을 보고 웃는 걸까 궁금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웃는 남자'는 웃지 못하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연인을 잃고 극심한 상실감에 시달리며 세상의 소음에 진력을 내는 남자 d. 그의 무거운 기분을 따라 책장을 넘기며 6.25 전쟁, 독재정권, 세월호 사건에 스민 비극을 다시 느끼는 시간은 참으로 무거웠습니다.

'웃는 남자'와 '개의 밤'에서 묘사하는 사회의 부조리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선명히 그려내고 있습니다. 독재정권은 표면적으로 사라졌지만 권력을 주무르는 존재는 아직 존재하고 있고 모두가 악이라고 생각하는 일도 그 권력을 통해 아무렇지도 않게 덮어버립니다. 뉴스로 접하는 그런 끔찍한 사건들에 사람들은 충격을 받지만 곧 그런 일은 잊으려고만 합니다. 나에게 닥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무거운 마음을 털어내지요. 권력에 머리 숙이고 알아서 비위 맞추며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기도 합니다. '개의 밤'에 나오는 김이라는 인물을 보며 한 사람의 힘으로는 세상이 바뀔 수 없다고 철석같이 믿는 사람들의 모습을 명확하게 보았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 사회의 문제에 둔감해질 때, 문제의식을 다룬 작품들을 보며 머리를 환기시키곤 합니다.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되새기며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웃는 남자'와 '개의 밤' 외의 다른 단편들도 모두 흥미롭습니다. 짧은 이야기를 통해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가들의 능력은 정말이지 놀랍습니다. 각 단편을 장편으로 만들어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자 다른 문체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런 단편집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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